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서울아산병원에 간호사 자살 진상 규명 촉구

신규간호사 죽음으로 내몬 '태움' 문화 재발방지대책 필요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신규간호사 자살 사건과 관련해 명확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유가족에 대한 사과, 산재처리 보상 등을 서울아산병원에 요구했다고 19일 밝혔다.

노조 측은 이번 사건이 폭발 직전의 간호현실이 드러난 것으로, 신규간호사 적응교육기간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량, 경력간호사가 신입간호사를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의 태움 문화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부터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던 신규 간호사 A씨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의 송파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 남자친구는 병원의 간호부 태움 문화가 A씨를 죽음으로 몰고갔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최대병원이자 최고를 자랑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며 사회적 파장이 크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조직문화와 열악한 환경은 전체 의료기관에 만연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자살한 신규간호사 A씨는 입사 후 6개월의 신규적응교육기간 동안 살이 5kg 빠질 정도로 바빴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저녁번(evening) 근무를 오후 1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새벽 5시에 퇴근할 정도로 업무량이 과했고, 교육기간 동안 출근도 힘들어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러던 중 A씨의 실수로 환자의 배액관(수술 후 뱃속에 고이는 피나 체액을 빼내는 관)이 찢어지는 일이 발생하자 소송에 걸릴까 두려워 밤새 간호사 실수에 관한 소송피해사례를 검색할 정도로 실수에 대한 책임도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우리나라 간호사의 평균 근속연수가 5.4년에 불과하고 신규간호사의 이직률이 33.9%에 달한다"면서 "연간 간호현장에 투입되는 2만여명 신규간호사들의 처지가 A씨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백의의 천사가 아니라 백의의 전사"라고 말했다.
 
또한 노조는 "간호사들은 자신의 업무뿐 아니라 회의·교육·행사·평가를 위해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고, 경영진이 해야 할 업무와 의사나 약사가 해야 할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간호사는 사고나 불법 의료행위로 법적 소송이 걸리면 책임을 져야 하고, 임신순번제·사직순번제와 더불어 폭언·폭행·성희롱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노조는 이번 사건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획기적인 노동조건 개선과 업무시스템과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간외 근무와 장시간노동을 실질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확고한 대책과 신규간호사에 대한 적응교육기간을 충분히 보장하고, 이 기간 동안 신규간호사를 정원 인력에서 제외하는 등 신규간호사 교육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의사나 약사, 경영진이 해야 하는 업무까지 떠안는 간호사 업무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간호사 인권을 획기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병원 내 갑질문화와 인권유린, 직무스트레스, 태움 등 악습을 없애야 한다. 간호사들이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신규간호사 자살사고 진상규명과 함께 신규간호사 적응교육제도 개선, 직무스트레스와 감정노동 해소, 병원 내 조직문화 개선 등을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한 '의료기관 내 갑질문화와 인권유린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고, 오는 26일과 27일 토론회를 개최한다. 28일에는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간호사 노동조건 개선과 병원 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전조직적 운동을 선포해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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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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