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울산의대 교수들, 국제노동기구에 정부 '제소' 고려

울산의대 교수협 김미나 비대위원장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 강제 노동 금지 원칙에 반해"

김미나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서울아산병원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울산의대 교수들이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에 강제 노동 문제와 관련해 정부를 제소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의대증원 등에 반발하는 의료계에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자 국제 기구에 도움을 청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국회가 비준해 2022년부터 발효된 ILO의 핵심협약 3개 중에는 29호 강제노동금지 협약이 포함돼 있다.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김미나 비대위원장(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은 5일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지난 2주간 여러 의대 교수들이 대화나 중재를 위한 노력을 했지만, 이제는 그 시기는 지나버린 상황”이라며 “강제 노동으로 ILO에 정부를 제소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행정 명령으로 전공의들이 사직을 못하게 막고, 일괄 재계약을 하도록 하고 있다. ILO에서도 정부가 이렇게 하는 걸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건 아니다. 관련 경험이 없어서 (제소를 위해)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 2월 7일 수련병원들에 집단사직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병원들은 사직, 재계약 포기, 입사 포기 의사를 밝힌 전공의들을 강제로 임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같은 조치에 대해 법적 검토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헌법 제36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의료법은 의사가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미나 위원장은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평소보다 응급실 뺑뺑이가 더 많이 발생하거나, 수술을 못 받아서 사망하는 일이 늘었는지 등에 대해 명확한 데이터가 있는 게 아니다. 실제로 의약분업 파업이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사망률은 높아지지 않았다”고 했다.
 
전공의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국민 생명권 보호 등을 근거로 의사들의 기본권을 제한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평소 300명 정도이던 전임의도 현재는 100여 명뿐”이라며 외래를 축소하고 응급실, 중환자실 입원 환자 위주로 진료해야 하는 상황이란 점은 인정했다.
 
그는 다만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서울아산병원 같은 상급종합병원이 제대로 기능을 못 한다고 해서 바로 의료 사각지대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물론 환자들이 불편한 건 맞겠지만, 2차병원들이 바쁘게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의 단체행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기를 놓고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7.4%가 겸직해제나 사직서 제출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단체행동을 단행하기엔 너무 시기가 이른 건 아닌지, 법적으로 실제 조치가 이뤄질 때 나서야 하는 건지 등을 놓고 교수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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