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결국 본회의 재표결 따라 '폐기'…찬성 178표·반대 107표

간호법 자체 반대하는 것 아니야, 그러나 모든 의료직역 찬성할 수 있도록 제대로 만들어야

사진=국회TV 실시간 생중계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간호법안이 결국 폐기됐다. 

국회는 30일 오후 2시 본회의를 개최하고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따라 간호법을 재차 심의했지만 최종 부결됐다. 간호법은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표결 결과에 따르면 총 재적의원 289명 중 찬성 178표, 반대 107표, 기권 4표가 나왔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다시 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앞선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총 290표 중 찬성 177표, 반대 112표, 무효1표로 부결돼 최종 폐기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간호법 부결 직후 "여야 협치를 여러차례 당부했지만 그동안 정치적 대립으로 부결되는 상황 반복되고 있어 유감"이라며 "국민들에게 송구하다. 앞으로 여야가 협의해서 마련하는 법안이 국민 의료서비스 질 제고에 도움될 수 있도록 여야와 정부가 함께 마주 앉아 간호법 처우개선, 필수의료 인력부족 해소, 의대정원 확대, 의료수가 현실화 등 지역의료기반 확대 등 정책 대안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간호법 제정을 두고 여야간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찬반토론에 참여한 의원만 7명이었다. 

간호법 재상정을 대표로 요구한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간호법은 초고령 사회에 간호 돌봄 공백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고 불법진료 논란으로부터 간호사 지키기 위한 법으로 꼭 필요한 민생법안이다. 민주당과 여당, 대통령 모두의 공약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간호법이 의료계를 니편, 내편으로 가르고 있어 안타깝다. 국민의힘은 간호법 자체를 반대하는 것 아니다. 이해당사자인 400만 보건의료인이 간호법을 우려하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간호법은 어떤 논의도, 협의도 없이 강행됐다. 240만 요양보호사를 통제하고 이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85만 간호조무사의 자존심과 생계를 어렵게하고 있다"며 "지역사회에선 의사 지도 없이 건강돌봄이라는 이유로 간호사가 만능 해결사가 돼 지역의료체계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했다. 

재차 찬성 측 의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간호법은 정정당당하게 국회법 절차를 거쳤고 내용적 측면에서도 대통령과 여당 공약이었다. 오히려 보건의료분야 직역 갈등의 이유는 70여년간 변화가 없는 수직적 의료법 체계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보건의료계 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간호법이 아니라 현행 의료법 내 업무범위의 불명확화다. 더 큰 문제는 이를 악용해 불법 의료행위를 강요하는 의사와 의료기관이고 이를 방조하는 정부도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거부권은 명백한 위헌 등에 대해서만 사용돼야 한다. 대통령의 무기가 돼선 안된다"며 "심지어 간호법은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젠 약속한 적이 없다고 한다. 약속을 안지키는 것도 모자라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간호법이 본회의 직회부된 것부터가 문제라고 재차 지적했다. 

조 의원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 첨예한 이해관계 법안을 봐야하는 법사위가 개점휴업상태다. 야당이 해당 안들을 본회의로 직회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에서 국회 권위와 기능에 큰 상처가 났다. 국회가 밤새 토론하는 민주주의 대신 사적 이익만 쫒고 있다. 이처럼 법안이 직회부되고 거부되는 것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간호법 만들자. 그러나 제대로 만들자. 간호사만 아니라 13개 직역 모두 찬성하는 법으로 만들자"고 전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간호법 대신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해 함께 힘쓰자고 제언했다. 그는 "간호서비스 질 제고 등 실질적 대책 정부가 발표하고 있다. 국회도 본질적으로 (간호사들에게) 꼭 필요한 것 무엇인지 논의하고 반영될 수 있도록 하자"며 "일방적인 법 제정이 아니라 실질적 지원을 통해 의료질 높일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한편 간호법 표결 전부터 여야 원내대표도 강하게 맞붙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간 간호법 최종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놓고 여러 차례 대화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며 "간호법에서 중시해야 할 것은 직역 간 이해다툼이 아니라 국민들의 보건"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간호법 재투표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먼저 국민의힘이 국민과 약속을 지키느냐, 둘째 여당이 국민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가볍게 넘기는지 셋째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정치를 끝내고 야당과 정치복원에 나서 민생회복의 길을 열겠다는 의지와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 민주당이 간호법 재표결을 강행하지만 이미 국민의힘은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며 "이제 와서 또 다시 악법을 추진하는 것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총선에서 이기겠다는 선거 공학적 목적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 백브리핑에서 "국민 입장에서 부당한 입법 폭주를 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 직역 간 중재와 설득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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