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의원회 '원격의료' 수용 입장 돌아섰지만…의사 10명 중 7명은 여전히 반대

[메디게이트 의사회원 설문조사] 적정수가 책정과 재진∙의원급 한정 선행과제...우선 적용 과목은 '소아청소년과'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최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원격의료를 수용하는 기조로 선회한 것에 대해 의사 10명 중 7명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게이트뉴스는 5일 최근 메디게이트 의사 회원 10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대면진료 설문조사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응답자는 봉직의가 539명으로 가장 많았고 개원의가 319명, 전공의가 74명, 교수가 58명 순으로 많았다. 근무형태는 의원급이 438곳, 종합병원이 228곳, 병원급 136곳, 상급종합병원 93곳, 요양병원이 50곳 순이었다. 

전문과목별론 내과가 209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정의학과가 171명, 일반과 82명, 소아청소년과 63명, 마취통증의학과 52명, 외과 46명, 정형외과 38명, 이비인후과 36명, 산부인과 35명 등이 참여했다. 

응답자들의 43.2%는 의협 대의원회의 원격의료 수용 기조에 대해 ‘매우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고, ‘반대한다’는 의견이 23.5%로 부정적 응답이 66.7%였다. 반면, 긍정적인 의견은 17.8%(찬성 13.8%∙매우 찬성 4%)에 그쳤다.

의협 대의원회가 수년에 걸쳐 원격의료에 대해 전향적 입장으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일반 회원들 사이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반감이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일부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에 앞서 약을 직접 선택하게 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의료계 내부의 부정적 여론이 비등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의협 차원에서 원격의료를 수용할 경우 선행돼야 할 과제로는 ‘적정수가 책정(30%)’이 첫 번째로 꼽혔다. 앞서 의협 대의원회는 비대면진료 시 대면진료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이 투입된다며 최소 1.5배 이상의 수가가 책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의사 회원들도 수가를 핵심적인 부분으로 본 것이다.

이어서 의사들이 주도해 질환 등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22.5%를 높은 비율을 보였다.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18.6%, ‘각 직역별∙지역별∙의료기관 종별 입장 수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17.1%, ‘안전성∙효용성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11.8%로 뒤를 이었다.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때 꼭 필요한 항목으로는 ‘재진 한정(25.8%)’, 의원급 한정 실시(25.6%)’ 등의 의견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현재 복지부와 이료계는 재진과 의원급 한정에 공감대를 이룬 반면, 산업계에서는 초진부터 비대면진료를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뒤를 이어 원격 모니터링부터 시범적 시행(19.6%), 질병범위 제한(18.2%), 대면진료 대비 1.5배 수가 가산(10.8%) 순이었다.
 

비대면진료가 전문과목 중 일부를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시행될 경우에는 소아청소년과 등 소아질환을 다루는 과에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78.4%)이 압도적이었다.

재활의학 등 근골격계 질환이 12.7%로 뒤를 이었고, 정신건강의학과(3.7%), 수술 전후 관리를 위한 외과계(2.9%)라고 답한 비율은 5%를 넘지 못했다.

특히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가정의학과와 내과계(2.3%)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낮아 이목을 끌었다. 설문조사 결과와 달리 정부는 비대면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적절한 대상 질환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공개한 ‘비대면 진료 현황’ 자료에서도 진료과목별 진료건수에서 내과가 의원급(47.4%), 병원급(43.5%) 모두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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