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군사교육기간 미산입...수련·의료인력 공백 낳고 레지던트 선발 시 차별

[공보의 복무기간 기획①] 헌법상 평등원칙 위배...의대생들 사이에서 일반병사 복무 선호 늘어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공중보건의사의 군복무 단축·훈련기간 산입 논란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해결은 요원하고 논의 또한 지지부진하다. 군의관 군복무 기간은 군의관 입영일이 전문의 자격 시험 최종 합격자 발표(2월 28일) 이후로 조정됨에 따라 단축됐다. 이와 달리, 공중보건의사의 군복무 단축 문제는 전공의 수련 공백을 포함해 실질적인 의료인력 공백을 야기하지만 개선 조치는커녕 논의도 활발하지 않다. 공보의들은 '국가가 의사 면허자에게 의료 전문성을 가지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도록 요구하려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보의 군복무 단축 논란의 원인을 찾고, 국방부와 공보의의 대립되는 입장을 살펴보고, 왜 이 시점에서 공보의 군복무 단축 공론화가 필요한지 들어본다.

공보의 복무기간 기획
① 공보의 군사교육기간 미산입... 수련·의료인력 공백 낳고 레지던트 선발 시 차별
② 국방부 "군의관과 형평성 어긋난다"...대공협 "공보의는 현역 아닌 보충역"
③ 왜 지금 공보의 군복무 기간 공론화가 필요한가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현재 진행 중인 공보의의 군복무 기간 논란의 핵심은 군사교육소집 기간(이하 훈련기간)이 의무복무(이하 군복무) 기간에 산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두 가지 관점에서 공중보건의사의 군복무 기간 내 훈련 기간 미산입 문제를 지적했다. 하나는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다양한 주체들 사이에서의 차별이고 다른 하나는 동일한 보충역 내에서의 차별이다. 대공협은 이러한 차별이 모두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공보의들은 군복무 기간 차별로 인해 복무를 마치고 레지던트 등 전공의 선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훈련기간 미산입으로 발생하는 두 달 간의 수련교육 공백과 수련병원의 의료인력 공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훈련 기간이 군복무 기간 내에 산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똑같은 '국방의 의무' 하지만 군복무 기간은 차별... 헌법 위배 

국민고충처리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08년에 병역법에 따라 복무 시작일을 입영한 날부터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군의관 등 단기복무장교의 훈련기간을 군복무 기간에 포함해야 한다고 권고를 내렸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군복무 기간 내 훈련기간 미산입 안건에 대해 평등원칙의 위배라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병역의 의무라는 같은 의무를 이행함에도 불구하고 복무기간 산입에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훈련기간이 군의 통제 하에 자유가 제한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복무기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고 봤다.

위원회는 '미리 알고 들어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국방부의 주장만으로 다수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가장 많이 제한하는 병역의 의무를 함부로 제한할 수 없다고도 해석했다.

위원회는 훈련기간이 군복무 기간에 산입되지 않는 것이 법치주의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법으로 정해지는 병역의무기간을 법적 근거 없이 임의로 시행령을 통해 연장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은 법률로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률 유보의 원칙'에 반한다고 짚었다.

위원회는 또 병역법에서 복무 시점을 '입영 시'를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군인사법 시행령에서 '임용 시'로 정하고 시행령을 따르는 것은 시행령이 법률보다 앞서 적용되는 것으로 문제가 된다고 봤다.

한편, 대공협은 공중보건의사 등의 군사교육기간 미산입 문제는 동일한 보충역 내에서 직접적인 차별을 일으킨다고도 주장한다. 병역법 제 34조는 공중보건의사를 의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인 보충역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공중보건의사와 마찬가지로 전문연구요원은 보충역으로, 복무기간 3년에 평균 입영 연령도 유사하다. 그러나 공중보건의사와 전문연구요원은 보충역에 3년 복무기간이라는 동일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군사교육소집 기간의 의무복무기간 산입 여부는 다르게 규정되고 있다.

병역법은 제34조 3항에서 공중보건의사의 군사교육소집 기간을 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동법 제39조 2항에서는 전문연구요원의 군사교육소집 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산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공협은 보충역 내의 상이한 의무복무기간 규정에 대해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대공협에 따르면, 이 문제는 공중보건의사뿐 아니라 공익법무관, 공중방역수의사,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 등 일부 보충역에 한해 군사교육소집 기간을 의무복무 기간에 산입하지 않고 있다.

대공협 조중현 회장은 "공중보건의사 등의 군사훈련기간을 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위법한 규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장교 등의 군사훈련기간 복무기간 미산입에 대한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제도개선 명령과 마찬가지로 공중보건의사 등의 군사훈련기간에 대해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병무청은 '군복무 기간에 훈련기간 산입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방부는 군의관의 경우에 "임관 후 담당직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자질을 검증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며 "학군 및 사관학교 출신장교와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병무청은 "공중보건의 등의 의무종사기간은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해당분야에 종사하는 날부터 기산해야 한다'며 '군의관과 형평성 차원에서 검토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훈련기간 미산입 문제가 일으키는 의료인력 공백과 레지던트 선발 과정에서 차별

공보의의 훈련기간 미산입 문제로 인한 여파는 의료 현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산입 문제는 그만큼 소집해제 시기를 늦춰 군복무 이후 전공의 수련 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레지던트 선발 과정에서 공공연한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련병원이 두 달 간의 인력 공백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공보의를 마치고 레지던트가 되려는 지원자들을 거절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보의들은 "훈련기간 미산입으로 소집해제 시기가 늦춰진다. 그 기간만큼 수련 교육에 차질이 생긴다. 수련병원은 일을 가장 많이 하는 전공의들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다"며 "국가가 의사 면허자에게 의료 전문성을 가지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도록 요구하려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문연구요원은 훈련기간 산입으로 소집해제 후 3월에 곧바로 일반 대학원 진학 등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며 "하물며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들이 훈련기간 미산입 문제로 병원 내에서 의료 공백을 일으키도록 방치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고 호소했다.

복무를 마치고 레지던트로 지원할 예정인 공보의 A씨는 레지던트 선발 과정에서 공보의들은 "백이면 백 차별을 받는다"고 밝혔다. 현재 인턴을 마치고 복무 중인 공보의는 약 250명이다.

공보의 A씨는 "희망하는 전공과에 레지던트 지원을 할 때 차별을 받지 않았다는 공보의들을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며 "차별이나 불이익의 이유는 두 달 간의 인력 공백이다. 레지던트 지원이 미달인 전공과나 수련병원으로 지원하라는 제안을 한다. 사실상 거절하는 셈이다"고 말했다.

공보의 A씨는 "당연한 일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병원에서는 한 명 한 명의 인력이 너무 소중하다. 레지던트는 게다가 병원에서 환자들을 제일 먼저 만나고 일을 가장 많이 한다. 레지던트 1년차의 두 달 간 부재는 의국 업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의국 마다 선발하는 레지던트 수는 다르지만 대개 1~2명이다. 그 중에 한 명이 2개월간 일을 하지 못한다고 하면 의국으로서는 인력 부재로 인한 타격이 크다. 그래서 공보의가 레지던트로 지원하면 수련병원에서는 난색을 표한다"고 말했다.

공보의 A씨는 "병역의 의무를 다 하는 것뿐인데 그로 인해 전공의 선발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실이 괴롭다. 수련병원에서는 전공과를 바꾸라거나 다른 수련병원으로 레지던트를 지원하라는 식의 말을 쉽게 한다"며 "그런데 전공과마다 전문성이 달라 똑같은 의사여도 사실상 전혀 다른 직업이나 마찬가지다. 두 달 기간으로 인해 인생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해에 레지던트 지원을 해야해 10개월을 허비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군복무 기간에 훈련기간이 산입돼야 한다. 의사 인력 양성은 국가의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수를 제한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며 "지금의 제도 안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다. 공보의를 마치고 레지던트로 지원하는 많은 의사들이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국방의 의무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의대생들 사이에서 늘어나는 일반병사 복무 선호 현상

의대생들은 학생이기 때문에 공보의 등 훈련기간 미산입 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밝히면서도, 의과대 학생들 사이에서 의사 전문직의 긴 군복무 기간으로 인해 일반 병사 복무에 대한 선호 현상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의과대 학생 B씨(본과 2년)는 "요즘 일반병사로 현역 복무하는 것에 대한 선호가 늘고 있다. 육군이 아니더라도 카투사, 공익, 의경 등의 복무 기간이 짧아진 것도 한 몫 했다. 또 과거처럼 무조건 의대 동기와 같이 학년을 올라가야한다는 생각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공보의나 군의관을 하면 이들보다 1-2년 이상 더 늦게 사회 진출을 해야한다. 그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실제로 의대 내에서 점점 일반병사로 입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휴학에 대한 의대 사회의 거부감으로 선뜻 선택하기 힘들다"며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휴학할 때 의대 생활에서나 전공의 지원시 불이익이 생길까봐 괜히 걱정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남들 하는 대로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과대 학생 C씨(본과 3년)는 "학생이니까 솔직히 훈련기간 미산입 문제는 잘 모른다"며 "하지만 많은 학우들이 의사 군복무가 과도하게 길다는 것에 대해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계속해서 짧아지는 육군의 복무기간과 비교해서 불합리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밝혔다.

C씨는 "혼자 휴학했을 때 동기들보다 뒤처진다는 압박감, 후배들과 나중에 일을 함께 해야한다는 부담 때문에 실제로 일반병사로 입대하는 학우들은 많지 않다"며 "그래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남자 학우들끼리 한 번에 군대를 다녀올 수 있면 정말 현역으로 가고 싶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의과대 학생 D씨(본과 1년)는 "일반병사의 군복무 기간이 점점 줄어 들어 가는 것에 비해 의사 전문가들의 군복무 기간은 요지부동인 것에 대해 아예 괜찮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며 "사회적으로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의사 전문가의 군복무일수가 조정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엿다.

대공협 조중현 회장은 "일반병사 군복무 기간이 단계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의사 전문직의 군복무 기간과 두 배 가량 차이가 나게 된다. '이럴 바에는 현역 다녀오는 게 이익이다'는 여론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의대생들의 공부가 연속선상에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제 입학하는 학생들은 고민이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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