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사직서 수리, 의료공백 장기화"…서울의대 교수들, 정부·병원장에 읍소

강희경 비대위원장 "인권 유린에 해당하는 조치 하지 않길 기대…병원 내년 3월까지 버티기 어려워"

서울의대 비대위 강희경 비대위원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와 수련병원들이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사직서 수리 날짜가 다가온 가운데 서울의대 교수들은 실제 일괄 사직이 이뤄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대 비대위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15일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괄 사직이라는) 폭압적 처사는 설마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전공의 본인 의사를 존중하지 않아 문제가 몇 달간 계속돼 왔는데, 또 다시 인권유린에 해당하는 조치는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실제 일괄 사직이 단행될 경우에 대해) 교수들에게 의견을 묻긴 했지만, 후속조치에 대해선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며 “정부와 병원 집행부가 합리적 결정을 내리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수련병원들에 이달 15일까지 전공의 결원을 확정하고 9월 전공의 모집을 신청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9월에 지원하지 않는 전공의는 내년 3월 전공의 모집 시에도 복귀할 수 없다고도 단언했다. 수련병원들은 이같은 정부 방침에 맞춰 이날까지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서는 사직서를 수리한다는 방침이다.

일괄 수리 시 의료공백 더 장기화 불가피…"정부, 전공의들 부품으로 취급"
 
강 위원장은 “복지부는 전공의가 9월 미복귀 시 3월에도 복귀할 수 없다고 했다”며 “의료공백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의료체계가 이미 내년 3월 전에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강 위원장은 실제 일괄 사직이 이뤄지고 9월 모집이 진행될 경우 신규 전공의들을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합법적으로 사직처리가 된 결원에 대해선 모집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지원자 수는 많지 않을 거다. 특히 기피과의 경우는 굉장히 적을 것”이라고 했다.

한세원 부위원장은 9월 모집 시 지원 가능 지역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당연한 얘기지만, 그런데 정부의 이번 방침은 개인의 인권 (보호) 취지가 아니고 빅5 병원 인력 수급을 위한 것”이라며 “그렇게라도 빅5 병원을 유지시키겠다는 건데, 결국 전공의를 그냥 부품으로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비대위는 2025학년도 의대증원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강 위원장은 "지금 (2025학년도 의대정원에 대해) 말할 상황은 아니라 생각한다. 명확하게 말하는 게 별로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2026학년도부터는 의사수 추계기구를 만들어 협의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2025년도 정원은 과학적 추계없이 진행됐다는 의미"라고 했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하은진 교수.

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 진료 중심 전환 현재 상황서 현실성 낮아

비대위는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를 압박하고 있는 것과 관련, 지금과 같은 의료체계를 유지하려는 속셈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대외적으론 서울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들을 중전문의 중심의 중증환자 위주 병원으로 전환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구체적·현실적인 예산 확보 계획 등은 부재하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하은진 신경외과 교수는 “심평원의 보고서를 보면 상급종합병원의 1년 진료 규모 13조 8000억원 중 경증이 차지하는 비율이 33% 수준”이라며 “그걸 다 정리해서 1·2차 병원으로 보내라고 한다면 그로 인해 감소하는 수익을 상급종합병원들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수가를 개선해준다고 했지만 과연 비용을 다 보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중증환자 주임으로 가려면 간호사, 전문의도 추가로 채용해야 하고 병상 등 인프라도 새로 세팅해야 하는데 이미 적자가 누적된 상급종합병원들이 정부의 구체적 지원이나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그런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하 교수는 “결국 정부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전공의들도 예전처럼 몸을 갈아넣어 유지되는 의료체계가 아니라 변화된 체계로 가겠구나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건 없이 복귀만 종용하는 건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최근 교육부가 의대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강 위원장은 “정책이 나올 때마다 기가 차다. 이렇게 교육받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은지 묻고 싶다”며 “최근 의대생 대표가 인터뷰에서 반년을 교육을 제대로 못받았기 때문에 국시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국시를 치를 수 없는 거라고 했다. 그 학생이 양심적인 거라 생각한다. 그게 당연한 거고 특히 의사라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곽재건 교수는 “지금도 공보의, 군의관들은 (의사국시 파행으로 인한) 공중보건의사, 군의관 수급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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