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공공병원 정책 가늠자 '성남시의료원', 위탁 의무화 '제동'

성남시의회, 조례안 두고 여∙야 의견 갈렸지만 일부 공감대...장시간 논의 끝 추후 '재심의' 결론

11일 열린 성남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성남시의회 인터넷방송 중계 영상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성남시의료원의 위탁 운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성남시의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이 성남시의회 소관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만 향후 시민 의견 수렴 등 추가 검토를 거쳐 재심사키로 해 논란의 불씨는 남겨뒀다.

11일 열린 성남시의회 정례회에서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화복지위원회는 ‘성남시의료원 위탁 의무화 조례안’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인 끝에 심사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날 성남시의회에서 논의된 성남시의료원의 위탁 운영 문제는 윤석열 정부에서 향후 지방 공공병원들의 운영 방향을 예측하게 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단 점에서 의료계의 이목을 끌었다.

예상대로 국민의힘 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조례안을 두고 찬반으로 입장이 갈렸다. 하지만 양측 모두 상대 당의 의견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위탁 의무화에 찬성하면서도 시민 대상 의견 수렴 등 숙의 과정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위탁 강제와 성급한 추진에 문제가 있어 조례안을 폐기해야 한다면서도 위탁 운영을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해당 조례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정용한 의원은 “성남시의료원은 향후 매년 많은 재정 지원이 필요하며, 개원 3년차임에도 의사 충원을 못하는 등 진료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이에 성남시의료원을 대학병원 등이 위탁 운영토록 해 검증된 의료체계를 통해 진료 질과 시민 만족도를 높이고자 한다”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민주당 "의료원에 자체 정상화 위한 기회 줘야"...시장 권한 침해 우려도 제기

이에 대해 민주당 이군수 의원은 “현재 조례로도 대학병원 등에 위탁은 가능한데 발의된 조례는 위탁을 강제하는 것”이라며 “성남시의료원은 18년간 시민들의 피와 눈물로 만든 결정체다. 개원하자마자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방역 일선에서 최선을 다한 의료원을 만성 적자 등의 이유로 위탁해야 한다는 논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공공병원은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착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특히 성남시의료원은 이제서야 코로나를 극복하고 제대로된 병원으로 출발하려는 시점이다.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의료원이 자체적으로 경영정상화를 할 수 있도록 기회와 시간을 주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조례안 폐기를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시의회가 의료원의 위탁 운영을 의무화하는 것은 성남시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란 우려도 내놨다.

민주당 서은경 의원은 “과거엔 조례로 지방의료원 위탁을 규정할 수 없었는데, 지난 2012년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었던 현 신상진 성남시장이 이를 지자체 조례로 규정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의료원법을 발의해 국회에서 통과됐다”며 “그 법은 전국 지자체장의 재량권을 박탈하는 매우 위험한 것이었고, 실제 지금 성남시의회에 발의된 조례안은 신상진 시장의 권한을 박탈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최현백 의원 역시 “이 조례안이 통과되면 시장의 행정 자율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생기게 되는 것”이라며 “향후 성남시의회에서 이번 사례를 들어 얼마든지 조례로 집행부를 강제할 수 있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남시의료원 위탁 의무화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성남시의회 정용한 의원(국민의힘).

국민의힘 "적자가 아니라 의료 질이 문제...위탁 운영으로 양질 서비스 제공"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위탁 운영을 통해 시민들에게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례안에 찬성했다. 착한 적자가 생기더라도 양질의 의료가 제공된다면 괜찮지만 현재 성남시의료원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이영경 의원은 “왜 강제조항으로 하려고 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조급하지 않나 싶지만 시민 생명이 걸려있는데 더 시간을 끌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위치한 분당구 주민뿐 아니라 본도심에 있는 시민들도 좋은 병원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례안에 찬성했다.

같은 당 서희경 의원도 “세금이 많이 들어가더라도 시민들 생명을 구할 수 있고,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있다면 찬성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다른 병원보다 많은 연봉을 제시함에도 여러 과목의 의료진이 공석인 상태”라며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위탁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성남시 "조례안 찬성...공공의료 저하와 진료비 상승 우려엔 대책 준비 중"

조례안에 대해 성남시 역시 “성남시의료원 운영 활성화를 통해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취약계층 대상 공공의료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조례안을 수용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성남시 공공의료정책과 안성근 과장은 ‘착한 적자’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단 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의료원의 의사정원 28명이 결원이고 응급의료체계가 완비되지 않다보니 응급센터에서 전원율이 상당히 높다. 작년 기준 300건 정도의 전원이 이뤄졌다”며 “성남시 집행부도 매년 300억을 들인다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 만큼의 돈을 들였을 때 지역 주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으로서 가치가 생기길 바라는 것이다. 의료 질만 제고된다면 적자에 대해선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민간 위탁 시에 발생할 수 있는 공공의료 기능 저하와, 진료비 상승 우려에 대해선 별도의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과장은 “공공의료사업에서 의료원 지출 예산을 기존 총 예산 대비 2.3%에서 5%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현행 법은 광역단체 이상에서 공공의료지원단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고 있는데, 성남시는 자체적으로 지자체 최초로 공공의료지원단을 구성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진료비 상승 우려에 대해선 의료원 내의 수가 조정심의위원회를 시장 직속으로 전환해 우려를 불식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성남시의회 문화복지위 위원들은 이후 정회 시간에도 논의를 이어갔고, 결국 심사 보류 결정을 내렸다.

성남시의회 문화복지위 안극수 위원장은 “의원들은 현재 이 조례안을 원안 가결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봤다”며 “추후 성남시 집행부가 의원들과 시민들 의견을 반영 및 조율하는 시간을 가진 후에 다시 조례안을 심의하자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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