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탈리스트'가 뭡니까?

입원환자 전담, 전공의 업무 분담…문제는 돈

일선의 의사들은 구체적이지 않은 정책에는 관심이 없다.

여기서 구체적이란 '지금 당장 내가 먹고사는데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이런 무관심은 '여론 상의 여론'과 '실제 여론' 사이의 괴리감을 느끼게 해준다.
 
학회, 협회, 여론에서 불을 지피는 뜨거운 이슈를 개원의나 봉직의는 뉴스 제목조차 생소해 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전공의 수련 관리를 담당한다는 한 전임의에게 호스피탈리스트에 대한 병원 대처를 묻자 "그 제도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호스피스 사촌 쯤으로나 알고 있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기자도 그랬다.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는 상황에서 기사를 쓰기 위해 열심히 검색하고 전문가인 척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역지사지의 마음을 담아, 기자처럼 '어디 가서 무식하다는 소리 들을까 봐 가슴앓이하던' 독자들을 위해 호스피탈리스트에 대해 간략하게 풀어보겠다.

호스피탈리스트 역할: What is Hospitalist?
 

미국의 호스피탈리스트는 외과까지 커버하며, 컨설트 업무를 담당한다.


호스피탈리스트는 병원에서 입원환자를 전담 관리하는 의사를 말한다.

그 역할에 딱히 정답은 없으나, 먼저 도입한 미국의 사례를 보면 입원환자를 전담해 교수와 전공의 업무의 부담을 줄여주고 수련교육을 나눠맡는다.

최근 전공의 처우 개선(주80시간 근무 제한)과 관련해 의료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이 제도가 주목받는 이유도 입원치료 중인 환자들에게 전문적인 진료를 제공하는 기능 때문이다.
 

일부 미국 병원은 몇 개의 팀을 이뤄 낮 당직과 밤 당직을 교대하며 '24시간 전문의 상주'를 실현해 의료사고를 현격히 줄이기도 한다.

이것은 정부와 환자 단체 모두가 이 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점 가운데 하나이다.
 
또 다른 주요 업무는 전공의 수련교육이다. 수련병원 일부 전문과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키기 보다는 '일을 떠맡아 해결하면서 스스로 배워라'고 종용한다.
 
호스피탈리스트는 실질적인 교육 업무를 맡아 이런 점을 보완하고 전공의의 수련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밤 당직 호스피탈리스가 상주하는 경우 전공의 수련 교육이 상시로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이외에도 타과의 컨설트를 맡아, 컨설트 회신율을 높이고 컨설트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외국 호스피탈리스트 사례
"실질적인 미국 의료는 오바마케어가 아닌 호스피탈리스트에 의한 변화가 크다."

 
호스피탈리스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 제도에 대해 가장 많이 참고한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국내에서 수 년 전부터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을 주장한 허대석 교수(서울대병원 내과) 역시 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허 교수는 21일 서울대병원에서 있었던 '병원의료정책 심포지엄'에서 "환자가 고령화되면서 복합질환이 많고, (여건상) 분과별로 모두 당직을 서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의료가 세부 전공화되는 것이 환자에게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는 내과 의사를 호스피탈리스트로 고용함으로써 통합진료로 가는 중"이라고 밝히고 "이것이 병원 통합의 르네상스(Renaissance of hospital generalist) 시대를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미국 병원의 72%가 호스피탈리스트를 고용하고 있고, 공공의료의 한 축인 메디케어(Medicare) 청구의 2/3가 호스피탈리스트에 의한 것이라고 전하며, "실질적인 미국 의료는 오바마케어가 아닌 호스피탈리스트의 역할에 의한 변화가 크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영향을 받아 미국과 전혀 다른 의료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캐나다조차 100개 이상의 병원에서 이 제도를 채용하고 있다고 하니 호스피탈리스트라는 제도는 병원 운영에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의 경우 5팀을 만들어 '2주간 주간 병동 근무' '1주간 야간 병동 근무' '2주간 오프' 식으로 로테이션으로 운영하면서 젊은 의사들 사이에 만족도가 높은 근무 형태라고 한다.
 

국내 도입 현황 & 처우


호스피탈리스트를 고용한 국내 병원 현황
 

현재 일부 병원은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명의 내과 호스피탈리스트가 근무중이라고 한다.
 
직함은 '진료교수', 근무 형태는 계약직으로 보수는 많은 편은 아니다. 
 
'월급 조금 더 받고, 근무 시간 조금 줄은 전임의'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어, 과연 많은 전문의가 이 자리에 매력을 느낄지 의문이다.

 
수술하는 과의 상황은 더욱 나빴다. 입원 환자를 전담하다 보니 수술의 기회가 없고 전공의보다도 적은 월급을 받는다고 한다. (네트 500만원 수준, 외과 전공의는 정부로부터 추가 수당을 받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장진영 교수(서울대병원 외과 의무장)에 따르면 급여도 적고 외과에서 가장 중요한 수술을 하지 못해 지원자를 찾기 쉽지 않다고 한다.

 


미국에서 호스피탈리스트가 운영되는 형태와 한국 병원의 비교


허 교수는 이에 대해 미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내과나 응급의학과 담당의가 수술 파트의 병동을 커버하는 협업의 형태에 대해 전했다.
 

난항 이유
 
역시 가장 큰 장벽은 돈이다.

전공의 수련을 위임받은 병원협회는 이 제도에 대한 필요성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면서도 경영적인 이유를 들어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공공 의료인을 배출한다는 의미에서 공적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민간 의료가 지배하는 미국조차 전공의 수련을 국가가 나서 투자하는데, 모든 수가를 통제하면서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나라에서 전공의 수련에 대해 위임을 하고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으로 인해 근무인력에 대한 충원 필요성을 알고 있다며 비용을 같이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을기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병협에게 위임한 관련 데이터 조사에 문제가 있어 재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데이터를 통해 사업의 모형화만 완성되면 시범 사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직책에 대해 아직 그 역할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고 관련 단체조차 혼란스러워하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결국,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항상 '돈'이며 많은 전공의는 병협과 정부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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