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막으니 비대면 진료‧실손 간소화…대개협, 의협에 의료현안 대응 '압박'

의협에 비대면 진료 '플랫폼' 직접 개발 제안…의협 실손보험TF 보다 발 빠르게 기자회견 실시하기도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상반기 의료계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간호법 이슈가 대통령 거부권으로 저지됐지만 숨 돌릴 틈도 없이 각종 의료현안이 개원가를 덮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비대면 진료, 실손보험 간소화 등 개원가를 옥죄는 각종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대한의사협회 보다 앞장서 파격적인 제안으로 개원가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개협은 의협이 일부 이슈 및 수가협상 등 정부 정책 개선 요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비판하며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는 한편, 일부 이슈는 의협보다 먼저 행동에 나서는 등 개원의 회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약 배송 제외’ 문제 제기…의협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 만들어야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24일 의협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제36차 정기평의원회에서 산적한 의료현안을 설명하며 개원가 회원 보호를 위해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대개협은 2024년 사업계획안을 보고하며 ▲3차 상대가치 수가개편 등 일차의료기관 살리기 활성화 대책 마련 ▲무과실 의료사고 국가배상법 제정 등 법령 및 제도 개선 ▲의료인 업무 분장 대책 등 불법의료행위 근절 ▲비대면 진료 등 의료 산업화 관련 대책 ▲필수의료 활성화 등 공공의료 대책 ▲정부·유관기관 위원회 참여 등 대회원 권익 보호를 의결했다.

특히 김 회장은 한시적으로 허용돼 온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 형태로 시작된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약은 약국에서 받도록 하는 기형적 모델로 진행되고 있다. 약국이 모든 종류의 약을 보유할 수 없는 만큼, 약을 조제할 때 불가피하게 대체조제를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체조제가 일반화되면 결국 성분명 처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정부와 확실한 회의를 통해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또 "현재 플랫폼 회사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현재는 무료지만, 결국은 유료화해 사업을 키우려 할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사업이 구체화 된다면 국민의 건강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한다는 공익 목적과 사익을 추구하는 플랫폼 회사에 대응해 의협에서 플랫폼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협니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만들면 회원 통제가 가능해 진다. 협회가 회원을 통제할 수 있게 되면 비대면 진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의협 소극적 대응에 '탈퇴 공문' 보내기도…단독으로 기자회견 열어

대개협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의협의 소극적 태도를 꼬집었다.

김 회장은 "의협 실손보험 TF에 대개협 임원이 3명 활동하고 있는데 그동안 의협이 온라인으로만 회의를 계속해서 불만을 표시했다. 실손보험 간소화 법안의 문제가 큼에도 의협의 대책이 미흡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개협은 의협의 대응에 불만을 품고 독자적으로 해당 법안이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되기 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법안의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그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은 정말 파괴력이 있는 법이다. 중개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아닌 보험개발원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다. 그래서 의협 실손보험 TF의 안일한 대응 태도에 항의해 TF를 탈퇴하겠다는 공문까지 보낸 바 있다"며 "그랬더니 의협이 다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답변 공문을 보내 지금은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이러한 대개협의 압박에 온라인으로 진행되던 회의를 오프라인으로 전환하고 대개협 김승진 위원장이 앞장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개원의협의회가 6월 25일 제36차 정기평의원회를 개최했다.

의협에 수가협상 강력한 개선 촉구…대개협 주관 수가협상 개선 토론회 8월 개최 예정

대개협은 지난 2년 동안 수가협상단을 맡았으나 거대한 한계를 느끼고 수가협상을 포기하며 의협에 보이콧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의협은 수가협상을 그대로 진행했고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은 역대 최저 수가인상률인 1.6%를 기록했다.

김 회장은 "대개협 차원에서 수가협상에 대한 토론회를 하고자 한다. 이번 만큼은 물러서지 않고 수가협상의 문제를 지적하려 한다. 물가는 5~7%씩 오르는데 수가는 1.6%라는 게 말이 안 된다. 수가 협상이 아니라 물가, 최저임금과 연계해 적정한 수가인상률을 요구해야 한다"며 "의협이 적극 나서지 못하니 대개협 기획정책위원회가 주관이 돼서 8월에 수가협상 토론회를 열고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수가협상의 가장 큰 문제로 재정위원회에 공급자 단체가 제외된 점과 SGR모형을 수가모형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정위원회가 내년 수가의 밴드(추가소요재정분)를 결정하는데 총액이 한번 결정되면 사실 협상이 필요 없다. 수가를 3% 올리고 싶어도 밴드가 2조 이내로 정해져 있으면 수가협 상에서 1%도 더 늘릴 수 없다"며 "올해 수가협상에서 재정위원회에 공급자 단체를 포함하는 문제와 수가협상에 사용하는 수가모형인 SGR 모형을 폐기하는 것을 조건으로 해서 수가협상에 임할 것을 요청했는데 변한 것 없이 수가협상장에 끌려갔다. 체제 변화를 할 수 있도록 대개협이 앞장서서 노력해 보겠다"고 전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도 "아무리 개선을 요구해도 수가 인상률은 1~2% 사이로 고정돼 있다. 김동석 회장이 항상 주장하는 바이지만 완전히 획기적으로 수가협상의 판을 깨야 한다고 본다"며 "그나마 우리가 버티는 이유가 비급여 때문인데, 이마저 규제하려 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정말 전체 판을 한 번 깨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동석 회장은 ”의협에 개인적으로도 몇 번 얘기했고, 공문도 보내서 수가협상 보이콧을 주장한 바 있다. 의협 홀로 힘들다면 공급자 단체, 의료단체 대표들이 모여 격렬한 논의를 거쳐 다음 수가협상 때 다 같이 협상 거부 선언을 하자고 간곡히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대개협 주도의 토론회 등을 통해 수가협상의 틀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제3차 상대가치 점수 개편, 의원급에 불리…"의협 구체적 대안 제시도 못 해" 비판

한편 이날 일반과의사회 좌훈정 회장은 의협이 개원가의 주요 이슈 중 하나인 제3차 상대가치 점수 개편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좌 회장은 "최근 3차 상대가치 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 당초 제3차 상대가치 연구의 취지는 저평가된 진찰료 등을 현실화해 원가 이하의 수가를 어느 정도 정상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었는데 정부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진찰료에 대한 상대가치 연구를 하지 않고 엉뚱하게도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검체검사 수가를 빼서 다른 수가를 높이겠다는 결과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은 대형병원이 유리한 정책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 벌어졌다"며 "의협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의협 차원에서 제3차 상대가치 연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좌 회장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3차 상대가치 연구 자체에 대해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개협의 힘 만으로는 충분히 효과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우리가 의협에 강력하게 건의해서 제3차 상대가치 연구 결과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필요하다면 전면 수정 혹은 폐기하도록 강력하게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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