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율 유럽 40%‧한국은 4%”…위드코로나 시기 두고 ‘갑론을박’

유럽‧아시아 국가 방역 완화 추세 증가…전문가들도 ‘일상회복 vs 시기상조’ 의견 나뉘어

유럽 등 코로나19 방역 완화 기조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직 갑론을박이 치열한 상황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면서 유럽과 아시아 일부 국가들이 방역 규제를 철폐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치명률이 적은 탓에 기존의 방역정책 없이도 바이러스를 막아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직 갑론을박이 치열한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일상회복을 위해 방역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각 나라마다 감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아직 규제 완화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유럽 등 방역 완화 기조가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영업제한 풀고 마스크도 강제 안해”…유럽 국가들 방역 완화 추세 늘어

 
3일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유럽에서 방역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우선 노르웨이는 1일(현지시간) 방역 조치 대부분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택근무가 해제되고 주점 등의 영업 시간제한도 풀렸다. 또한 10명으로 한정됐던 인원 제한도 사라졌으며 노르웨이에 입국하는 여행객은 더 이상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게 됐다.
 
덴마크도 상점과 식당,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대부분의 방역 규제를 전면 폐지했다. 카페나 파티장 출입에 필요했던 방역패스도 사라졌다. 다만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서만 마스크 착용이 권고되는 수준이다.
 
오스트리아도 식당과 상점의 영업시간 제한이 오후 10시에서 12시로 연장되고 오는 12일부턴 일반 상점의 방역패스 제시 의무도 폐지될 예정이다. 다만 백신 접종의무화 제도 도입에 따라 백신 미접종자는 벌금으로 최대 3600유로(한화 480만원)을 내야한다.
 
핀란드도 점진적인 방역규제 완화를 선언했다. 2월 안에 대부분의 규제를 끝마친다는 입장이다. 우선 음식점의 영업시간 제한이 기존 오후6시에서 9시로 연장되고 헬스장과 수영장, 극장 등 운영도 정상화될 예정이다.
 
가장 엄격한 방역 정책을 유지하던 네덜란드도 지난달 26일부터 박물관과 공연장, 식당, 술집, 축구 경기장 등 영업을 허용했다. 영국의 경우 실내 마스크 착용과 방역패스 등 규제가 폐지되고 확진자 자가격리 조치도 오는 3월부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아일랜드도 방역완화 조치가 실시되고 있다. 프랑스는 2일부터 공공장소 입장 인원 제한과 실외 마스크 착용, 재택근무 의무화가 폐지됐고 16일부턴 스포츠 경기장과 영화관 내 음식섭취가 가능해졌다. 아일랜드도 식당과 술집 등에 적용되던 오후 8시 이후 영업 제한 조치가 중단되고 방역패스도 폐지됐다.
 
이 같은 규제 완화 흐름은 아시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1일 오미크론 변이 확산 우려에도 기존에 진행되던 입국 규제 정책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태국은 백신 접종 완료자의 무격리 입국을 시작했고 인도네시아는 입국자 격리시간을 기존 7일에서 5일로 줄였다.
 
“고위험자 중심 관리로 방역 완화” vs “유럽과 우리나라 감염 상황 달라”
 
여러 국가에서 방역 제한을 풀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기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상이 회복되는 방향으로 방역 정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방역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현재 우리나라 방역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 필수 인력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방역패스를 폐지하고 마스크는 쓰되, 고위험 고령자 중심의 관리에 신경쓰는 방향으로 방역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방역 완화가 가능하려면 오미크론 유행 상황을 보고 중증 환자가 크게 늘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야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한다.

반면 신중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존재한다.
 
지금도 일주일에 2배씩 확진자 수가 뛰고 있지만 앞으론 확산세가 더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우리나라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2만2907명을 기록했다. 전날에 비해서도 2638명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봤다.

서울의대 김윤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유행 기간이 얼마나 계속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마 대략적으로 한 달 내외 정도 유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일주일에 2배씩 늘어나고 있으니 적어도 신규 일일 확진자 수가 10만명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확진자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증 환자 전환 비율인데 유럽 국가들은 충분히 이를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방역을 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르웨이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이달 하루 2만명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입원 환자 수는 10명~20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도 신규 확진자가 5만명대지만 중환자실 입원 환자는 30명대다.
 
김윤 교수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중증 환자 전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방역 정책 방향성도 좌우될 요소가 크다"며 "방역 완화가 가능하려면 오미크론 유행 상황을 최소 2주는 더 지켜보고 중증 환자가 크게 늘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면 그때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규제 제한 국가와 우리나라의 지역 감염 상황이 매우 다르다는 점도 우리나라의 방역 완화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전문위원회 염호기 위원장은 "미국이나 유럽은 인구 대비 코로나 감염 환자 수가 20% 가까이 되지만 우리나라는 2%에 그친다"며 "우리나라가 백신 접종율이 높긴 하지만 사정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염 위원장은 "20% 정도 감염 수준이면 보이지 않는 무증상 감염은 40% 수준으로 봐야하고 2% 감염 수준이면 많이봐야 4%인데 지금 방역을 완화하게 되면 늘어나는 환자 수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금은 일주일에 2배지만 지금 방역을 풀면 하루에 10배 증가도 가능하다. 급작스러운 환자 증가는 의료체계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일부 국가들의 방역 완화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증상이 덜 심각하다는 이유로 전염을 막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나 전염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퍼지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사망자가 매우 크게 늘어나고 있고 바이러스 또한 계속 진화하고 있다"며 방역정책을 폐지 혹은 완화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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