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허용하면 '오진' 위험...의협 임시대의원총회 열어 강력 대응방안 마련해야"

산부인과의사회 "자궁내막암 진단 놓친 한의사 무죄 판결 유감...오진 피해 사례로 고등법원서 증거 보완 촉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초음파기기의 위험성보다 한의사가 초음파를 사용해 판단을 내리는 진단이 잘못되면 환자에게 위험성을 간과한 대법원 판결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의 대응이 안이한 대응이 원인라면 즉시 임시대의원 총회를 열어 변호인단 구성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방안에 대해 즉시 논의해야 한다. 이번 판결을 제대로 바로잡지 못하면 한의사의 의사 진료 영역 침탈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대법원 한의사 초음파 사용 의료법 위반 판결(대법원 2016도21314 의료법 위반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 26일 성명을 통해 의협의 강경대응을 촉구하는 동시에 하급심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밝혔다 
                            
초음파 진단행위 68회 하고도 자궁내막암 오진한 한의사 무죄?  
    
산부인과의사회는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사용 의료법 위반 판결은 초음파 진단행위를 무려 68회나 하고도 자궁 내막암이 진행되는 것도 알지 못했던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법 위반 판결된 사건에 대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파기 환송을 했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의 판단기준에 따르면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해당 진단용 의료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춰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춰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해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산부인과의사회는 “대법원이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를 때 한의사인 피고인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인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의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라며 “이는 환자의 진단은 물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환자에게 위해가 가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환자는 자궁내막증으로 2년동안 한의원에서 면허에 허가되지도 않았던 초음파 진단행위를 하고 한약을 처방하면서 증상이 좋아지질 않자 타 산부인과를 방문해 초음파검사를 한 뒤 자궁에 덩어리가 보인다는 진단을 받아 대학병원에 갔더니 자궁내막암 2기가 확정됐다”라며 “이번 사건은 자궁 내막암 환자에게 무면허 의료행위의 과정으로 오진해 병이 악화되도록 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무면허 의료행위, 오진으로 발생한 구체적 피해사실 증거 제시 필요  

산부인과의사회는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새로운 판단기준은 의료법 제27조에 따른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규정을 오해했다고 분명히 했다. 해당 조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법률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의 범위에 관한 내용이다. 

의사회에 따르면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이 자기의 면허 받은 범위를 벗어난 의료 행위를 했을 경우에도 무면허의료 행위로 처벌을 받는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영리목적으로 행하면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거해 가중처벌된다. 간호사나 의료기사도 의사의 지도 감독 하에서만 의료행위가 가능하다. 의사가 한방행위를 한 경우(대법원 1989.12.26. 선고 87도 840판결), 조산사가 자신의 면허범위를 넘어선 의료행위를 한 경우(대법원 1988.9.13. 선고, 84도 2316 판결 . 대법원 1922.10.9. 선고 92도 848 판결 .) 또한 무면허 의료 행위로 처벌 해왔다. 

이에 의사회는 “대법원의 반대의견 2명(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이 내놓은 한의사인 피고인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의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의견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이들이 반영되지 못한 판결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의사회는 “대법원 반대 의견대로 우리의 의료체계는 양방과 한방을 엄격히 구분하는 이원화 원칙을 취하고 있고, 의료법은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해 각각의 면허를 부여하고 있다. 한의사가 서양의학적인 방법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다면 이는 이원적 의료체계에 반하는 것으로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의학·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와 진찰방법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부가적으로 사용하였더라도 한의학적 진단행위로 볼 수 없다"라며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경우 오진 등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도 높다. 제도적·법률적 정비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향후 고등법원의 법률심보다는 피고인 신문, 증인 신문 등을 통해 직접 증거를 조사해 사실인정을 하는 사실심을 해야 한다"라며 "초음파의 위해도 2등급은 잠재적 위해성이 낮은 의료기기로 분류하고 있는 만큼, 기기 자체의 위험성이 아닌 오진으로 발생된 구체적인 피해사실을 중심으로 위험성에 대한 사실적 증거를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재연 회장은 "치과 보톡스 허용 판결 당시 의료계의 무력한 대응의 결과가 한의사 초음파 허용이라는 판결에 그 영향을 주게 됐다는 점에서 향후 의료계의 강력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라며 "고등법원에 파기 환송된 재판은 기존의 선례를 그대로 답습하면 부당한 결론에 이르는 경우에 대해 때로는 ‘파기환송'을 각오하고 선례와 배치되는 용기 있는 결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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