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판결에 의료계 단체들 무더기 '비판'

면허제도 근간 흔들고 무면허 의료행위 발생 가능성만 높여...판결 책임으로 이필수 회장 사퇴론도 등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이 무죄라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의료계 단체들이 무더기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2일 오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의 상고심 선고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의료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한의사가 모든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취지는 아니지만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적합하다"고 해석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성명서를 통해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라고 강하게 우려를 표했다. 

의협은 "의료직역의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면허의 경계를 파괴해 버리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것은,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며 "그 결과 무면허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통한 진단은 영상 현출과 판독이 일체화되어 있기에 검사자의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의료행위"라며 "단지 초음파가 인체에 무해하므로 초음파 진단기기가 안전하다는 것은 극히 단편적이고 비전문적인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한의계가 스스로 한의학을 부정하고 의과 따라가기에 전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한의과대학에서 초음파 강의를 하는 내역을 상세하게 공개하라. 만일 초음파의 학습커리큘럼이 의과대학에서 가르치는 해부학적 부위의 초음파의 특성과 질병의 특징에 따른 초음파의 소견, 병의 진행에 따른 모양과 이에 대한 다른 질병의 감별진단등을 배우고 있다면 스스로 한의학을 부정하고 의과 따라하기를 인정하라"고 비판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한의학적 접근을 해야지 해부생리학적 원리에 따른 진단방법을 초음파로 이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니, 의과에게 이런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당당하게 한의과초음파 강의 내역을 공개할 것을 권유한다"고 촉구했다. 

대한내과의사회와 초음파학회도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에 대한 위해성에 대해 염려했다.

내과의사회와 초음파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사와 한의사는 인체와 질병을 보는 관점 및 그 진단 방법에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한의사가 의학적 진단 의료기기를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한다면 의료체계는 붕괴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들은 "의과 의료기기 사용을 단지 한의사와 환자의 편의성만 고려해 허용해선 안 된다"며 "국민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의료체계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법과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대법원은 각성하라"고 비판했다. 

대한초음파의학회도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보건위생상 위해가 없다'고 언급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초음파의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초음파 기기를 “제 2의 청진기”라 부를 정도로 초음파 검사가 보편화 되었으나, 이는 초음파의 이론적 배경에서부터 현대의학의 체계적인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수많은 질환들의 임상 및 영상 소견에 대해 지속적인 교육을 받아 온 의사에게 국한된 이야기 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한의사들은 한의대에서도 많은 초음파 관련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정규 의대교육을 통해서도 충분치 않을 초음파 관련지식 습득이 질병분류 체계가 완전히 다른 한의대 과정에서 일부 포함된다고 해서 한의사들의 초음파 사용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전국의사총연맹은 이번 대법원 판결의 책임을 지고 의협 이필수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놔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전의총은 성명서를 통해 "의협이 이번 판결에서 무엇이라도 한 것인 있는지 의문이다. 가장 화가 나는 것은 판결이 뒤집힌 것을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신문을 통해 알게 됐다는 것"이라며 "이필수 회장은 앞으로 더 퍼주기 전에 그 자리에서 내려와달라"고 촉구했다. 

전의총은 "의사들이 분노해 파업이라도 할 것 같았으면 대법원이 이렇게 쉽게 판결을 내렸을지 의문"이라며 "의사들의 수장이 파업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하니 아무 부담없이 판결했을 것이다. 일을 못한 것도 죄고 적들과 소통을 잘한 것도 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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