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태풍이 지나가고…의료계가 돌아봐야 할 것들

[젊은의사협의체 릴레이 칼럼]② 김기정 젊은의사협의체 위원·충북대병원 산부인과 전임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젊은의사협의체 릴레이 칼럼
젊은의사협의체는 지난 4월 대한전공의협의회·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주축이 돼 출범한 단체로, 전공의·공중보건의·의대생·전임의·군의관 등 40세 이하 의사들로 구성돼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주요 의료현안과 관련한 젊은 의사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칼럼을 격주로 게재할 예정입니다.

①이원진 젊은의사협의체 보건정책위원장·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부회장 
②김기정 젊은의사협의체 위원·충북대병원 산부인과 전임의

간호법과 관련해 의료계에 태풍이 한차례 지나갔습니다. 관련해 이 글에서는 최근에 제가 생각했던 세 가지를 말하고자 합니다.

첫째, 간호사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합니다.

간호사들과 논쟁을 벌이던 중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토론의 장이 열리니 간호법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간호사들이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한다는 것입니다. 교대 근무의 어려움, 처우 문제, 부당하게 생각하는 근무 형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싸움이 좋은 일은 아니지만, 간호사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기회입니다. 의사들은 의료계를 이끄는 리더로서,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이 기회에 간호사들의 솔직한 의견과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료계 공통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원을 최소한으로 고용할 수밖에 없는 낮은 수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의료계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 모든 직역이 힘을 합쳐 한목소리를 내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둘째, 갈등을 잘 정리해야 합니다.

6·25 전쟁이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개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거대한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싸우는 당사자들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떠한 의도와 이해관계가 의료계를 분쟁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싸움으로 상처 입고 피해당하는 것은 우리가 돌봐야 할 환자들과 의료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의료진입니다.

어쨌든 전쟁은 발생했고 우리는 전쟁을 잘 끝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필요 없는 상처를 주는 대신 예의를 갖추고 합리적인 논쟁과 토론을 해야 합니다. 갈등을 빨리 끝내고 협업하는 것이 국민 건강을 지키는 우리의 본분을 다 하는 방법이고, 이 분쟁으로 이득을 보는 거대한 의도에 저항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셋째, 의사들이 개인적으로 적극 의견을 내고 사회와 소통해야 합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실손보험 간소화, 원격의료, 의대 증원 등의 정책들이 의료시스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이해관계에 따라 논의되고 있고 매년 있는 수가 협상도 무의미하게 변한 지 오래됐습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온라인 공간 등에서 직접 의견을 내거나 글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쟁점 사안이 있을 때마다 뉴스의 댓글이나 게시판에 직접 의견을 제시하도록 노력합니다.

의사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개인적으로 의견을 내지 않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잘 알지 못해서 잘못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두려움, 온라인에 쓴 글은 논란이나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거대한 흐름 속에 내가 의견을 내는 것이 의미가 없어 보인다는 막막함, 그리고 의사의 업무가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점 등입니다.

그렇지만 잘 쓰인 글은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줍니다. 최근 저는 의대정원 증원이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다른 분야로 갈 인재를 끌어들여 국가 경쟁력을 약화하고, 과학고에서 의대 진학 시 지원금을 환수하는 정책과 방향성이 맞지 않다고 의견을 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후 같은 취지의 글이 증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본인이 직접 의견을 내기가 어렵다면 다른 사람의 좋은 글에 지지를 표명해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인이 서양인을 처음 보았을 때 귀신이나 괴물로 인식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의사들이 간호사를 착취하기 위해 간호법을 반대한다거나 의사들이 탐욕적이기 때문에 필수 의료를 기피한다는 잘못된 인식도 소통 부재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레지던트 시기에 의사 파업이 있었던 것은 그동안 의사들이 사회와 소통하지 않아 정치권에서 잘못된 판단을 한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파업과 같은 파국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의사들이 적극 사회와 소통하고 의견 제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과 비교해서 비교적 낮은 처우에도 뛰어난 의료를 제공하는 한국 의료계의 리더로서 의사들은 자부심을 가집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국민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대한민국의 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 타 직역과 힘을 합치고 개인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으면 합니다.


※칼럼은 젊은의사협의체의 공식 입장이 아닌 소속 위원 개인의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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