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집행부, 의료전달체계 개선 강행…청와대와 소통해 '실익 많다' 판단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은 의료계 합의 필수…외과계 등 반대가 관건

▲대한의사협회 산하단체 임원들은 6일 열린 의료전달체계 개선 간담회에서 다양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을 찬성하는 이유는 의료계에 실익이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의협 집행부와 청와대 관계자가 자주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전언이 나왔다. 하지만 의협 집행부는 상당수 의사회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을 동의하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의협 집행부·청와대 관계자 자주 소통, 실익 많다고 판단
 
12일 의료계와 여당 관계자에 따르면 “의협 집행부와 청와대 관계자가 자주 소통하고 있다”라며 “의료계는 실익이 많다는 것을 전제로 서로 신뢰를 갖고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 숨어있는 수가 보상안을 잘 보면 곳곳에 의료계가 얻는 혜택이 숨어있다”라며 “시민단체가 퍼주기라고 반발할 수 있어서 자세히 공개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이 있는 지금이 일차의료 지원 방안을 세울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대형병원의 불필요한 경증환자 쏠림으로 매년 수가인상에도 불구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외래 비중이 12%이하로 줄었다”라며 “일차의료기관의 경영악화가 계속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정부와 국회에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꾸준히 건의해왔다”고 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공익대표이면서 문재인 케어의 설계자로 알려진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의료전달체계 관련 간담회에서 “적정한 의료전달체계에 기반한 적정수가 인상방안이 필요하다”라며 “경증 환자에 대한 외래 진료비를 올리고 의료기관 기능에 맞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따른 보상방안을 잘 보면 만성질환 등에 대한 혜택이 의원 쪽에 쏠리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100병상 이하의 병원은 차라리 일차의료기관으로 내려달라는 요구가 있을 정도였다”고 했다.
 
의협 각 직역, 의협에 반대 입장 계속 밝혀

 
의협 산하단체 각 직역은 의협 집행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 강행에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는 2016년 1월 구성돼 2년간 끌고 왔지만 의료계가 여기서 도출한 권고문을 논의한 것은 지난해 11월 25일부터 2달이 채 되지 않아서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졸속적이고 일방 추진에 대해 의료기관 대다수가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라며 “의협 집행부는 임시대의원총회 결의인 문재인 케어와 관련한 논의를 비대위에 위임하는 것을 무시하고, 문재인 케어 재정 지출의 핵심인 의료전달체계의 개편을 강행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의협이 회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있다”라며 “교수들도 의협 회비 납부를 거부하거나 회장 불신임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권고문은 여러 차례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의료계 대부분의 각 직역단체와 학회, 비대위, 전국의대교수협의회까지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하고 있다”라며 “그런데도 의협 집행부는 의견 수렴을 하되 권고문을 제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하고 있다”고 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의협 집행부는 회원 권익에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공무원처럼 설득하는 모습은 용납하기 어렵다”라며 “전체 회원들에 해당되는 급여 수가의 원가 보전이 이뤄진 이후에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대의원회 지적은 집행부가 정책추진을 잘 하라는 충언(忠言)으로 받아들이겠다”라며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를 위해 수차례 의견조회, 간담회, 확대간담회 등을 통한 회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행 의지를 밝혔다. 의협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향을 위해 수가 및 의료기관내 시설, 장비, 인력 등 다방면에 대한 방안이 종합적으로 검토된다”라며 “의료계에 필요한 제도 개선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권고문, 의료계 합의 필수…외과계 입원실 유지 관건 
 
권고문은 복지부와 의료계의 합의가 분명한 전제조건이다. 청와대도 복지부에 의료계와의 합의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고문에 대한 의협과 병협의 입장을 조율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소위원회는 12일(오늘) 열린다. 이날 만약 합의가 이뤄지면 18일에 협의체 전체회의에서 권고문을 확정하고 복지부에 제출된다. 이렇게 되면 복지부 장관은 23일과 24일에 업무보고에서 권고문을 국무총리실에 보고한다.
 
김윤 교수는 “의료계 합의 없이는 권고문이 도출될 수 없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의료계 합의가 빠진 권고문은 상상조차하지 않고 있다”라며 “1월 중 권고문이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고문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수 있는 부분은 외과계 의사회의 일차의료기관에서 입원실을 유지하겠다는 제안이다. 이 주장은 병협이 반대하고 있다. 복지부는 합의가 안된 부분을 빼고 일단 권고문을 확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은 전체적인 입장에서 정책에 대한 득실을 따지고 강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외과계 의원 중에 수술실과 입원실을 두길 원하는 곳은 의료계 내의 극히 일부”라고 해석했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이 회원들을 끌어안고 가는 리더십이 아쉽다"라며 "실익이 많다고 판단한다면 회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소외된 직역에 대한 고민을 같이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문재인 케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문재인 케어의 실행계획 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문재인 케어의 실행계획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준비를 마쳤다”라며 “이 부분은 의협 비대위와 합의를 거치면서 수정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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