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당할라" 떨고 있는 공보의들…"원격의료 의료법 위반·안전성 우려 문제제기하면 복종의무·성실의무 위반 아냐"

의협·의사회, 서천군 공보의 강제동원 원격의료 추진 중단 면담 실패…공보의들 보호가 최우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지자체가 추진하는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 중단시킬 수 없다면 공중보건의사들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이를 따라야 할까, 아니면 거부해도 될까. 이번 서천군수처럼 공보의에게 서면경고장을 보내 해당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복종의무와 성실의무 위반으로 처분하겠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대한의사협회 원격의료대응TF가 제시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보의는 의료전문가이기 때문에 지자체는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 기획단계에서부터 공보의에게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조회하고 자발적 참여에 관한 동의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아직 원격의료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을 뿐더러 의료법 위반으로 책임 소재의 문제도 있다. 지자체가 의료전문가와 소통 과정 없이 사업 기획 후에 참여를 강요한다면 공보의가 복종의무와 성실의무를 위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지난 8월 서천군은 보건지소 의사와 방문간호사를 연계 월 1~2회 방문 또는 원격으로 환자별 맞춤형 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2019년 의료취약지 의료지원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공보의에게 해당 사업에 강제로 참여하지 않으면 처분하겠다는 서면경고장을 발송해 크게 논란이 됐다. 급기야 대한의사협회, 충남의사회, 서천군의사회 등은 26일 서천군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서천군 면담 거부 당하고 사업 추진은 그대로  
 
▲서천군 원격의료 시범사업 및 공중보건의사 강제동원 규탄 집회 

지난달 전북 완주군에서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전북의사회 항의로 중단됐으나, 이날 충남 서천군에서는 항의집회를 열어도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 대한의사협회, 충청남도의사회, 서천군의사회 등이 서천군수와 서천군보건소장에게 요청한 면담도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역의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서천군수는 아예 상황을 모르는 것처럼 면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협과 의사회 회장 등은 서천군청에서 1km 이내로 떨어진 서천군보건소에 함께 갔다. 보건소장은 이들 중 3명만 입장하라고 실갱이를 하다가 결국 최대집 의협회장, 박상문 충남의사회장, 김신호 서천군의사회장에 의협 원격의료대응TF위원장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까지 4명이 보건소 회의실에 입장했다. 

현장에 취재기자 두명이 동행했으나 비공개로 입장 불가를 통보받았다. 보건소 관계자는 의료계 매체에서 왔다고 하니, “우리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쪽(의료계)으로만 유리하게 쓸 것 아니냐”며 냉담하게 대했다. 

그러다가 의협 원격의료TF 김대하 홍보이사가 등장했고 또 다시 인원수 제한 시비가 있었다. 보건소장은 "더 이상 들어오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 때 최대집 회장이 “그냥 나가자”라며 면담을 거부하고 앉아있던 회장 4명이 모두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의사회 관계자들은 “서천군보건소장이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고 한다. 서천군수는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보건소장이 일을 다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렇게 되면 지자체가 공보의들에게 지문인식 등으로 출퇴근 관리를 강화할 수 있다. 의료취약지 근무지 이탈금지와 상시 대기 등까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집 회장은 "2주 안에 사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공보의를 강제 동원한데 대해 직권남용으로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충남의사회 박상문 회장은 “일단 공보의들 보호가 최우선이다. 2주간 기다려보고 의협의 대처에 함께 나서겠다"고 했다. 

"의료전문가로서의 뜻이 상충하면 복종의무, 성실의무 위반 아냐" 

의협 원격의료대응TF에서 작성한 안내서에 따르면, 공보의가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하면 의료전문가로서의 책무가 상충되고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주장할 필요가 있다. 

의협은 “방문간호사를 통한 진단과 처방, 이에 따른 의약품 전달의 형태로 진행되는 시범사업은 현행 의료법 제34조제1항에서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도록 한 원격의료의 범위를 넘어선다. 원격지의사가 공중보건의사라고 하더라도 간호사를 통한 진단과 처방은 대면진료(직접 진찰)의 원칙을 선언한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 저촉될 소지가 많다”고 밝혔다.

의협은 “시범사업의 추진을 위해 전국 각 보건소(지소)에 소속된 공중보건의사가 원격지의사로 활용되면 의료법 제34조 제3항에 따라 공중보건의사는 환자를 직접 대면해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책임을 진다. 즉,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책임도 모두 부담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만약 시범사업 참여지시를 거부할 경우 감독관청에서는 복종의무와 성실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징계에 회부하겠다고 할 수 있다. 공보의에 대해 원격진료 내지 화상통화를 통한 처방 지시를 내리는 과정에 있어 업무지시․감독자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서는 이를 거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의협은 “양질의 환자 진료행위를 유지하고, 장래 예상되는 환자의 문제제기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라며 "의사의 직접적인 대면에 따라 이뤄지지 않은 의료행위를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응급상황도 생길 수 있다. 원격의료 사업은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하는 의료 전문가로서의 책무가 상충된다"라며 "사업 거부는 정당한 권리이며 복종의무나 성실의무 위반으로 속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의협은 “공보의는 의료전문가로 행위의 주체이므로,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 기획단계에서부터 공보의가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조회하고 자발적 참여에 관한 동의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기획한 다음에 참여를 강요받을 경우 복종의무와 성실의무를 위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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