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병역법 개정 후 시작된 '공보의 훈련기간 미산입'...왜 지금 공론화가 필요한가
[공보의 복무기간 기획③] "공보의 역할 재정립 시점과 더불어 잘못된 정책 바로잡아야"
공중보건의사의 군복무 단축·훈련기간 산입 논란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해결은 요원하고 논의 또한 지지부진하다. 군의관 군복무 기간은 군의관 입영일이 전문의 자격 시험 최종 합격자 발표(2월 28일) 이후로 조정됨에 따라 단축됐다. 이와 달리, 공중보건의사의 군복무 단축 문제는 전공의 수련 공백을 포함해 실질적인 의료인력 공백을 야기하지만 개선 조치는커녕 논의도 활발하지 않다. 공보의들은 '국가가 의사 면허자에게 의료 전문성을 가지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도록 요구하려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보의 군복무 단축 논란의 원인을 찾고, 국방부와 공보의의 대립되는 입장을 살펴보고, 왜 이 시점에서 공보의 군복무 단축 공론화가 필요한지 들어본다.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공중보건의사의 군복무 기간에 대한 공론화가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보의들은 의료 환경의 변화로 인한 공보의의 역할을 재정립 하는 시점에 훈련기간 미산입 등 평등권을 위배하는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방의의무를 수행하는 일이 의사 전문가로서 역량을 쌓기 위한 수련을 막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군복무 이후에도 의사 전문가로서 수련을 이어갈 수 있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복무 기간 감소 추세... 제외된 공보의는 훈련기간 미산입에 대한 헌법소원 진행 중
공보의들은 전반적인 군복무 기간 단축 정책을 고려해서라도 공보의 군복무 기간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 정책의 일환으로 오는 10월 1일 전역자부터 단계적으로 현역병 복무기간을 단축한다. 육군·해병대·해군 등은 복무기간을 3개월 단축하고 공군은 복무기간을 2개월 단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육군·해병대의 복무기간은 21개월에서 18개월로, 해군의 복무기간은 23개월에서 20개월로 줄어든다. 공군의 복무기간은 지원율 저조로 지난 2004년 이미 1개월을 단축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24개월에서 22개월로 2개월만 줄어들 예정이다.
보충역의 복무기간도 단축된다. 사회복무요원은 24개월에서 21개월로, 산업기능요원은 26개월에서 23개월로 복무기간이 각각 줄어들 예정이다.
공보의 A씨는 "현재 보충역 중 사회복무요원은 훈련기간을 포함해 24개월 복무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공중보건의사나 공익법무관, 공중방역수의사,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 등은 군사훈련기간을 제외하고 36개월 복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보의 A씨는 "전반적으로 군복무 기간이 단축되는 상황이다. 사회복무요원, 산업기능요원 등은 복무기간이 줄어드는데 같은 보충역에 속하는 공보의 복무기간은 단축에서 제외돼 있다"며 "국방부는 훈련기간 산입조차고 불가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공보의 A씨는 "보충역간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전반적인 군복무 단축 정책에도 배제돼 차별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의사 전문직으로서 군복무를 하는 대신 현역으로 가고 싶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지난 5월 군복무를 마치고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 등이 될 공보의 총 7명을 대표 청구인으로 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대공협은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보충역 간 평등권 원칙의 위배 내용과 4월 복무 만료로 인한 의료 공백으로 수련 및 펠로우 임용 등 채용 과정에서 실질적 불이익을 받는 문제를 포함했다.
대공협 조중현 회장은 "공중보건의사는 다른 보충역 직군과 동일하게 군사소집훈련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훈련기간이 군복무기간에 산입되지 않아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조항의 적용을 받았고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호소했다.
조 회장은 "이뿐 아니다. 공보의는 훈련기간 미산입으로 인해 훈련기간인 4주 동안에 별도의 월급도 지급받지 못한다. 지방 병무청에서는 주소지와 훈련소간 거리에 따라 산정된 소액의 교통비만 지급한다. 4주 훈련기간 동안 교통비로 26000원만 받고 훈련한 공보의도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공보의 훈련기간 미산입 문제는 최근에야 공론화 됐다. 지금이라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통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원칙이 바로 세워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왜 지금 공보의 군복무 기간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가
공보의들은 농어촌 등 고전적 의미의 의료 취약지 감소와 더불어 의료 환경이 변하는 가운데 공보의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이 시점에서 20년 넘게 지속된 훈련기간 미산입 문제 등 잘못된 문제를 바로잡고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보의 훈련기간이 처음부터 산입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던 만큼, 국방부가 책임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보의의 훈련기간이 처음부터 군복무 기간에 산입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장교였던 공중보건의 신분이 보충역으로 강등된 이후 한동안 공보의의 훈련기간은 '병역의무의 특례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특례규제법)에 따라 군복무 기간에 포함돼 있었다.
훈련기간이 군복무 기간에서 제외된 것은 지난 1994년 특례규제법이 폐지되고 병역법에 통합된 이후부터였다. 1994년 1월 전면개정된 병역법은 제34조 3항에 '공중보건의사 또는 국제협력의사에 편입된 사람에 대하여는 제55조의 규정에 의한 교육소집을 실시하되, 그 교육소집기간은 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공보의들은 의료인 군복무가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를 돌아볼 때가 됐다고 짚었다. 이들은 의료인 군복무가 의사 전문가로서 가지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긴 기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면, 적어도 국가가 군복무 이후에 의료인으로서 심화된 수련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공보의 B씨는 "국가가 의사 면허자에게 의료 전문성을 가지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도록 요구하려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도 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현역병으로 가지 누가 의료 전문가로서 국방의 의무를 지려고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공보의 B씨는 "공보의로 군복무하고 소집해제 뒤에 수련병원에 인턴, 레지던트로 들어가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두 달의 수련 공백으로 누군가는 수련 첫 해를 고생한다. 이러한 문제는 고스란히 환자의 안전에 대한 피해로 이어지고 수련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하중에 시달린다"며 "이는 결국 병원이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온 의사들을 기피하는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현재 법률 조항과 달리, 병역의무의 특례 규제에 관한 법률을 병역법에 통합하기 전에는 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공중보건의사등 특례보충역의 훈련기간을 일괄적으로 군복무 기간에 산입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병역법과 특례규제법을 일원화 하면서 공중보건의사등의 훈련기간이 복무기간에 미산입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며 "헌법상 평등의 원칙이 위배된 것은 이 시점부터다"고 짚었다.
조 회장은 "공보의 제도는 처음 도입 취지와 달리,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 감소 등 의료 환경의 변화로 새로운 역할 모델을 정립하는 시점에 와 있다"며 "공보의 역할 변화와 더불어 훈련기간 미산입 같은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는 지난해 3월 공보의의 훈련기간을 군복무 기간으로 인정하는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이어 같은 내용을 담은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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