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돋보기] 의사대상 범죄 가중처벌법, 하반기 국회 논의 본격화…“통과 가능성 매우 높다”

법안 필요성 공감대 많고 쟁점될 만한 조항 없어…반의사불벌죄 삭제‧수가 개선 논의도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사와 변호사에 대한 보복범죄를 가중처벌토록 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특정범죄가중법)'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정감사가 끝나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하반기부터 해당 법률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해당 법률은 지난 9월 16일 법사위에 회부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개정안 통과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의료인 안전을 위해선 법안 통과 이외에도 진료실 안전을 위한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사 대상 보복 살인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앞서 지난달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은 특정범죄가중법 개정안을 통해 의사와 변호사에 대한 보복 범죄 가중처벌 규정을 각각 규정했다.
 
그동안 의료기관 내 안전 문제는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도마 위에 올랐지만 특정범죄가중법 개정안이 실제로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법안은 최근 경기 용인의 한 종합병원과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실 내 폭행 및 방화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응급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70% 이상이 범죄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고 50% 이상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안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의사와 변호사에게 보복 목적으로 살인을 저지를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된다. 또한 상해나 폭행, 협박 등의 범죄는 1년 이상 유기징역, 상해나 폭행, 협박 등으로 의사나 변호사가 숨지게 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지난 7월 관련 토론회에서 "의료인과 변호사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결국 다른 환자와 보호자, 법적 보호와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것"이라며 "의사와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보복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가중 처벌하는 법률 개정안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정안 통과 가능성 높아…법안 취지 공감 다수‧쟁점도 딱히 없어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특정범죄가중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큰 이변이 없다면 원안 그대로 무사히 법사위를 통과할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법안의 필요성과 취지에 대한 공감대가 높을 뿐더러, 조항 중 쟁점이 될만한 부분이 크게 없기 때문이다. 다만 환자단체 측에서 이견을 제시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국정감사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하반기부터 해당 법률 개정안을 상정해 본격적으로 법안 통과를 논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지난 9월 16일 법사위에 회부된 상태다.
 
김준래법률사무소 김준래 변호사는 "법안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선 의사의 경우 안전이 보장돼야 자유로운 재량을 발휘해 가장 적절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며 "부작용이 딱히 없고 장점이 많은 법안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안에 대한 이견이 나올 가능성도 적다. 다양한 쟁점이 부각되는 법안이 아니라 적법 대 위법에 대한 대응을 명시한 법이기 때문"이라며 "과잉 대응에 대한 논란도 범죄에 대한 사전이 아닌 사후 징벌적 조치라는 점에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법무법인 세승 한진 변호사도 "의사협회와 변호사협회의 법안 통과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과 사회적으로도 명분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다"며 "형량 등 제재 정도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될 수 있지만 원안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 변호사는 "많은 이해단체가 연관돼 있는 법안이거나 특정 산업과 관련된 법안이 아니기 때문에 통과 가능성은 높지만, 환자단체 측에서 이견을 낼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이번 법안 발의에 적극 찬성하고 있는 상태다. 대한의사협회는 특정범죄가중법에 대해 찬성 입장을 복지부에 제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협, 법안 통과 적극 ‘찬성’…“반의사불벌죄‧수가 개편 등도 논의돼야”
 
의료계는 이번 법안 발의에 적극 찬성하면서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7일 이번 특정범죄가중법에 대해 '찬성' 입장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의협은 의견서에서 "법조·의료인에 대한 업무 관련 폭력사건은 단순히 사인 간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사법체계 및 의료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위해 요소"라며 "이는 우리 사회의 기초와 안전성을 중대하게 훼손하며 특히 범행의 동기가 보복일 경우 그 폐해가 심각하므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협은 "이번 개정안은 국민들에게 해당 범죄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알리고 해당 범죄에 대한 국가의 근절 의지를 공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입법"이라고 전했다.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2019년 의료법과 응급의료법 개정으로 의사 대상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음주 감경 적용도 해제됐지만 의사 보복범죄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번 특정범죄가중법 개정안 통과는 반드시 필요하며 이와 더불어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료인 안전 보호를 위해 이번 개정안 통과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사회적 인식과 의료 수가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병원장협의회 이성필 기획이사는 "경찰이 출동하기 전 1차 대처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안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환자 안전관리료는 입원환자와 수술실에 국한돼 있어 응급실과 외래진료는 제외돼 있다"며 "현재 지급되는 수가도 매우 적어 중소병원은 보안전담인력 1명을 배치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의성 김연희 변호사는 "의료기관 특성상 환자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하지 않고 봐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선 아무리 법이 바뀌어도 범죄 재발을 막기 어렵다"며 "의사에 대한 범죄가 의사 뿐 아니라 환자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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