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기형 소아환자, 심장수술 후 뇌손상에 9억 배상…법원 "대동맥 캐뉼라 탈락, 의료진 과실"

고의 없는 과실에 의료진 책임 물어…의료계, 소아흉부외과 의사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법원이 심장기형으로 태어난 소아환자에 심장수술을 진행한 의료진에게 9억여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심장수술 후 악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법원은 수술 직후 의료진이 인공심폐기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수술 중 혈액 공급을 위해 삽입했던 대동맥 캐뉼라가 실수로 탈락된 것을 놓고 의료진의 과실이라고 본 것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7-2민사부(재판장 차문호)가 환자 A씨와 그 보호자가 재단법인 B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재단법인 B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환자로 당시 팔로사징후(tetralogy of Fallot) 및 부분적 폐정맥 이상, 시미타 증후군 등 선천성 심장기형 진단을 받아 B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지속적인 추적검사를 받아왔다.

2014년 A씨는 B병원에서 1차 완전교정술(total correction)을 받았으나, 2015년 혈관조영술을 통해 우폐정맥 협착을 확인했다.

당시 B병원 의료진은 수술적 치료 대신 추적검사를 하면서 경과를 관찰했는데, 2015년 10월 A씨의 심장 MRI 검사 결과 좌측 간정맥 및 우측 간정맥 연결 및 확장, 우측 폐 저형성증 의증 상태 등이 확인돼 2차 수술을 결정했다.

의료진은 2015년 12월 4일 A씨의 가슴을 열어 요체폐 측부동맥 결찰술 및 우폐정맥-우심방 연결술을 시행했으며 정중 흉골을 절개해 우폐정맥과 우심방 문합 부위 심방중격 절제술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수술 직후 의료진이 A씨의 인공심폐기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A씨와 연결된 대동맥 캐뉼라가 갑자기 제거돼 A씨의 혈압이 저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의료진은 캐뉼라 탈락을 인지한 직후 다시 대동맥 캐뉼라 삽관을 시도하고 체외순환기 가동을 시행했으며 혈압 유지를 위해 약을 투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재삽관 및 체외순환기 재가동까지 소요 시간은 단 5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A씨는 수술 3일 뒤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부분경련발작 증세를 보였고, 대뇌 MRI 검사 결과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의 후유증 등의 소견을 받았다.

이후 A씨는 3주간 재활치료 후 퇴원한 후에도 영구적인 인지장애 및 언어장애, 미세운동장애 등 발달장애 후유증이 남게 됐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에서 무엇보다 수술 도중 '대동맥 캐뉼라'가 탈락한 것을 놓고 의료진의 과실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심장 수술 도중 대동맥 캐뉼라가 탈락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방지해야 하는 사고인데 이 사건은 좁은 수술 시야로 인해 예기치 못한 건드림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의 수술상 과실로 인정된다"고 판시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환자가 출생 시부터 선천적 심장 기형 질환을 앓았으며 수술 당시 1세에 불과한 소아로서 대동맥의 직경이 좁아 의료진이 매우 좁은 시야에서 수술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을 60%로 제한한다"며 재단법인 B에 8억 9900여 만원의 배상 책임을 물었다.

한편, 해당 소식에 의료계는 안그래도 부족한 소아흉부외과 의사들이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노한규 전 회장(흉부외과)은 "심장수술 도중 대동맥 캐뉼라가 빠지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의료진이 고의로 발생시킨 일이 아니다"라며 "이런 사고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위험한 일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호 받지 못하는 의사는 위험부담을 계속 안으면서 자신을 희생시킬 이유가 없다"며 "그나마 남은 15명의 소아흉부외과 의사들도 얼마 못 갈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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