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노보 노디스크 재단(Novo Nordisk Foundation)이 신약 개발을 위해 처음으로 전면적인 양자 컴퓨터(full-scale quantum computer)를 구축하고, 기후변화와 녹색전환(green transition)에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위해 2억 달러(2800억원)를 지원한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재단이 지금까지 지원한 것 중 두 번째로 큰 금액이다.
노보 노디스크 재단 양자 컴퓨팅 프로그램의 목표는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생명과학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용 하드웨어와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구축하는 것이다. 재단과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의 닐스보어연구소(Niels Bohr Institute)가 협력해 12년간 운영한다.
프로그램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네덜란드 델프트공대(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 덴마크공대(Technical University of Denmark), 덴마크 오르후스대(Aarhus University), 캐나다 토론토대(University of Toronto) 연구팀이 참여한다.
처음 7년간은 큐비트(qubit: 양자컴퓨팅의 최소 정보처리 단위)를 만들기 위한 물질과 하드웨어를 개발하는데 초점을 둘 계획이다. 이와 병행해 연구원들은 가장 유망한 양자 컴퓨팅 플랫폼 중 3개를 공동 엔지니어링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며, 이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플랫폼을 결정한다. 또한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력해 기술 개발을 이끌어간다.
나머지 5년 동안 연구팀은 궁극적으로 현재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생명과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가 개발될 수 있도록 해당 기술을 확장시킬 예정이다.
재단의 자금 중 일부는 'Quantum Foundry P/S'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프로그램 연구원들에게 자료를 제공하는데 사용된다.
노보 노디스크 재단 마즈 크록스가드 톰슨(Mads Krogsgaard Thomsen)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양자 연구 분야에서 국제적 강국을 만들고자 한다. 건강과 지속 가능성, 기타 영역에서 주요 및 현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 성숙화시키며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코펜하겐대학교 헨릭 베그너(Henrik C. Wegener) 총장은 "모든 사람이 해당 프로그램이 창출하는 새로운 기회로부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녹색 전환과 사이버 보안, 신약 개발과 같은 영역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양자 컴퓨터, 생명과학 분야서 혁신적인 잠재력 가져
전통적인 트랜지스터 기반 컴퓨터가 정보의 디지털 비트(0또는 1)에 의존한다면 양자 컴퓨터는 0 또는 1, 두 상태의 조합이 될 수 있는 큐비트를 사용한다. 따라서 양자 컴퓨터는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재단은 "완전한 기능을 갖춘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수행할 수 없거나 최적으로 수행하는데 몇 년이 필요한 복잡한 계산을 매우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여러 영역에서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자연에는 현재 분류할 수 없고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양자 역학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Google)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의 자회사인 딥마인드(DeepMind)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 문제 해결에 진전을 이뤘다. 딥마인드는 2020년 AI 시스템 알파폴드(AlphaFold)를 공개하며 AI가 몇 분 안에 원자 수준의 정확도꺄지 단백질 3D 구조를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50년간 풀리지 않았던 문제다.
이어 알파폴드 공개 1년을 맞아 딥마인드는 알파폴드 시스템이 단백질 구조 2억개 이상을 .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약 개발에서 알파폴드의 유용성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양자 컴퓨터는 이러한 AI 기반 모델을 더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제약회사가 양자 컴퓨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은 2021년 1월 구글 퀀텀 AI(Google Quantum AI)와 연구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같은해 여러 산업 분야의 독일 기업 10곳이 참여한 QUTAC(Quantum Technology and Application Consortium)에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이 컨소시엄의 목표는 양자 컴퓨팅을 대규모 산업 활용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노보 재단, 마이크로바이옴 상호작용과 유전체 데이터 세트 분석 등 활용 기대
노보 노디스크 재단의 양자 컴퓨팅 프로그램은 내결함성(fault-tolerant)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한 양자 컴퓨터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한다. 양자 컴퓨터가 내결함성이 있다는 것은 계산이 부정확해지는 것을 막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단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된 양자 컴퓨터가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의 복합한 상호작용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 세트의 분석을 가능하게 하거나, 신약 발굴 및 개발을 가속화함으로써 정밀의학 시대 도래의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양자 컴퓨터가 새로운 지속 가능한 물질을 설계하고 새로운 에너지 절약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탈탄소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지원하는 근본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자 컴퓨팅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는 코펜하겐대학교 피터 크록스트럽 제퍼슨(Peter Krogstrup Jeppesen) 교수는 노보 노디스크 재단의 프로그램이 세계에서 가장 야심찬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다른 주요 양자 컴퓨팅 프로그램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다른 주요 이니셔티브는 이미 플랫폼을 선택하고 이를 최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라나 우리는 큐비트의 품질이나 스케일업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막다른 골목에 부딪힐 것이라 예측한다"면서 "우리는 사용 가능한 양자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찾는데 7년을 보낼 것이다"고 말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