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의료기관 거부·취소 비율 50% 넘어…대개협 "예견된 파행"

진료는 비대면으로, 약은 대면으로? "블랙 코미디"…플랫폼 운영자 제3자 개입 "의료체계 혼란 야기"

비대면 진료 장면. 사진=보건복지부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의료기관으로부터 거부되거나 취소된 비율이 50%를 넘으며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의료계는 예견된 파행이라는 반응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계의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졸속으로 시행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비판하며 시범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대개협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비롯 언제든지 쉽게 집 근처에서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 접근성, 편리성, 경제성은 물론 일차 진료부터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니 질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수준"이라며 "이런 우수한 의료시스템을 갖춘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는 그리 급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이 아닌 것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국민의 생명권을 위해서는 비대면 진료방식이 대면 진료를 절대로 대처할 수 없다. 정확한 진단을 기반으로 하는 적절한 치료에 중점을 두기보다 일단 편의성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처방된 약은 약국에 가서 받아야 한다면서 진단을 받아야 하는 병원은 방문하기 불편하다고 하는 것은 블랙 코미디 상황이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코로나와 무관하게 탈모, 다이어트, 피임 등의 목적으로 많이 이용됐던 점, 비대면 진료 주 이용층은 컴퓨터 사용에 능한 30~40대였던 점을 지적하며 졸속 추진된 비대면 진료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개협은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의료 정책이 중간유통업자 격인 플랫폼 운영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한 기사를 보면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비대면 진료 시 초진 여부를 가리기 어려워 50% 거부가 생겼다며 빨리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는 것"이라며 "초진과 재진의 문제는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이지 환자도 의사도 아닌 중간상이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건보 재정이 흔들린다며 적정 수가조차 못 주는 현실에서, 중간유통업자 격인 플랫폼을 만들고, 환자와 의사 사이에 제삼자를 개입시키는 비대면 진료 시스템은 매우 위험하다. 중간상이 개입됨으로 인한 비용의 증가는 불 보듯 뻔하며, 의료 체계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대개협은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의사와 환자 간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정부는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제삼자 개입이 없는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장치 등을 개발해야 한다. 환자의 정보를 적법하게 다룰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모든 과정들이 안전하게 그리고 전문적으로 이루어질 때 진정한 진료는 물론 개인의료정보 보호와 같은 민감한 문제를 비롯한 부수적 문제점들이 해결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환자의 건강권은 몇몇 사기업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서 좌지우지될 수 없다. 의료 정책은 반드시 환자 건강과 안전이 첫 번째로 고려돼야 한다.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비대면 진료 정책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 경제적 준비, 시스템 구축 그리고 의사의 일방적 희생을 막을 사법적 준비가 완비되고 시행해도 충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대개협은 "졸속 시행 중인 비대면 시범사업을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고, 의료 전문가들과 협의를 통해 신중히 그리고 철저한 준비 하에 꼭 필요한 한정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오직 국민의 생명권 보호만을 위한 추진을 고려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바이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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