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원격의료 도입 반대.."국가 기본 의료시스템 붕괴"

경제적 논리와 편리성 앞세워 국민 건강권 훼손...감염병 예방관리 기반 구축 촉구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임시 도입한 비대면진료에 대해 긍정적 여론이 일면서, 정부가 수십년째 막혀 있던 원격의료제도를 본격 도입하기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26일 입장문을 통해 이 같은 정부의 원격의료제도 도입 추진을 반대하고, 감염병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감염병 예방 관리 기반 구축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환자들이 병원 방문을 꺼려하자, 임시로 전화를 통한 환자 상담과 처방을 허용했다.

3개월간 원활한 추진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비대면 진료'라는 이름으로 오랜 기간 시민단체와 보건의료인이 반대해 온 원격의료제도 도입 의지를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약사회는 "국가 재난을 볼모로 잡고 '한국형 뉴딜'이라는 이름 하에 원격의료를 추진하려고 한다"면서 "비대면이라는 이름으로 보건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원격진료를 주장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난을 핑계로 자본의 논리가 하고 싶은 일을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하겠다는 근시안적인 발상"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서비스산업선진화법’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코로나19로 허용된 전화처방은 오랜 기간 병원을 방문해온 고령 또는 만성질환자의 재진 약물 처방"이라며 "이들 대부분은 의사의 판단하에 안전성이 확보된 환자로, 진료가 아닌 처방전 리필의 개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전화처방이 곧 원격의료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졸속 행정"이라며 "경제적 논리와 편리성만을 앞세워 원격의료를 도입할 경우 환자의 건강권에 대한 심각한 훼손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약사회는 "원격의료로 국론을 분열할 게 아니라 감염증 예방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며 "우선 모바일을 활용한 전자보험증을 도입하고, 감염증 예방 물품에 대해 건강보험의 급여를 적용 하는 등 예방관리 기반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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