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대석 교수"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의료 집착 아닌 새로운 임종 문화 필요"

법이 취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 비판…"끝까지 의료집착, 병원에서 임종 맞이"

사진 :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서울의대 내과 허대석 교수는 "환자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연명의료결정법을 실시하게 됐다. 이에 따라 새로운 임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기 위해 법까지 마련한 상황이다"라며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임종기 환자에게 끝까지 의료를 제공하는 의료집착 상황에 있어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허 교수는 8일 열린 한국의료질향상학회 학술대회 '연명의료법 무엇이 문제인가' 세션에서 새로운 임종문화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면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통한 가치 중심의 임종을 맞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년 간 사망자는 약 28만명 이상으로, 이 중 외인성을 제외한 만성질환사망자가 25만~2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 교수는 "26만명에 가까운 환자들 중 병원에서 사망하는 사람이 21만명에 가깝다. 지난 1980년대만 해도 병원에 있더라도 임종이 임박하면 집으로 돌아가 죽음을 맞이했다"며 "그러나 10~20년 사이 완전히 역전됐다. 지난 2010년 기준 암환자의 86.6%가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사망 전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비율이 30.9%나 된다. 미국은 1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병원 중환자실에서 사망하는 환자들은 임종할 때 관을 제거하려면 10개쯤은 빼야 한다. 이러한 모습이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망한 다음 영안실이나 장례식장을 보면 거의 무슨 호텔수준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 임종 문화에 대한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임종기 환자에게 끝까지 의료행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상과 집에서 사망하는 것보다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것이 간병인 등 비용적인 측면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에 암환자들이 몰려있는데, 사실 이들이 원하는 임종장소는 가정"이라며 "호스피스연명의료법이 우여곡절 끝에 법으로 만들어져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최종 통과했다. 사실 국회의원들이 이 법을 제대로 알고 통과시킨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어느 누구도 고통스러운 임종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로 인해 만장일치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현장에서는 원하는 임종을 하기란 어렵다"고 했다. 
 
또한 허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절차가 입법 취지는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존엄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개선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오늘 아침에도 환자의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을 도와주고 왔다. 그는 호스피스를 위해 요양병원에 가기를 원했지만, 해당 요양병원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써오지 않으면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서울대병원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에게 이 내용이 무슨 내용인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무슨 말인지도 모른다. 나쁘게 말하면 끌려와서 본인이 계획서를 쓰는 것이 바로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사전연명의료계획서를 볼 수 있는 의료기관은 자체 내에서 윤리위원회가 있어야 하는데, 전국 의료기관 중 4.3%만 윤리위원회를 가지고 있어 이들만이 사전연명의료계획서를 볼 수 있다"며 "아무리 서류를 썼더라도 이를 볼 수 없다면 소용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허 교수에 따르면 본인이 사전연명의료계획서를 썼더라도 의료기관이 이를 확인하지 못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고 2주째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이러한 모순과 문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다"면서 "향후 의료서비스와 사회복지제도는 가치 중심으로 개선하고, 병원에서 임종을 맞기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통한 임종, 중앙이 아닌 지역 중심의 임종으로 문화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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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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