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의사판단 보조, 최종 책임은 의사에게...응급환자분류·연명의료결정 등 향후 20년간 의사 대체 불가능"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미래 진료실은 인공지능(AI) 활용이 더욱 활발해지지만, 여전히 의사가 최종 결정자인 동시에 환자 상태에 따른 책임을 지는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루닛 옥찬영 CMO(최고의학책임자)는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2년 여름방학 메디게이트뉴스 의대생 아카데미에서 인공지능 기술과 의료적용 분야, 미래 진료실에서의 활용 전망 등을 공유했다.
AI 판독 결과 참고는 수많은 의사들에게 동료의견(peer review)을 받는 과정
인공지능(AI)은 경험 기반으로 컴퓨터가 비슷한 모델링을 하는 것이며, 2000년대로 오면서 머신러닝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머신러닝이라고 하며, 이 중 보다 복잡한 분석을 딥러닝이라고 한다.
이 같은 특성으로 딥러닝을 할 때 데이터가 적절치 않으면 결과물도 잘못되기 때문에 반드시 데이터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하며, 데이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딥러닝을 할 때 다른 코호트 그룹에 적용시 적절치 않은 결과가 나오는 '오버피팅 (overfitting)'이 발생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 모델링 과정을 거친 다음 다른 결과물에 적용하는 검증(validation) 밸리데이션 과정을 여러번 거쳐야 한다.
마찬가지로 의학연구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데이터 양은 물론, 조건을 많이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폐암 환자의 생존율 예측모델에는 100명 보다 1만명을 대상으로 했을 때, 또한 병기부터 나이, 분자유전학, 치료약제 등 데이터 조건을 다양화했을 때 더 정확해진다.
옥찬영 CMO는 "기존의 전통적인 의학연구와 AI 활용 모두 원인변수와 결과변수를 명확히 해야 하며, 분석할 영역을 집중할수록 의미 있는 성능 개선이 가능하다는 게 공통점"이라며 "반면 기존 방식으로는 데이터 수 자체가 적어도 분석할 수 있지만, AI는 보다 다양한 소스(자원)가 필요하다. 같은 수 자료가 있으면 기존 방법은 모델 성능 개선을 크게 올리기 어렵지만 AI는 확실한 개선이 가능하며, 자료가 복합할수록 AI의 분석 효율성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옥 CMO는 "인공지능은 사람이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을 학습하기 때문에 사람 눈에 보이지 않지만 AI에서는 병변이 관찰된다면, AI개발시 어떤 데이터셋을 사용했으며 어떤 의사가 어떻게 표지(annotation)했는지 파악해야 한다. 또한 투입된 의사들의 의견과 AI를 검증한 의사들의 의견 간 차이도 해석해야 하고, AI 학습 과정에서 체계화된 오류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 CMO는 "AI 판독 결과를 참고하는 것은 마치 그 AI 개발 과정에 참여한 수많은 의사들에게 동료의견(peer review)을 받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 의견을 참고해 판단을 할 수는 있으나, 최종 진단의 책임 소재는 최종적으로 진단 후 서명한 의사가 지게 된다"며 "이 같이 의사가 최종 결정을 하고 책임을 지는 방식은 향후 10~20년 내 미래 진료실에서도 계속 유지될 것이다. 즉 AI에 최종 판단을 맡기는 미래는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AI가 의사 판단을 보조하는 역할은 더욱 강화할 것이며, 현재 의학의 수준에서 미충족 수요가 높은 영역의 경우에 한해 AI의 내재적 한계점이라는 위험 요인을 감내하면서 의미가 있는 기술인지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는 분야부터 AI가 의료현장에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옥 CMO는 "의사는 책임을 지는 입장이기 때문에 직접 환자를 진료해야 하고, AI기술을 활용한 데이터를 비롯해 관련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판단해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진료실 내 AI기술은 비록 의사가 할 수 있으나 반복적이고 단순한 형태의 업무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분야, AI를 통해서만 해결 가능한 의학적 미충족수요, 의사가 최종 컨펌(확인)을 하는 장치가 있는 분야 등부터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별한 기술의 도움이 없이도 의사가 간단히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영역이나, 여러 정보를 통합해 판단해야 하는 경우, 또한 의사의 최종 컨펌을 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는 영역 등은 AI기술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라며 "예를 들어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의 기존 병력과 문진, 검진, 및 여러 검사 결과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어느 전문의를 호출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일이나 기대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을 위한 상담 등은 단순히 몇 개 데이터만으로 AI가 학습·검증을 할 수 없어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진료실 내 AI 활용 확대 가능성에 의대생들 "AI에 대체되지 않을 의사가 되려면?"
이날 옥CMO는 의사로서 루닉의 의학자문 등 역할을 하는 만큼 의대생들로부터 직군과 관련된 다양한 질의가 이어졌다. 질의응답은 다음과 같다.
Q. 루닛 직원 구성이 궁금하다. 의학적 지식을 가진 의사들과 AI기술력을 가진 개발자들이 나뉘어 있는 구조인가.
모든 곳은 각자 전문분야인 인력이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루닛은 근무하는 의사들 중 암과 관련된 의학 영역에 깊은 전문성을 가진 분도 있고, AI 분석과 빅데이터 분석을 직접할 수 있는 분도 있다. 대부분 새로운 기술을 통해 의학적 해결에 관심이 많은 의사들이 모여 있다. 이외에도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의학 연구,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직업군이 있다. 회사 운영팀부터 제품(프로덕트) 개발 팀, 사업(비즈니스) 팀 등 부서에 맞는 다양한 전문 인력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Q. 루닛에서 의사 역할과 업무는 무엇인가.
루닛에서 의사는 제품 개발의 처음과 끝을 담당한다. 루닛은 주로 이미지를 활용하는 AI를 개발하고 있는데, 의사는 제품 개발에 앞서 어떤 이미지를 쓸지, 예를 들어 병리 이미지 중 어떤 슬라이드 활용할지 결정한다. 또한 의학적 미충족 수요를 정확하게 이해한 후 이에 따라 해당 이미지를 쓰는 이유와 제품화(상용화) 방향 등도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이 있어야 내·외부적으로 (제품 개발에 대한)설득이 가능하다.
의학적 상황에서 해결하기 어렵고 미충족 수요가 있는 분야 중 AI의 도움으로 해결이 가능한 것을 리스트업해 제품개발을 기획한 다음 제품개발의 마지막 부분도 의사가 담당한다. 개발이 끝난 제품이 진료현장으로 가려면 임상시험을 해야 하는데, 이때 임상연구 진행 방향을 기획, 설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상용화된 제품이 실제 진료현장에서 활용됐을 때 어떤 의학적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검증도 담당한다.
Q. 루닛에서 어떤 구조의 협업을 진행하나. 또한 협업을 할 때 겪었던 어려움도 궁금하다.
다른 회사, 병원과 운영 체계는 비슷하다. 이 때문에 사업운영 담당자, 제품개발자, 의사 등이 서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논의와 의견 교환 과정이 요구된다. 이때 의사로서 협업시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 의견을 공유하고 수정, 보완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열심히 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Q. AI가 20년 내 의사를 침범하지 않을 영역이 궁금하다.
의사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20년 후에도 AI가 업무 효율화를 도와주는 것은 확대되겠지만 최종 판단은 여전히 의사가 계속할 것이다. 의료현장에 가보면 교과서(텍스트북)처럼 진행되지 않는다. 교과서의 1페이지, 70페이지, 187페이지 등을 연결해서 종합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이뤄진다. 이를 AI가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다. AI는 각 페이지별 내용을 효율적으로 뽑는 역할, 즉 의사를 도와주는 역할을 더 확장할 것이다. 최종 결정과 판단을 기계에 맡기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 루닛에 합류하기 전 종양내과 의사로서 암 환자 진료를 담당했는데, 의사는 각 환자마다 가진 병만 보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성향, 환경 등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AI는 이같은 통합적 분석을 하기 어렵다. 알파고 역시 바둑이라는 분야는 사람보다 뛰어나지만, 바둑도, 장기도 잘 두면서 동시에 사회성을 갖춘 AI를 만들기는 어렵다. 의료 현장은 통합적 결정, 휴먼 인터랙션(인간-컴퓨터 상호 작용)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향후 20~30년 내 의사역할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Q. 로봇, AI에 대체되지 않는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생이 준비할 일은 무엇인가.
본인이 가진 전문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전문가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미 의대에 온 이상 공대생처럼 생명공학, AI 등의 기술을 따라갈 수 없으며, 해당 분야는 전문가에 일임해야 한다. 반대로 의대생은 AI 연구자나 개발자가 따라올 수 없는 의학적 전문성을 극도로 올려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의대 졸업 후, 전문의가 된 후, 그리고 진료교수 경험을 하는 사이에 실험실, 제약회사, 그리고 현재 의료 AI 회사 등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근무를 해봤다. 실제 교수를 경험한 이후에 산업계에서 근무했을 때 가장 소통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어졌고 역할 역시 더 중요해졌다. 의대생으로서 의학이 아닌 다른 관심분야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의학적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다.
Q. AI에 관심이 있다면 프로그래밍을 공부해야 할까?
이 역시 앞선 답변과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의대를 졸업한 후 프로그래밍에 흥미가 있어서 소소하게 코딩 공부를 했지만, AI연구자나 개발자들이 암 진단과 치료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것처럼 본인 역시 회사에 와서 보니 코딩실력은 AI연구자나 개발자보다 부족했다.
특정 분야의 공부를 해놓으면 추후 관련 분야의 회사에 들어갔을 때 업무 과정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전문가가 만든 모델로부터 예기치 못한 결과 나왔을 때, 코딩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어떤 영역에서 오류가 났을지 예측하고 조언할 수 있다. 또한 업무 강도와 소요 시간을 가늠할 수 있어 상대방과의 소통에서 이해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의대생은 구체적인 영역의 의학적 전문성을 높이는 게 100배 이상 중요하다.
Q. 의대생도 루닛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지는가?
의대생, 약대생 인턴을 받고 있으며 1개월에서 6개월까지 일을 하고 간다. 의대생이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추천한다.
Q. 이미지 외 다른 유형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AI바이오마커 만들 수 없는지?
가능하다. 인공지능에서 머신러닝, 딥러닝으로 넘어오면서 이미지라는 데이터 구조가 AI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여서 많은 회사와 연구자들이 이미지를 활용한 AI 모델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동영상, 소리, 자연어현상 등도 AI 모델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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