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해마다 증가하는 사무장병원을 근절시키기 위한 대책으로 의료인 대폭 확대와 혼합진료금지·총액계약제를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사무장병원은 현재 의료인이 부족하고, 의료의 독점성이라는 특성에 따라 발생하고 있어 이를 타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회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연구회와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기관의 병폐와 근절방안은?'이라는 국회 정책토론회를 19일 개최하고, 늘어나는 사무장병원에 대한 대책방안을 논의했다.
현행 의료법 제33조에 따라 의료인이 아닌 사람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그러나 의료인의 면허를 대여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사무장병원은 해마다 증가해 2009년 6곳이었던 것이 2017년에는 40배가 넘는 263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년 동안 사무장병원이 챙긴 부당이익은 2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연도별 요양급여비용 환수결정금액 중 80%이상이 사무장병원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1월 155명의 사상자를 낸 화재사건인 밀양 세종병원 또한 사무장병원으로 밝혀지면서 사무장병원 근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법률사무소 해울 신현호 변호사는 "이익이 있는 곳에 결국 브로커가 있기 마련"이라며 "사무장병원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의료업이 최소투자로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는 시장경제원리가 작동하면서 사무장병원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방안으로 혼합진료금지와 포괄수가제, 총액계약제 등을 제시하며, 의료의 산업화를 구조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인도 대량으로 확보해 사전에 사무장병원 개설을 막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사무장병원은 의료인이 부족하고 독점적인 구조로 인해 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발생한다. 의료인 인적 인프라를 대폭 양성해 구조적으로 사무장병원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현재 교육부 장관이 복지부장관과 협의해야 의대를 신설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조항은 독소조항"이라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사무장병원 근절방안으로 공공의료 강화가 논의되고 있는데, 공공의료에는 인력이 필요하다. 의대를 신설해 기본적인 의료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신 변호사는 사무장병원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인 중 하나로 비급여와 이를 이용한 보험제도의 악용이라며 "혼합진료금지와 포괄수가제, 총액계약제의 전면 도입을 통해 수익창출구조를 근본적으로 막아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무장병원은 1차적으로 이름을 빌려주거나 동업하는 의료인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의료인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재범을 막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며 "2000년 7월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파산자라도 의료인 면허취소 제도를 삭제하면서 사무장병원에 취업하는 예가 늘어났다. 이전과 같이 의료인면허취소제도를 부활하는 의료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환기시켰다.
이외에도 신 변호사는 현재 의료행위가 엄격히 제한되는 우리나라의 법을 완화시켜 의료의 독점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건강보험공단과 복지부가 특별사법경찰제도, 건강보험경찰대 등을 창설해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기소까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는 "사무장병원이 불법인지 알고 사무장과 결탁하는 의사도 있으나,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들어가는 의사도 다수 존재해 선의의 피해자가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처벌은 가담 정도 등 사안의 경중 구분 없이 이뤄져야 한다"며 "사무장이 잠적하면, 모든 책임을 의사가 지고 있다. 이를 방지할 제재조치를 마련해 사무장에 대한 처벌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 김준래 선임전문연구위원(변호사)도 "사무장병원은 개설시부터 폐업시까지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사무장병원에서 발을 빼기가 어렵다"면서 "의료인에게 적법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자진신고 환수금액 감면제도’를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정은영 과장은 신현호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신 변호사가 주장하는 의사 독점적 권한 인프라 확대는 큰 문제이기 때문에 당장 종합대책에 반영하기는 어렵다"면서 "공단 특별사법경찰 제도는 작년 법이 개정돼 권한을 가져왔다. 향후 공단이 이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정 과장은 발제를 맡은 보건사회연구원 강희정 사회보험연구실장이 발표한 '의료기관 생애주기 단계별 세부방안'을 적극 반영해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시장실패 극복을 위한 공공 투자확대와 민간부분 공공성 제고를 위한 지원방안 확대와 양적 확대 중심이 아닌 질적 향상 중심으로의 의료기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법인 설립과 운영의 공공성을 제고하고, 의약대 사회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예방적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자진신고와 감지체계 활성화, 부당이득금 징수율 제고 등의 로드맵을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정 과장은 "복지부는 우선 사무장병원 단속과 적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사무장병원 모든 것을 분석해 여러 구성안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다. 향후 대책이 완성되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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