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로 대체조제 활성화? 의약분업 깨는 일

의원협회, 심평원 대체조제 간접방식 시도에 분노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대한의원협회가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을 통해 대체조제 활성화를 시도하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게 즉각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25일 발표했다.
 
의원협회는 "심평원은 지난 20일 국회에 ‘국정감사 시정 및 처리요구 사항 처리 결과 자료’를 제출했는데, 그 안에는 DUR 시스템을 이용한 대체조제 활성화 방안을 장기 검토과제로 설정하는 내용을 포함했다"면서 "이는 의·약정 합의를 위반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약사가 대체 조제하고자 하는 경우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직접 해당 의료기관에 통보하는 방식이지만, 심평원이 제시한 '사후통보 방식 절차 개선(안) 검토'는 DUR을 통해 간접적으로 통보하는 것이다.
 
즉 약국이 처방기관에 직접 통보하던 방식을 약국이 심평원 DUR시스템에 등록하고, 이를 처방기관에 통보하는 간접방식이다.
 
의원협회는 "다만 심평원은 DUR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기술적인 문제는 없으나 의·약계 합의 및 약사법령 등 관련 규정 보완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국회 업무보고에서는 제도개선을 위해 관련 부처와 업무를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면서 "이에 따라 의료계는 크게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의원협회는 4가지 이유를 언급하며 대체조제 활성화 방안을 반대했는데, 특히 의·약정 합의사항의 위반을 명확히 전달했다.
 
의원협회는 "대체조제 후 의사에게 직접 통보하도록 한 약사법 규정은 2000년 정부의 의약분업을 거치면서 가까스로 합의를 통해 입법된 것"이라면서 "따라서 직접통보에서 간접통보 방식으로 대체조제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것은 의약정 합의를 깨는 것으로, 이를 강행한다면 아예 의약분업을 폐기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의원협회는 지금도 활성화되지 않는 대체조제를 간접통보 방식으로 실시해도 역시 활성화에는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복지부는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해 약사가 저가약으로 대체조제하면 약가차액의 30%를 건강보험에서 인센티브로 지급하도록 했으나, 이 제도 역시 대체조제 활성화에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의원협회는 "약계에서는 대체조제 후 직접통보 의무화 조항을 실패 이유로 들고 있지만, 직접통보 과정에서 의사가 대체조제를 거절하는 빈도나 비율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면서 "간접통보 방식으로 전환하더라도 그 효과가 불분명하며, 간접통보 후 발생하는 약화사고는 약사의 책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간접통보 방식도 역시 대체조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의원협회는 대체조제를 활성화해도 약제비는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2012년 동일성분 동일가격으로 약가제도가 바뀐 이후,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약과 복제약의 약가는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의원협회는 "협회가 직접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오리지널 고혈압약 엑스포지정은 복제약 77개 품목 중 70개와 같은 금액"이라면서 "오리지널 고혈압약인 노바스크정은 복제약보다 오히려 1원이 더 싸고, 위궤양에 처방하는 오리지널약 넥시움은 복제약에 비해 25원이 더 싼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오리지널과 복제약의 약가 차이가 없어 대체조제를 활성화하면 약제비 인하보다는 오히려 약제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의원협회는 복제약과 오리지널약이 동일한 효능과 안전성을 가졌는지 평가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하 생동성 시험)을 신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복지부는 리베이트에 의해 보험급여가 정지될 상황에 처한 글리벡을 ‘혹시 모르는 부작용 발생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과징금 부과처분만 하고 급여는 유지한 바 있다.
 
의원협회는 "이는 생동성시험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료계의 주장을 복지부가 인정한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러한 불신은 생동성시험 조작사건과 같이 정부기관의 관리감독 소홀로 빚어졌다. 생동성시험을 통과한 약이라 해도 매번 약이 바뀌면 환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떄문에 대체조제 활성화 또한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원협회는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년 반 동안 환자에게 저가약을 조제하고 동일 성분의 고가약을 조제한 것처럼 부당 청구한 혐의가 있는 약국이 전체 약국의 80%에 이르고, 부당 청구액 또한 330억원으로 추정된 바 있다"면서 "대체조제 활성화는 오로지 약사들의 불용재고약 처리 용도로만 악용될 것으로, 정부는 DUR을 통한 간접통보 방식의 대체조제 활성화 방안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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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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