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환상버리고 의료인력 수가 인상부터”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 급여화 근거 부족·건보재정 부담 등 지적

▲대한의사협회지 12월호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면 의료의 과잉소비를 늘릴 수 있다. 보장성 강화에 앞서 원하 이하로 산정해 놓은 필수의료 수가를 높여야 한다. 그 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분의 1에 불과한 의료인력 노동에 대한 수가를 올려야 한다. 의료인력에 대한 낮은 수가는 우리나라 의료의 질을 떨어트리는 가장 큰 요인이다.” 

20일 대한의사협회지 12월호에 따르면 서울의대 내과학교실 허대석 교수는 '문재인 케어의 환상'기고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에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사람 중심의 철학을 가진 정부라면 다른 것보다 의료수가, 의료인력의 노동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라며 “환자들의 피와 오물을 뒤집어쓰고 온갖 병원균이 존재하는 위험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인, 특히 간호인력에 대한 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케어, 오바마케어와 근본이 달라 
 

허 교수는 문재인 케어는 미국의 오바마케어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의료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15%이상이 건강보험 미가입자였다. 오바마케어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는 전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있다.  

허 교수는 “오바마케어는 미국의 공보험인 메디케이드, 메디케어 대상자가 아니면서 민간 보험도 없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라며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건강보험의 적용 대상이며 저소득층일수록 내는 돈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의료비 지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의료비 부담이 적다보니 우리나라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고가의료장비 보급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의 2배이자 최상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일인당 외래진료일수나 입원일수도 OECD 평균의 2배로 OECD 국가 중에서 각각 1, 2위(2015년 기준)를 차지했다. 

허 교수는 “의료비로 인한 저소득층의 경제파탄은 기존 의료급여제도와 사회복지제도를 보완하는 것만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라며 “문재인케어는 지금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의료수요를 더욱 증가시켜 의료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했다. 

허 교수는 대부분의 의료비가 무료인 1종 의료급여 환자를 예로 들어 “이들이 1년간 사용하는 의료비는 일인당 565만원으로 건강보험 환자가 사용하는 115만 원의 5배”라며 “본인부담을 일부라도 적용하는 2종 의료급여 환자는 전액무료인 1종의 4분의 1 수준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비급여의 급여화 기준 명확하지 않아 

허 교수는 우리나라의 가계 직접부담 의료비 비율은 36.8%로 OECD 평균 20.3%보다 현저히 높아 이 비율을 낮추는 것이 문재인 케어의 배경이라고 했다. 2016년 OECD 통계를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구성을 보면 총의료비 중 비급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본인부담금의 비급여 비용을 포함한 국내총생산 대비 총의료비는 7.7%로 OECD평균(9%)보다 낮다.

허 교수는 “본인이 부담하던 비급여를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처리한다면 현재의 건강보험료보다 현저히 더 많은 부담금을 보험료나 세금으로 추가 납부해야 한다”며 “비급여 영역으로 아직 남아있는 의료행위는 대부분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에 건강보험에서 지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비급여 행위 중 우선적으로 의학적 근거가 있다고 인정한 ‘등재 비급여’ 485개 의료행위의 급여화(급여·예비급여)를 진행하고 있다. 허 교수는 “내시경초음파, 수술 중 초음파 등은 근거가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피온열검사, 한방향기요법, 금침, 기공요법, 약침술 등 20가지의 한방요법도 포함됐다”라며 “이들은 어떤 의학적 근거로 급여로 등재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허 교수는 "근거중심의료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신약을 급여화하기 시작하면 초고가 약을 팔기 위해 언론매체를 동원한 광고성 뉴스와 정치인, 환자단체를 통한 로비도 불사하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에게 ‘모든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를 내세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강보험 재정 쓸 때가 아니라 적립할 때 

허 교수는 무엇보다 5년간 30조6000억원에 이르는 문재인 케어에 필요한 건강보험 재정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국민 5000만명 중 경제활동이 가능한 25~59세까지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라며 "이로 인해 많은 의료비가 필요한 계층을 지원하고도 20조원이 넘는 건강보험 적립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2016년 건강보험 통계연보를 보면 전체 인구의 약13%인 65세 이상 노인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25조원이었다. 이는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64조원의 39%였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45~59세 연령이 모두 고령화되는 204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33%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했다. 

허 교수는 “저출산으로 전체 인구의 13.5%밖에 되지 않는 15세 미만 인구 677만명이 경제인구로 활동하는 205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1800만명이 된다. 이는 전체 인구의 39%이며 현재의 3배 수치”라며 “이제는 의료비 지출을 늘릴 게 아니라 더 줄이고, 20조원에 추가 적립을 해야 한다”고 했다. 

허 교수는 “전체 인구의 3%인 의료급여 환자가 건강보험 급여비의 13.7%을 쓰고, 1인당 500만원을 초과하는 고액 환자 4%가 전체 의료비의 40%를 쓰고 있다. 이들의 의료비 지출은 매년 10% 이상 늘고 있다”라며 “고가의 비급여 의료행위가 급여화되면 이들이 사용하는 의료비 비율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의 저자 칼포퍼의 발언으로 주장을 마무리했다.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시도가 늘 지옥을 만들어 낸다.(The attempt to make heaven on earth invariably produces hell).”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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