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의 '건강경영'에 日의료계가 긴장하는 이유

[칼럼] 김웅철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저자·매경비즈 교육센터장

▲산토리의 한 직원 가족이 YaDoc 시스템을 통해 주치의로부터 온라인진료를 받고 있다. 사진=산토리 홈페이지

[메디게이트뉴스 김웅철 칼럼니스트] 일본의 유명한 주류·음료 회사 ‘산토리’는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와 같은 맥주, ‘히비키’, ‘미야자키’ 등의 고급위스키는 한국 사람들도 꽤 좋아하는 술 가운데 하나다.

요즘 이 산토리(공식명: 산토리홀딩스)가 일본 의료계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유는 산토리가 최근 발표한 ‘파격적인’ 사내 복지제도 때문이다. 복지의 내용은 직원과 직원 가족들의 건강 지원을 위해 ‘온라인 진료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
 
산토리는 2016년부터 ‘건강 경영’을 회사의 주요 경영지침으로 삼아 추진해오고 있다. ‘직원들의 건강이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모토로 다양한 건강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도입한 ‘온라인 진료 시스템’도 그 일환인데, 다만 ‘온라인 진료’라는 게 요즘 일본 의료계에서 민감한 이슈이다 보니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진료’를 사내 복지제도로 도입

산토리가 도입한 ‘온라인 진료 시스템’은 쉽게 말해 인터넷이나 IT기기를 활용해 직원들의  건강관리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이를 위해 유명 IT의료 기업(‘인테그리티 헬스케어’)과 손잡고 사내에 원격의료 시스템(야독, YaDoc)을 구축했다.

‘YaDoc’에는 모니터링, 온라인 문진, 온라인 진료 등 3가지의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데, 이용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활용해 자신의 의료·건강정보 기록, 문진에 대한 회답, 인터넷 화상 통화에 의한 진찰 등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관리 받을 수 있다.

 지난 10월부터 실시되고 있는 산토리의 온라인 건강지원 제도는 ‘직원 건강’과 ‘직원 가족의 건강’ 두 가지 분야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40세 미만의 직원들은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진단받고, 진단결과에 대해 보건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대상은 생활습관병(성인병) 위험군으로 분류된 직원들에 한정된다. 위험예비군 직원들의 건강을 조기에, 꾸준히 관리함으로써 그들의 병이 중증화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이다. 40세 이상의 직원들은 이미 정부에서 정한 정기 검진을 통한 건강관리를 받고 있다.

다음으로 ‘가족의 건강지원’.

직원과 떨어져 사는 가족들이 온라인진료 시스템을 활용해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상은 75세 이상이면서 간병이 필요한 가족으로 한정된다. 또 통원에 애로가 있는 등 정부가 정한 온라인 진료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대상자는 ‘YaDoc’ 시스템을 활용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병원 주치의로부터 온라인 진료를 받는다. 산토리에서는 매년 10명의 직원이 부모 간병을 이유로 직장을 떠나고 있으며 직원의 90%가 간병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회사 측은 가족에 대한 원격진료 지원이 사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족 대상 원격진료는 당장은 후쿠오카(福岡)시와 나고야(名古屋)시에 한정해 도입하고 추후 도쿄 등 수도권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빗장 풀린 일본 원격의료, 그 향방은

일본은 지난해 4월부터 사실상 원격의료를 본격 허용했다. 온라인 진료를 건강보험 적용대상으로 선정해 진료에 대해 수가를 부여했다. 물론 일본의 원격의료는 정책 초기단계여서 ‘의사와의 대면진료와 병행해야 한다’거나 환자의 상태, 온라인 진료시스템의 기준 등에 부합해야 한다는 등의 엄격한 조건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진료가 확산되는 데는 아직 걸림돌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의료 관련 업계에서는 어쨌든 온라인진료의 보험 적용이 실현됨으로써 원격의료의 빗장이 풀렸다는 데 적잖은 의미를 두고 있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고령국가이다. 2025년이면 일본 전체 인구 3명중 1명은 65세 고령자로 채워진다. 이처럼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또 혼자 사는 노인들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진료는 확대 적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논란 속에서 산토리라는 대기업이 사내 복지제도로 온라인 진료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은 타 기업에의 영향을 포함해 일본의 원격의료 확산에도 적잖은 파장을 던져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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