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과 협상 기로에 선 의협, 비대위원장 후보 4인…앞다퉈 "전공의·의대생 의견 중요"

박형욱‧이동욱‧주신구‧황규석 후보자 설명회 개최, 강경 투쟁·협의체 철회 약속…결과는 13일 대의원 전자투표로 결정

(왼쪽부터)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기호 1번 박형욱, 기호 2번 이동욱, 기호 3번 주신구, 기호 4번 황규석 후보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한 목소리로 전공의와 의대생의 의견을 강조했다.

박형욱 후보는 대한의학회 부회장이지만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강조하며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유보하는 입장을 보였고, 일찍이 길거리 규탄집회를 주도해 온 이동욱 후보는 강력한 투쟁을 강조했다. 

주신구 후보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한 의료계 참여 철수를 전면에 내세웠고, 황규석 후보는 의대 증원의 폐해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강조하며 대규모 시위 등을 공약에 내세웠다.

12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먼저 기호 1번 박형욱 후보는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 교수 출신으로 대한의학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박 후보는 비대위 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비대위를 운영하겠다고 약속하며 최근 의학회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한다고 밝혔음에도 협의체 참여에는 무엇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견해가 중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의료계 어느 직역보다 전공의들의 희생이 컸다. 의대생들의 희생도 컸다. 어떤 조직이든 희생한 사람들을 외면한다면 그 조직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며 "분명 의료에는 헌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 시민이 근로조건을 중시한다면 전공의들과 의대생들도 그것을 중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시대는 바뀌었다. 선배 세대가 '라떼는'을 운운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박 후보는 "진정한 대화를 막는 당사자가 정부임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정부는 의료파탄이라는 시한폭탄을 장착해 놓았다.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그것을 하지 않고 '의료계가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시한폭탄을 멈추지 않을 거야'라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솔로몬의 재판에서 마치 아이를 칼로 베어서라도 내가 가지고 가겠다는 태도이다. 정부'의 독단적 태도야말로 진정한 대화를 막는 것이다. 정부가 독단적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어떤 협의체를 운영하더라도 결국 의료파탄이라는 시한폭탄은 터질 것 "이라며 "그 책임은 정부에게 있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고 밝혔다.

이어 기호 2번 이동욱 후보는 경기도의사회 회장으로 '의대정원 증원 정책 규탄집회'를 시행하는 등 투쟁의 선봉에 서 왔던 만큼 강경한 투쟁을 강조했다.

이날 이 후보는 "의료 농단 사태가 진행된 10개월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의료계 투쟁의 선봉에 서 있었다. 약 1000여 명의 전공의와 의대생들과 함께 매주 시청 앞 대한문 광장에서 의료농단의 문제점을 국민과 정부에 알리는 투쟁을 이끌었고 104일째 매일 아침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투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쟁 피켓을 들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는 등 수많은 인권 유린적인 폭행도 당했다"며 "지난 1년 동안 무엇에도 굴하지 않고 의대생, 전공의들과 함께했다. 의료계가 전공의들을 돕는 것에 두려워할 때 가장 먼저 멘토, 멘터 프로그램을 통해 과감하게 전공의를 돕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전공의 지원 프로그램을 갖고 있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각종 법률 지원을 한 번도 거절한 적 없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현재 여야의정 협의체가 일방적으로 출범했다. 의료계와 많은 현장 전공의들이 우려하고 있다. 당장 2025학년도 수능이 모레면 진행된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투쟁 없는 비대위는 있을 수 없다"며 "협상도 당연히 할 것이지만 투쟁력이 없으면 굴종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윤석열 정부가 오만하고 일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아무런 투쟁도 없이 무슨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힘이 있을 때 협상이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후보는 비대위원장이 돼도 매주 시청 앞 투쟁, 대통령 출근길 투쟁을 지속할 계획이다.

그는 "이제 전공의들도 진료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고, 의대생들도 교실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의대생, 전공의와 끝까지 함께할 것이고 이들의 뜻을 존중해 진료실로 돌아가고 교육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기호 3번 주신구 후보는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으로 그간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자체를 반대한다고 공공연히 선언해왔다. 주 후보는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여야의정협의체 자체를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 후보는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여야의정 협의체 문제이다. 야당은 참여를 안했기 때문에 사실상 여의정 협의체인데 이것을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공의협의회에서도 반대를 해왔고, 무의미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현재 사직하고 휴학한 미래 세대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나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이 된다면 전공의와 의대생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전체 의료계 의견을 받아들여 철수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의대생협의회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고, 전체 회원 투표를 통해 전공의와 의대생이 어떤 협상안이 필요한지에 대해 정할 것이다. 이러한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야 뒤탈이 없다"고 강조했다.

주 후보는 "비대위원장은 회원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20여 년 이상 의료계에 몸담으며 느낀 것은 이러한 민주적 과정이 생략돼 결국 의료계가 수세에 몰려 명분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의료계가 처음부터 다시 단추를 껴야 하는 만큼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 후보는 "정치적인 논의뿐 아니라 그동안 집행부에서 하지 못했던 피해를 입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한 지원도 꾸준히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호 4번 황규석 후보는 서울시의사회 회장으로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한 피해는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간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국민 홍보와 거리 시위 등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후보는 "한 의대생이 대한민국에서 의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부끄러운 직업인가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가슴이 아팠다. 우리 의대생들은 수많은 살인적인 공부량을 견디고 전공의 시절 주 100시간 근무가 당연한 것처럼 버틴 이유가 무엇인가. 의사라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살았는데 지난 1년 동안 그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며 "그 말을 들은 이후 다짐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미래를 잃어버리고, 자부심을 잃어버린 후배들에게 다시 자부심을 돌려주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3월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기존 세계 최고라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은 사라진다. 내년에는 7500명의 의대생이 수업을 동시에 받아야하고, 그 마저도 안되면 2년 이상 의사가 안나온다. 1만 2000명의 의사가 한 학년에 만들어지는 세상이 되면 전공의 수련을 받을 수 없다. 이전에는 3000명이 수련을 받아 전문의가 됐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황 후보는 "전문의를 4500명 뽑아 수련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첫째 병원이 없고, 둘째 환자가 없다"며 "전문의에 의해 최고의 진료를 받던 대한민국 미래는 사라진다. 12월 13일 마지막 수시 발표가 있고, 12월 말 정시가 시작되기 전까지 마지막 기차가 남아 있다. 그 전에 무언가 해야 한다. 실제로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황 후보는 "남은 한 달 안에 누군가는 선배로서 목숨을 걸고 후배를 위해 싸워야 한다. 12월 1일 서울 시내에 시위 장소를 잡았다. 3~4주 전에 미리 시위 장소를 잡았다. 서울시에서 계속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앞으로 남은 두 달 동안 두 발로 뛸 것이다. 용산부터 찾아갈 것이다"라며 "정부도 찾아가고, 여당도 찾아가고, 야당도 찾아가고 날마다 국민에게 호소할 것이다. 의료시스템이 망가지면 궁극적 피해는 국민들이 받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전공의, 학생과 함께 하겠다. 그들의 이야기를 최우선을 듣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국민을 설득하는 선배로서 모습을 보이고 국민에게 다가가 함께 하겠다"며 "비대위원장이 되면 한 말은 목숨처럼 생각하고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투표는 13일 대의원 244명의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1차 투표는 오후 3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되며, 과반을 얻은 후보자가 없으면 8시 20분부터 9시 20분까지 결선 투표로 최종 당선자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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