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마저…외래까지 확장 거듭하는 빅5병원, 거꾸로 가는 의료전달체계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43화. 거꾸로 가는 의료전달체계 

지난 4월 3일, 서울대병원이 ‘대한외래’의 개원식을 열었다. 국내 최고의 병원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병원이 넘쳐나는 외래 환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하를 더 파서 병동과 분리된 별도의 외래 공간을 만들었다.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에서 1차, 2차, 3차 의료 기관에 가야 할 환자는 구분돼야 한다. 대형마트와 재래시장과의 관계를 빗대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의료는 물건을 쌓아 두고 파는 것이 아니라, 이른 진단과 처치에 필요한 시간의 중요성으로 인해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구분해서 각각의 필요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환자를 몇 개의 상급종합병원들이 감당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것은 국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길이다. 

환자를 나누는 역할만큼, 각 기관의 역할 또한 구분되어야 한다. 3차 의료기관, 특히 의과 대학과 연계된 대학병원은 진료뿐만 아니라 의학의 발전을 위한 연구, 후계 양성을 위한 교육 기능이 진료만큼 중요하다. 진료 또한 다수의 경증 환자보다 소수의 중증 환자들에게 집중적이고 세심한 치료를 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

빅 5라 불리는 병원들의 의료진들은 하루 평균 100명이 넘는 외래 환자들을 진료하고, 환자 당 평균 진료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는다. 경증 중증 가릴 것 없이 후다닥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뒤에 환자를 수십 명씩 줄 세우고도 대기가 몇 달씩 밀리는데 환자 개개인의 긴 병력을 들을 시간은 없다. 지난 주 서울 광진구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환자가 자신의 병력을 자세하게 얘기하자 진료 교수가 시간이 없고 환자들이 뒤에 밀리는데 그걸 왜 A4 용지에 적어 오지 않았냐고 호통을 쳤다.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미국 최고의 병원으로 꼽히는 존스홉킨스 병원의 일일 외래 환자 수는 400명대라고 한다. 진료의사는 2000여명으로 의사 1인당 0.2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반면 서울대병원의 일일 외래 환자는 1만 명이 넘고, 의사는 1400명에 불과하다. 어느 쪽이 선진 의료에 가까울까.

빅5 병원들이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인해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여 확장에 확장을 거듭해야 하고, 그를 주도하는 것이 공공기관이라 볼 수 있는 서울대병원이라는 점이 매우 아이러니하다.

대한외래 개원식에서의 문구가 눈길을 끈다. ‘대한외래, 의료의 새 지평을 열다' 그 지평이 어느 방향으로의 지평일지 걱정이 되는 건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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