민주당서 '응급실 뺑뺑이' 후속법 나왔지만 현장은 '냉담'…과밀화만 부추길라

"응급실 포화 상태서 환자 방치되는데, 신규 환자만 계속 받아라?…제주대병원 사례 참고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소위 '응급실 뺑뺑이'라고 불리는 응급의료 공백 방지법안을 내놨지만 의료계에선 오히려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응급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모든 응급처치에 대한 법률적 부담만 병원과 의료진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앞서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 인근 모든 병원이 중증 응급환자를 받을 수 없을 때 소방청이나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정해 통보하고 이송을 강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일단 환자를 받아 응급처치를 시행하도록 규정해 응급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개정안이 나오자마자 응급의료 현장에선 오히려 볼멘소리가 나온다. 응급의료 제공에 한계에 달해 있는 응급의료기관에 응급환자만 무조건 밀어넣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법안의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정치의 과도한 의료 개입으로 오히려 응급의료 체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이경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과밀화돼 적시에 적절한 응급의료 제공을 할 수 없는 병원에 응급 환자만 무조건 이송하면 제때 환자가 응급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법안은 응급 진료를 하지 않는 법률적 책임만 응급의료기관에 지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송 병원을 일방적으로 지정하기엔) 현재 소방 119구급대의 현장 평가 역량도 여전히 부족하다"며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현실을 모르고 태평하게 공리공담에 빠진 나태한 국회의원의 아니면 말고식 법률안 제출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도 "해당 법안은 어떻게든 병원에 환자만 내려놓고 알아서 해결하라는 대책의 대표격"이라며 "이런 식으로 법률로 정해버리면 위반이나 문제에 대해선 누군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해당 법안 내용은 원래 이송거부 금지법 시행규칙과 필수의료대책에 포함돼 의사회 차원에서 반대의 의견을 낸 적이 있다"며" 그러나 또다시 입법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응급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어제(16일) 제주대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60대 환자 사망 사건을 유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귀포의료원에서 투석 치료를 받던 60대 환자가 부정맥 등 상태가 악화돼 구급차를 타고 제주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응급실에서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고 대기 중 심정지로 숨졌다. 

당시 제주대병원 응급실은 환자가 많아 진료 포화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원 교수는 "신규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 오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데 무조건 환자만 받으라고 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오죽하면 환자가 1시간이나 진료 대기를 하다가 심정지가 발생했겠느냐"며 "응급 의료 현실을 반영한 정책과 법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응급실의 경증환자 비중을 줄이는 것이 선제적으로 필요한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이형민 회장은 "심각하지 않은 단순 교통사고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 경증환자 중에서 줄일 수 있는 환자군이 어떤 환자인지 먼저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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