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전공의 파업, 젊은의사들이 꿴 역사의 첫 단추

"의료계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해낼수 있다는 ‘자신감’...14일 총파업으로 이어간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7일 금요일 오후, 전국 젊은의사들이 일제히 파업을 선언하고 전공의 집회가 시작되자 한산했던 여의도공원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날 진행된 ‘젊은의사 단체행동 집회’는 애초 예상보다 3배 이상인 1만명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모이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다보니 집회 장소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도로 한 차선을 더 통제하기도 했다. 그러고도 인원이 넘쳐 여의도 공원으로 길게 늘어선 젊은의사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을 이뤘다.
 
많은 인원들이 한번에 쏠리다보니 시작 시간이 지연되고 순간적으로 집회 주변 무선 인터넷이 마비되는 등 혼선도 초래됐다는 후문. 말 그대로 젊은의사들의 의지를 보여주는데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양적인 성공을 별개로 치더라도 이번 집회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젊은 의사들부터 선배 의사들까지 직능과 지역을 막론하고 의료계가 하나로 뭉칠 수 있음은 물론,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집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료계 내부적으로 귀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에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병원과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을’의 입장이다. 실제로 이번 파업은 법률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단체행동이었다. 노조법상 쟁의행위가 이뤄지기 위해선 사용자와 노동자 간 협상 결렬 등 절차가 필요했지만 이번 파업은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파업 참여로 수련 취소 등 병원 측으로부터 충분히 불이익을 통보 받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또한 전공의들은 이전부터 파업 등 극단적인 단체행동 양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가 단체행동을 기획하던 지난해 대전협 이승우 전 회장은 "일반 대중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이 모색돼야 한다. 앞으로의 투쟁 양상은 파업 등 극단적으로 가기보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사이 이 같은 상황들이 무색해졌다. 졸속으로 진행된 정부의 의료인력 증원과 의대 신설 등 악법에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젊은의사들의 분노가 극단으로 치닫은 것이다. 단체행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깬 전공의들의 파업은 이런 이유로 더 큰 메아리로, 의미 있는 파급력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의료계는 그동안 병원과 의원, 직능과 지역별로 분열돼 통일된 목소리 하나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도 대한병원협회는 의대 인력 증원과 관련해 의료계와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차이는 분명하다. 이제는 아래로부터 시작된 통일된 구심점이 생긴 것이다. 이번 파업이 단합된 주장을 내기 힘들었던 의료계에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요지부동 정부에게 충분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특히 전공의 파업의 성공적인 메시지 전달로 인해 오는 14일 전국 의사 총파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향후 정부와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을 시 지속적인 N차 파업을 예견한 상황이다. 전공의와 예비의사들의 작은 목소리를 시작으로 전 의료계가 합심해 투쟁을 거듭한다면 미약했던 목소리에 무게가 실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번 집회에서 세브란스병원 전공의협의회 김형철 대표는 “일제시대에 살진 않았지만 마치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뜨거움을 느꼈다. 전국의 모든 전공의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13만명이라는 인원이 하나로 결집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껏 뿔뿔이 흩어졌던 의심(醫心)이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우리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만으로 이번 젊은의사들의 움직임은 먼 훗날 역사를 바꾼 첫 단추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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