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건 넘은 '비대면 진료'...직접 경험한 이의선 원장이 본 현재와 미래

"접근성 향상∙만성질환 관리 등 효용과 비대면의 한계∙플랫폼 부작용 공존..안전 정착 위한 중장기 로드맵 필요"

아산케이의원 이의선 원장. 사진=메디게이트뉴스 의대상 아카데미 영상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코로나19로 문이 열린 비대면 진료가 2년여만에 어느덧 국내에서만 3000만건 이상 이뤄졌다. 제도화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진료가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게 될 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직접 비대면 진료를 해온 의료진은 비대면 진료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3월부터 비대면 진료를 중심으로 의료기관을 운영 중인 아산케이의원 이의선 원장(응급의학과 전문의)은 최근 온라인으로 열린 ‘2022년 여름방학 메디게이트뉴스 의대생 아카데미’에서 비대면 진료를 해온 경험과 향후 활용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거동불편 환자∙의료소외지 환자 편익 커...산부인과 등 병원 접근성 향상 효과도

이 원장은 먼저 비대면 진료가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 의료 소외지나 군부대, 교도소 등에 있는 환자들에게 편익이 크며, 사회적 인식 등으로 병원 방문을 꺼리던 이들에게 병원 문턱을 낮춰주는 효과도 있다고 봤다. 장기적으로는 비대면 진료가 증상악화를 방지하고 의료비를 절감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거동이 불편해 병원을 가기 위해 비싼 사설구급차를 불러야 하는 환자, 의료소외지에 있어 추가로 약을 처방 받으러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가야하는 환자, 코로나19로 격리해야 하는 환자 등에게 비대면 진료가 유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접근성 효과도 있다. 여자 환자들은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비대면 진료를 통해 직접 병원을 가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한 번의 계기가 마련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개인적 경험으로는 18~20세 여성환자들이 사후피임약을 처방받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런 환자들은 비대면 진료가 없었다면 산부인과 진료 대신 민간요법을 사용할 가능성도 크다. 진입장벽이 높은 진료과에서는 대면 진료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데이터 기반 관리로 증상악화 방지...재난 대응∙응급의료자원 효율적 배분

이 원장은 또 “이번 팬데믹 상황에선 급성악화 질환에 대한 진료가 많았지만, 장기적으로 비대면 진료 활용도가 높은 것은 만성질환”이라며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면서 환자의 급성 악화를 빠르게 인지할 수 있고, 궁극적으론 의료비용 자체를 절감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러 재난 상황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당장 접근이 어렵거나 위험한 재난 지역 등에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숨은 의료전문가 자원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비대면 진료는 감염 재난뿐 아니라 여러 자연 재난, 사회적 재난, 전시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특히 병원이 아닌 회사에 근무하는 의사, 육아∙출산∙지병 등으로 현장 활동을 못하던 의사들도 재난 상황 등에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응급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전 단계 트리아지(Triage)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보통 야간이나 주말에 응급실에 환자가 몰리는데 환자들 중에 증상이 심각하지 않지만 그 시간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도 있다”며 “비대면 진료는 이 때 새로운 수단을 제공해 준다. 이를 통해 경증 응급환자가 분산되면 응급실은 보다 중증환자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모든 진료과정 언어화 어려워...각종 기기 및 하이브리드케어 필요

그는 비대면 진료시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진료 과정을 모두 언어화 해야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대면 진료시 사용하는 시진, 청진, 타진, 촉진 등 비언어적 수단이 비대면 진료시에는 제한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아토피 환자를 비대면으로 진료할 때 환자에게 스무고개 하듯이 자세하게 물어봐야 했다. 환자는 의사로부터 질문을 많이 받아 만족도가 높았지만, 사실 피부상태는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는 것이 진료에 훨씬 도움이 된다”며 “이 외에 청각 장애인이나 고령 및 소아 환자의 경우 유일한 환자 파악 수단인 언어적 의사소통이 제한돼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이 같은 한계를 보조해 줄 수 있는 체온계, 혈압계 등의 간단한 기기들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환자들이 많단 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원장은 향후 기술 발전과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를 연계한 하이브리드 케어 등이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원장은 “생각보다 집에 체온계, 혈압계가 없는 환자들이 많은데 향후에는 비언어적 진료과정의 언어화에 따른 한계를 보충해 줄 기술들이 많이 발전 될 것”이라며 “실제 이미 전자 청진기, 스마트 이경, 스마트 설압자 등으로 구성된 텔레헬스키트가 판매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하이브리드케어 런칭을 준비 중인 곳도 많다”며 “아파트 설계 단계부터 의사는 비대면 진료를 하지만 아파트 내에 검진을 할 수 있는 기기를 마련해두고, 간호사 등이 채혈을 하면 약은 배송 로봇이 배달해주는 시스템을 논의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환자들 특정 약 처방 요구하기도...복약지도 상실∙치료시점 지연 문제

환자들이 특정 의약품 처방을 요구하는 사례들이 있으며, 비대면 진료 특성상 복약지도가 이뤄지기 힘들단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원장은 “약물 오남용이우려돼 처방 요구를 거부한다 해도 그 환자는 클릭 한 번에 계속 다른 병원에 진료 신청을 할 수 있다”며 “비급여 진료, 미처방 사례라고 하더라도 같은 증상으로 여러 차례 진료받는 것에 대해선 장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약 배송으로 인해 복약지도가 생략되고, 간호사와 약사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지던 처방전 리뷰 기회가 사라져 환자안전 문제 우려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디지털 약통, 복약 앱 등과 결합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료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단 점도 현행 비대면 진료의 한계로 꼽았다.

이 원장은 “약물의 투약 시간이 중요한 경우가 있는데, 지역적 한계로 약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 또, 주소 제공 부재 등으로 응급환자의 병원 이송이 필요한 경우 즉각 대응이 어렵다”며 “약 배송 문제는 드론배송, 거점배송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고, 응급환자 문제는구급체계와 연동 등 시스템 구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의사-환자간 신분 확인 문제...모호한 법적 책임은 의사 참여 저하 요인

이 원장은 비대면 진료 자체가 아니라 플랫폼들이 일으키고 있는 문제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환자간 신분 확인 문제가 있었는데 플랫폼들이 의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일이 있어 논란이 있었고, 개인 의료정보를 무분별하게 이용하는 업체들도 일부 있어서 정부나 의협에서 관련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일부 플랫폼 내에 환자들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는 지식인 같은 서비스도 나왔는데, 답변의 법적 책임이나 한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진행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비대면 진료에 대한 진료지침이나 책임소재가 명확치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원장은 “비대면 진료를 했을 때 환자와 의료진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체게 등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보니 의료진의 적극적인 참여가 저해되고 있다”고 했다.

무조건 찬성∙반대보다 중장기적 로드맵 필요...공공재난응급부터 시작도 가능

이 원장은 비대면 진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론 어떤 모습으로든 우리 곁에 정착하게 될 것”이라며 “무조건 수용, 무조건 반대보다는 중장기적인 활용 방안을 찾아나가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지금 플랫폼 춘추전국시대가 되면서 부작용도 많이 나오고 있다. 처음에 잘못된 방향으로 정착되지 않도록 감시 역할이 필요하다”며 “안전한 비대면 의료의 정착은 공정한 의료서비스 제공, 의료접근성 확대를 통한 사회 전체의 건강 증진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대면 진료가 의료전달체계 붕괴, 의료소외지 의료 인프라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에 대해서는 “그 같은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일지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공공의료나, 재난의료, 응급의료 영역에서 먼저 적용하면서 차근차근 흡수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의료소외지의 경우, 그 지역 내 하나 있는 약국이 유일한 의료 인프라일 수 있는데 약 배송이 되면 그마저도 무너질 수 있다”며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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