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사건, 의료의 근본적인 시스템에 대한 성찰 필요

"문제의 핵심을 볼 수 있어야 구조를 바꿀 수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이 갈수록 병원과 의료진의 책임과 처벌에만 집중되자, 우리 사회가 문제의 핵심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이대목동병원 4명의 신생아 사망 사건의 원인으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Citrobacter freundii)'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일부 국민들과 환자단체에서는 병원과 의료진을 일벌백계(一罰百戒)해 타 병원 및 전국의 의료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하며, 책임과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료계는 물론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고 유가족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이번 사건의 핵심을 파악해 우리나라 의료의 근본적인 시스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했지만, 그 어떤 병원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며, 국민들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존스홉킨스대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강현석 교수는 자신의 SNS를 이용해 이번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리비 지온법'과 비슷하다고 언급하며,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사회 변혁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비 지온법은 1984년 미국 뉴욕병원의 응급실에서 18세 여대생이던 리비 지온이 전공의가 처방한 약을 복용한 후 사망하자, 변호사였던 그녀의 아버지가 해당 전공의를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고소 과정에서 해당 전공의들이 36시간 연속으로 근무했던 것이 밝혀지자 결국 과도한 근로와 열악한 수련환경이 안전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고,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단축시키는 법으로 제정한 것이다.
 
강현석 교수는 "이대목동병원에서 일어난 불행한 사건은 한국의 리비 지온 케이스가 될 수 있다"면서 "신생아 4명이 감염관리 문제로 사망했고, 그 문제의 근원을 들여다보면 장비와 인력이 많이 필요한 분야에 필수적인 감염관리조차 제대로 보상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대목동병원은 전공의 6명이 돌아가며 병동과 응급실, 중환자실을 커버했다고 알려졌는데, 미국 병원 같았으면 교수도, 전공의도 이거 안전하지 않으니 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하고도 남았을 상황"이라면서 "그런데도 어떻게든 신생아 중환자실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던 것이 비극의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강현석 교수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겠다는 조사 발표에 "의료진을 입건하는 것은 조사를 위한 기본 조치일 것이나 근본적인 시스템에 대한 성찰과 반성 없이 의료진만 처벌하고 끝낸다면 세월호 사건에서 해경을 해체하면 된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강현석 교수는 "한국의료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으며, 이 사건이 의료진을 처벌하는 분풀이에 그친다면 필수진료 과목을 전공하고자 하는 의사들은 가뜩이나 부족한 상황에서 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현재 의료계는 강현석 교수의 입장에 매우 동의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있어야 제2의 이대목동병원 사태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신생아 1명을 전원 받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A교수는 "이번 사건은 이대목동병원의 시스템 문제가 아닌 우리 의료계 system failure로 볼 수 있다"면서 "이대목동병원을 편드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의료계에서는 결국 터질게 터진 사건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A교수는 "중환자실은 환자 2명 당 한명의 의사와 4~5명의 간호사가 이상적인 시스템이지만, 현재 우리나라 중환자실 구조를 보면 사실 중환자를 살리고 있는 것이 대단한 것"이라면서 "수가도 문제지만, 인력 등 기본적으로 구조적인 시스템을 전부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대목동병원 사태는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A교수는 "중환자실의 열악한 환경은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언급됐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중환자실은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구조를 면하기 힘든 '계륵'과 같은 존재다. 해결방법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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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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