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병원의 의도치 않은 퇴직 보너스
전공의협회, 정기총회에서 수련의 추가근로수당 승소사례 밝혀
법원, 당직비 정액제 무효– K병원, 인턴 당직비로 3,340만원 지급
군 복무를 마친 예비역에게 현역 군인의 처우 개선은 관심을 끌기 힘들고, 전문의가 되어 진료에 힘쓰게 되면 전공의 소식을 접하기 힘들다.
'전문의를 따기 위한 과정'이라고 치부하기에 5년이라는 시간은 절대 짧지 않다. 병원은 전공의 선발권을 가지고 있고, 전공의 업무 환경 개선에 주도적이지 않다. 전공의는 병원에 등을 지는 것보다 수련의 과정을 버티고 지나가는 선택을 하기 쉽다.
여타 쟁점이 의료계와 다른 집단과의 갈등이었다면, 전공의 처우 개선은 조금 다른 성격을 갖는다. 전공의를 고용하고 관리하는 주체는 병원이고, 그런 병원을 관리하는 것 역시 병원 협회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병원(혹은 병원협회)과 의사의 갈등으로 의료계 내부 문제에 가깝다. 그리고 의료계 내부에서 서로 존중하지 않으면서 국민에게 존중 받지 못한다고 푸념하는 것은 옳지 않다.
2월 28일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정기총회가 열렸다. 현재 후배 의사들의 상황은 어떻고, 그들이 바쁜 수련 중에도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들어 보았다.
1. 전공의 추가근로수당 소송
수련의에게 야간이나 휴일 근무 당직비를 ‘일정액만 주고 퉁치는 행위(소위 포괄임금제)’에 대해 법원은 병원의 수련 과정이 포괄임금제에 적용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작년 11월 법원은 K병원장에게 벌금형을 선고했고, K병원은 의사에게 인턴 근무 9개월간의 추가 근로 수당 3,340만원(이자포함 약 4,5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대전협은 소송을 시작했던 의사에게 자문 변호사를 소개해 주었고, 1심과 항소심 모두 승소를 이끌어냈다. 소송을 담당했던 나지수 변호사는 관련 브리핑을 통해 “선례가 없고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있는 사건이기에 통상적인 경우보다 오래 걸렸지만, 판례를 만들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소송은 이보다는 짧아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나 변호사는 이어 “임금 채권의 소멸 시점은 3년*이고, 보드(전문의 자격증) 취득 후에도 소 제기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보드 취득 직후 소 제기를 하면 전공의 2~4년차(가정의학과의 경우 1~3년차)에 대한 추가근로수당 소송이 가능하다.
대전협은 1월 발행한 웹진에서 “만약 내과 전공의가 3년치 초과근로수당 소송을 제기하면 수련병원은 해당 전공의에게 약 1억 원 정도 배상해야 한다. 전국 전공의는 약 1만 7,000명이다.”라고 밝혔다.
판례는 만들어졌고, 이미 많은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진행되는 소송 역시 전공의가 승소할 경우, 소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K 병원 전공의 – 공동(3~4명)
K-1 병원 전공의 – 1인
S 병원 전공의 – 2인
J 병원 전공의
S-2 병원 전공의 – 공동(90여명) 2015년 2월~
K-3 병원 전공의 – 개인, 2015년 2월~관련 문의(나지수 변호사) : [email protected]
2. 독립적인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 기구 설립
-내가 운영하는 기관을 내가 소속한 단체에서 평가한다.
-근무 환경이 적절한지를 알아보는 평가인데 근무자는 심의에 참여하지 못한다.
-모든 평가의 세부사항은 공개하지 않는다.
미국엔 미국수련의교육신임위원회(ACGME), 캐나다엔 로열 칼리지(Royal College)라는 전공의 수련을 평가하는 독립된 기구가 있고,
한국엔...
위에서 제시한 일을 하는 병원협회(이하 병협)가 있다.
어떤 일이든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정확한 현재의 파악’이지만, 자기 자신을 스스로 객관화하기란 쉽지 않다.
‘수련시간 계측 방법 논의’에 참석했던 한 전공의는 "병협은 야간 당직 시 잠을 자는 시간은 근무 시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라는 일화를 소개하며 합의 도출의 어려움을 피력했다.
송명제 대전협 회장은 "병협과 함께 수련환경 평가기구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논의를 하는 한편 정부와 국회를 통해 수련환경 평가기구 제도 설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투트랙(Two Track)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의협, 병협, 의학회, 보건복지부와 TFT팀을 구성하는 한편, 곧 여러 사람이 깜짝 놀랄만한 대안을 발표하겠다"라고 궁금증을 자아냈으나, 구체적 내용은 함구했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대전협이 병협을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지가 관건일 것이다.
3.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
처음 이 단어를 듣고 호스피스 동생쯤으로 생각했더라도 민망해하지 말자. 미국에서조차 1996년에 생긴 용어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쟁점이 된 단어이다.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
미국의 USCF 의대의 로버트 워터 교수는 1996년 NEJM에서 병원의 입원 환자 진료를 전담할 새로운 전문 의료 인력 필요성을 주장하며 처음 호스피탈리스트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미국에서는 입원환자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전공의 수련 교육에도 관여하지만, 우리 나라에선 전공의 업무 분담 측면만 강조하여 야간당직 업무로 한정된 경우가 많다. 현재 국내 일부 병원이 도입하였으나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한정된 역할이라도 도입되어 있는 형태가 전공의 처우 개선에 도움은 된다)
작년 대전협이 전공의 대상으로 시행한 수련환경 평가 설문에서 수련규칙 개정(주당 80시간 상한 근무) 이후 근무시간이 과거와 같은지를 묻는 말에 90% 이상은 이전과 같거나 오히려 증가했다고 한다.
전공의가 일찍 퇴근해도 병원에서 전공의 업무를 떠맡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80시간 상한 근무를 위해 한정된 시간에 무리하게 업무를 진행할 경우 의료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전공의 업무 스트레스는 그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다.
환자 수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전공의 업무는 결코 줄어들 수가 없다. 결국, 전공의 업무의 확실한 분담이 없는 근무상한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
일부 병원은 전공의 인력 공백 대안으로 PA(전문간호사)를 고용하지만, 의사와 간호사의 역할은 명확히 나뉘며 ‘간호사가 간호사에게 지시(오더)를 내리는’ 무면허 의료 행위가 병원에서 일어나서는 안된다.
작년 11월 기자 회견 <출처 : 대전협 페이스북>
대전협은 호스피탈리스트를 고용하는 것만이 실질적으로 수련환경 개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작년 기자 회견을 열어 수련 병원의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을 촉구했고, 웹진에 호스피탈리스트 전문가의 인터뷰를 실었다.
미국 호스피탈리스트 운동의 주창자인 로버트 워터 교수는 인터뷰에서 “환자들의 만족도는 호스피탈리스트 고용 후에도 계속 높았다.”며 “병원의 호스피탈리스트 고용은 의료비 절감과 환자 재원 기간 단축, 전공의 교육의 질 상승효과가 있는 것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환자, 전공의, 병원 모두 만족하는 제도라면 도입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총회에서 나오며...
전공의 처우와 관련하여 대전협은 병원과 병협의 적극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계에서 주구장창 주장하던 ‘단합’이라는 측면에서, 전공의를 소송까지 몰게 하여 내부적인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전협의 특성상 주체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그들 주장의 연속성을 기대할 순 없다. 대전협이 지향하는 방향이 맞다면 탄력받았을 때 앞으로 좀 더 치고 나갈 수 있도록 의료계의 뜻을 모아야 한다.
전공의 역시 의사고, 그들의 처우 개선이 결국 의사의 처우 개선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메디게이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유튜브
사람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