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사회·의협 26일 서천군청 항의집회 "공보의 진료 후 방문간호사 대리처방 등 의료법 위반"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서천군수가 서천군보건소 공중보건의사에게 '커뮤니티케어 사업의 일환인 의료취약지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하라'며 보낸 서면 경고장으로 지난달에 이어 의료계가 또 한차례 발칵 뒤집혔다. 서천군 공보의가 만성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한 다음 방문간호사를 통해 예방·관리하라는 시범사업을 지시했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국가공무원법 위반에 따라 처분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법 위반 등의 문제로 이 사업에 참여를 꺼리는 공보의들을 돕기 위해 서천군의사회와 충청남도의사회, 대한의사협회 등은 급기야 오는 26일 오후 3시 서천군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로 했다.
24일 의료계 관계자들로부터 해당 서면 경고장을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천군보건소장은 보건소 소속 공보의에게 '보건지소 중심 서천형 커뮤니티케어 사업 추진 협조 요청' 문서를 발송하고 철저히 추진해달라고 통보했다. 서천군보건소 공보의가 서천군의사회와 연대해 의료법 위반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서천군이 제시한 ‘보건지소 중심 서천형 커뮤니티 케어 실현’사업은 만성질환 예방관리, 다분야간 협력 체계 강화 등을 통해 지역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건강생활습관 실천 확산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서천군은 올해부터 보건지소를 플랫폼으로 찾아가는 방문전담팀을 신설하고 기능을 보강한 다음 '주민 지역 맞춤형 통합 보건담당제'를 실현할 계획이었다.
서천군수는 해당 공보의에게 즉시 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천군수는 “(공보의의 시범사업 참여 거부로) 의료취약지 의료지원 시범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라며 "이는 국가공무원법 제57조 복종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서천군 적극행정 면책 및 공무원 경고 등 처분에 관한 규정에 의거해 서면 경고하니 업무에 철저를 기해 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서천군수는 “앞으로도 원활한 업무 추진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국가공무원법 및 공보의제도 지침에 의거해 처분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에 공보의들은 물론 대한의사협회 차원으로 의료법 위반 등의 이유로 서천군수와 면담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보의가 진료를 한 다음 방문간호사에 의해 처방약 전달 등 대리처방이 이뤄지면 현행법상 의료법 위반이며, 만약 의료사고가 나면 해당 공보의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의 책임을 져야 한다.
충남의사회 박상문 회장은 “지난주에 대책 마련을 위해 지역 공보의들과 한 차례 모임을 가졌다”라며 “아무리 시범사업이더라도 공보의들이 진료를 하다가 잘못되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공보의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일단 26일 서천군청 앞 집회에서 서천군수와 만날 수 있다면 대화를 통해 시범사업을 중단해보고자 한다"라며 "의협 원격의료대응TF팀장인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전국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조만간 나올 TF 차원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공보의를 대상으로 하는 대책이나 안내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조중현 회장은 “공보의들이 서천군에 수차례 시범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건의했지만 의견수렴이 잘 되지 않았다. 비슷한 사례들이 다른 시군구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공협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했고, 시범사업에 앞서 공보의들의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는데 뜻을 함께 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도 공보의에게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강제로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공보의들은 공무원 신분인 만큼 지자체에서는 행정적 약자다. 공보의들이 2~3년씩 잠깐 머물다 가다 보니 일부 지자체는 공보의를 활용해 치적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라며 “복지부나 보건소 등과 연결해서 공보의가 강제로 참여하도록 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중단시켜야 한다. 이번 서천군 사례가 드러나면서 지자체의 나쁜 관례들이 발본색원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지자체 원격의료 시범사업 강행과 저지 사건은 지난달에도 있었다.
전라북도는 지난달 14일 완주군에서 운주면, 화산면에서 지역주민 40명을 대상으로 의료취약지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보건지소를 이용하는 환자들에게 공보의와 방문간호사를 활용해 원격의료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북의사회는 밀실행정과 의료법 위반을 내세워 강력하게 반대하고 결국 항의 집회로 중단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각 지자체에 이 사업에 동참하도록 했고 전북 완주·김제, 충남 홍성·서천, 제주 서귀포 등 전국 9개 시도, 47개 시군구에서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의사회 김재연 정책이사는 “공보의가 진료를 한 환자에게 간호사 방문을 통해 대리처방을 하게 하면 의료법 위반 우려가 있는데도 보건소가 임의로 원격의료 대상자 환자 40명을 선정했다. 의료법 위반은 물론 만약 대리처방으로 사고가 난다면 공보의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의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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