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사고 겪고도 고압산소치료기 '챔버' 관심 부족 …우리나라 챔버 26대, 미국 1200대, 일본 568대
고압의학회, "재난사고 대비해 챔버 배치하고 효율적 환자 치료 위해 인력 수가·인증제 마련해야"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일산화탄소중독, 잠수병 등 응급 중증질환뿐 아니라 화상, 당뇨발 등에도 효과를 보이고 있는 고압산소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의료용 고압산소치료기인 챔버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은 의료기관에서 챔버를 활용한 고압산소치료를 도입한 역사가 수십 년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챔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중독 사건을 겪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챔버는 대기압(1기압)보다 높은 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환자가 순도 100% 산소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하는 의료용 고압산소치료기를 뜻한다.
대한고압의학회는 19일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에서 열린 '2019년 춘계심포지엄'에서 국가 주도의 챔버 도입과 고압산소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인용 챔버가 지리적 특성에 따라 배치해야 하고, 중증환자 치료를 위해서 적극적인 고압산소치료 도입을 위해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력 운영에 관한 수가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공통적인 의견이 나왔다.
"환자 치료 가능한 챔버 전국에 26대... 지리적 특성 고려해 다인용 챔버 도입해야"
환자 치료가 가능한 우리나라의 챔버 수는 26대로 미국 1200대, 일본 568대, 중국은 5000대에 비해 매우 적다. 강릉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오세현 교수는 중환자 치료를 위한 우리나라의 챔버 수는 절대적으로 적고 인구나 면적에 비해서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효율적인 챔버 도입과 배치를 위해서는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다인용 챔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지난해 12월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고압산소치료를 할 수 있는 고압산소치료기인 챔버는 전국에 159대라고 한다. 서울에 30대, 경기에 23대, 부산에 18대가 있다"며 "챔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데도 왜 고압산소치료를 못받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서울에 있는 챔버 30대가 모두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챔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환자 치료를 할 수 없는 챔버 등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에 포함돼 심평원 통계에 함께 추산된 것뿐이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중환자를 효율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국적으로 챔버의 위치, 개수, 종류 등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국내 챔버의 권역별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28개소에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13개소, 지역응급의료센터 6개소, 공군·해군 의료원 2개소, 평택굿모닝병원, 삼육서울병원 등을 포함해 보건지소와 기타 의료원 7개소에 있다. 하지만 군용은 이용 제약이 있으니 실제로 국내에서 이용 가능한 챔버 수는 훨씬 적다"고 짚었다.
오 교수는 "중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챔버를 적정하게 배치해야 한다. 챔버는 일산화탄소 중독이나 잠수병 발생 확률이 높은 지역적 특징을 고려해 배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번에 한 명의 환자만 치료 가능한 일인용 챔버가 100~200개 있는 것보다 2인 이상의 환자를 동시에 치료가능한 다인용 챔버가 50개 있는 편이 더 낫다"며 "일인용 챔버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중환자 치료를 하려면 고가의 추가장비가 필요해 결국 중환자 치료를 위해 마련한 장비인데도 치료에 제약이 생실 수 있다.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입할 수 있는 챔버의 개수에 제한이 있다면 다인용 챔버를 도입해야 한다. 다만 다인용 챔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의사, 오퍼레이터 등 최소 4인 이상의 운영인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다른 나라는 챔버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적응증은 어떠한지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며 "다만 면적과 인구 등을 고려해 비교했을 때, 미국은 인구 밀도가 낮은 곳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인구 100만명 당 챔버 수가 3.7명이었다. 우리나라는 0.5명에 불과했다. 이는 일본 4.5명, 중국 3.6명에 비해서도 월등히 떨어지는 수치다"고 말했다.
그는 "챔버의 절대적인 수도 부족하다. 미국은 1200대, 일본은 568대, 중국은 5000대지만 우리나라는 26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챔버 치료 적응증과 관련해서 우리나라는 응급, 만성상처, 돌발성난청 등으로 분류하고 있고, 일본은 응급, 비응급 그리고 잠수와 관련된 재가압치료로 구분하고 있다. 중국은 응급과 비응급으로 구분하는데 상대적으로 비응급이 많다. 미국은 잠수및고압의학회(UHMS) 기준에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일본은 매년 챔버 개수에 대해 도나 현 별로 통계를 내고 있다. 일본 매뉴얼을 보면 196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말, 2000년대까지 챔버 폭발 사고 등을 전부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도 기록해서 경각심을 가지도록 하는 통계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점이 부럽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재난과 고압산소챔버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제안을 하고 싶다. 세월호 침몰 때나 대형 화재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치료에 쓸 수 있는 이동형 챔버가 있으면 좋겠다"며 "국가적으로는 재난 상황에서 이동해 장기간 오래 쓸 수 있는 챔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결국 우리나라에서 챔버가 몇 개 필요하느냐 고민한다면 중환자 치료에 적합한 다인용 챔버를 어디에 몇 개 배치할지가 중요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역에 배치해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가가 도입 비용을 전적으로 지원한다면 그 전까지는 아무도 투자하지 않고 기다릴 것이다"며 "챔버만 있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챔버를 운영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운영 인력을 지원까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압산소치료 정착 위해 챔버 인증제도 만들고 인력 수가 도입해야"
순천향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김기운 교수는 챔버를 활용한 고압산소치료를 운영하기 위해 국가가 주도적으로 안전한 시설 관리를 위한 인증제도를 마련하고 인력에 대한 수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효율적인 환자 치료를 위해서 중환자 치료는 어려운 저압 챔버 등으로 나가는 급여는 시간을 두고 없애고 고압 챔버로 교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런 이야기를 꼭 해야한다"며 "당뇨발 환자에게 고압산소치료(HBOT)를 하면 족부를 절단해야 하는 위험이 3배 가량 감소하고 회복 속도는 10배 빠르다. 고압산소치료를 하는 것이 비용면에서도 환자 편의를 위해서도 좋다. 이런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인증 절차를 도입하려면 첫 번째 논점은 고압이란 무엇인가 정의해야 한다. 사전적 정의로는 1.3기압(ATA) 이상이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소프트 챔버 치료는 단지 고산병에만 허가된다. 1.4 이하의 압력은 치료적 고압산소요법의 압력에 도달하지 않으며 학회 적응증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고압산소요법의 치료 적응증은 모두 2기압 이상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에 저압 챔버가 159대 있다. 대부분 피부탄력 회복 등 미용 분야와 건강증진 분야에서 쓰인다. 이런 데에 건강보험 비용을 쓰는 것은 아깝다"며 "130대 정도가 그런 식으로 챔버 급여가 되는데 미용 목적의 수술에 보험 급여 해주지 않듯 그런 목적으로 챔버 쓴다면 보험 신청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심평원 기준에 '치료적 고압'의 정의가 누락돼 있다. 현재는 저압 챔버까지 급여를 하고 있다"며 "물론 기존에 심평원이 제대로 정의하지 않아서 저압 챔버를 산 의료기관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저압 챔버 제품의 사용 연한을 고려해 한시적 급여를 지급 후 '치료적 고압산소치료'를 할 수 있는 챔버로 교환하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급여 기준과 수가가 중요하다. 챔버를 활용한 고압산소치료 급여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기준은 근거 기반이 반대로 되어 있다"며 "화상, 당뇨발, 뇌농양, 골수염, 버거씨병 등 오랜 시간 고압산소치료가 필요한 질환을 14회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일산화탄소중독, 잠수병, 가스색전증 등 질환에는 시간에 따른 고압산소치료 횟수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유럽과 일본은 장폐색도 인정한다. 미국처럼 이에 관해 인증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 미국은 잠수및고압의학회(UHMS)가 위임받아 인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미국도 고압 산소치료를 국가 주도로 결정하고 급여 기준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평가 범위를 살펴보면 굉장히 많다"며 "그러면 인증제의 효과는 무엇일까. 치료의 품질이 향상되고 시설의 효율성이 증대된다. 인증을 받는 곳에 보험료의 혜택을 주면 인증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인증 유효 기간이 3년이고 재인증 절차를 가지고 있다. 전문인력은 미국 잠수및고압의학회 전문의 과정 합격자, 미국 잠수 및 고압의학회 간호사, 기사 과정 수료자 등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인증 방식은 권역센터 인증 방식처럼 안전성, 효과성, 환자중심, 적시성, 가능성, 공공성 등을 기준으로 따라야 할 것이다"며 "인증 주체에 따라 국가가 하면 '인증 기관'이 되고 민간이 하면 '인정 기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심평원이나 MRI 또는 CT 인증을 직접 맡는 복지부 의료자원과가 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인력과 관련해서는 세부전문의 제도로 갈 것인지 교육 이수자를 양성하는 방안으로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인증과 수가를 연동할 것인지도 논해야 한다. 또 인증 방식을 인증과 비인증으로 정할지 등급별로 인증을 해 수가와 연동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이제라도 고압산소치료에 대해 국가 주도의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근거기반 수가를 마련하고 인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의학적 효과에 근거한 기준이어야 하고 안전한 관리를 위해 인력과 장비에 대한 인증을 필수로 해야 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복지부와 심평원이 국가적으로 고압산소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주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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