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로 무너진 의료전달체계, 지방 중소병원을 살려야 한다

[칼럼]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세라 칼럼니스트] 의료계는 지난해 11월 의료전달체계 개편안 논란으로 뜨거웠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매우 필요하다. 하지만 당시 개편안의 문제는 일차의료나 중소병원을 살리기가 아니라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실행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데 있었다. 필자는 “개편안이 시행되면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현 정부가 급진적으로 추진하는 문재인 케어로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가 없어졌다. 이로 인해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소위 대학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매우 적어졌다. 환자들은 굳이 지방의 중소병원에서 치료받을 일이 없어졌다. 환자들은 누구나 큰 어려움 없이 유명한 대학병원 교수를 예약하고 기다린 다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 자유로운 병원 선택이 좋기만 한 일은 아니다. 많은 대기시간의 문제가 따른다. 그리고 급증하는 대학병원 진료비 증가의 문제 역시 공개된 사실이다. 대학병원들은 매출 증가로 인한 표정관리를 할 뿐이다.

2015년 당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체 기관별 외래 진료비 증가율은 요양병원이 504%로 가장 높았고 병원 171%, 상급종합병원 161%, 종합병원 146%, 의원 82% 순이었다. 특히 대형병원으로 불리는 전국 43개 상급종합병원(현 42개) 외래 진료비는 2005년 1조 2220억원에서 지난해 3조 1904억원으로 161% 늘었으며, 의원급 외래 진료비는 7조 9116억에서 14조 4049억원으로 82.1% 늘어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확인됐다. 

문재인 케어에 따라 올해 1월 선택진료비가 폐지된 이후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세브란스병원 등 이른바 '빅 5'를 비롯한 대형병원의 진료 수입도 대폭 늘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훈(자유한국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상위 5개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진료비 심사실적은 1조3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877억원)보다 16.8% 늘었다. 같은 기간 의원(8.3%)이나 30~99개 병상을 둔 병원(8.3%)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증가율보다 두 배 정도 큰 폭에 달했다.

대형병원들이 환자를 싹쓸이하면서 중소병원들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와 일부 지방의 중소병원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어렵고 힘든 지방의 중소병원을 살려야 한다는 한목소리를 냈다.  가칭 ‘지역 중소병원 협의회’라는 임의단체를 결성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상황으로 보면 문재인 케어는 지역의 중소병원에 막대한 경영압박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지방의 중소병원의 경영난과 폐업을 유도할 수 있다.

중소병원의 폐업 위기는 일자리 감소로도 연결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직접 일자리 상황판을 챙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만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구직활동을 할 수 있는 실업자와 취업자)로는 8만6000명이 편입됐다. 이 중 신규 취업자는 5000명에 그친 반면 실업자는 8만1000명이 늘었다. 2017년 3월 신규 일자리가 33만개였으나, 2018년 8월 신규일자리는 5500개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의료전달체계를 포함한 여러가지 의료정책을 손질해야 한다. 정부는 보장성 강화 정책의 허울을 인정하고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일차의료와 지방 중소병원이 생존할 수 있는 방향의 지원대책이어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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