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흠 의장 "연명의료결정법, 현실과 괴리 심각하다"

"법안 시행 즉시 유보하고 개정 작업 돌입할 것" 정부에 요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연명의료결정법의 내용이 방대하고 복잡하다.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조건도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과의 괴리가 심각하다. 이 법을 위반할 때 처벌 규정은 지나치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은 오는 2월 4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해 법 시행을 유보하고 개정 작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 의사에 반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줄이고 법적 책임을 규정하기 위해 만든 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임 의장은 의료진이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한 규정을 위반했을 때 적용되는 4가지 처벌조항(벌칙, 자격정지, 양벌규정, 과태료)이 지나친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규정이 오히려 의료진의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해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조장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에서 300여명의 말기·임종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명의료 시범사업 결과에 따르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는 18명(6%)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연명의료 시범사업에서도 8300여명의 사망자 중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는 107건(1.3%)에 그쳤다.

임수흠 의장은 "연명의료결정법은 무려 4중의 처벌조항을 두고 있고 최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있다"며 "다른 나라에서는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중대한 처벌규정"이라고 했다. 또 "이런 잣대는 결국 현장의 의료진에게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조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장은 "사전연명 의향서를 받아놓지 못했거나 직계가족 모두가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혹은 가족 중 1명이라도 반대할 경우 의료진은 기약 없는 심폐소생술을 해야만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선 병원에서 관례처럼 시행하던 심폐소생술거부(Do Not Resuscitate, DNR) 양식은 더 이상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했다.
  
임 의장은 정부를 상대로 "연명의료결정법의 시행을 즉시 유보하고 개정 작업에 임하기를 당부한다"며 "의료계의 우려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연명의료결정법은 연명의료중단결정에 대한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명의료를 중단할 경우 등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제39조.벌칙). 인가받지 않은 기관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업무를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연명의료계획서 등의 보존기간(10년)을 지키지 않을 경우 30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제40조.벌칙).

이 법 위반자가 유기징역에 처할 경우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제41조.자격정지). 행위자 처벌 외에도 법인·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을 과(科)한다(제42조.양벌규정). 윤리위원회를 설치하지 아니하거나 등록기관 지정 취소 등에 따른 이관 의무를 시행하지 않은 경우 등에는 200만원에서 500만원에 이르는 과태료를 부과한다(제43조.과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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