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의료기기회사 대표의 절규 "정부 요청으로 구입했던 비접촉식 체온계, 30억원어치 악성재고로 남아"

"체온계 7만개 긴급 수입, 예산부족으로 판매되지 않아...중국산때문에 일반 판매도 저조해 기업이 큰 부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정부의 요청에 따라 구입했던 체온계 30억원어치가 기업 입장에서 악성 재고로 남게 됐고 너무 큰 부담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13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40여년간 의료기기를 수입. 판매해온 A의료기기 회사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체온계를 수입해 판매하지 못한 억울한 사연을 소개했다. 

A사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전국민이 위험에 처했을 때 비접촉식 체온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비접촉식 체온계가 국내 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해 당시 중앙재해대책본부의 요청으로 긴급히 요건 면제 대상으로 확인받았고 체온계 7만개를 수입했다. 당시 단가는 4만7000원으로 전체 체온계 구매 비용은 32억9000만원에 달했다. 

A사는 체온계를 수입하기 전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내에 통해 각 지자체 연락을 받아 판매수량을 예상해 수입을 진행했다. 하지만 수입 후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지자체의 구매가 성사되지 않았고 당시 중국산 불법체온계 등으로 일반판매 또한 여의치 않아 현재 6만4000여개의 재고가 그대로 남았다. 금액으로 치면 30억원 어치다. 

A사는 수입 당시에는 지자체 및 다중시설에 한해서만 판매가 제한돼 있었다. 하지만 이후 어느 정도 체온계 수급이 해소돼 지난해 11월 30일부로 일반 판매가 가능해지는 것으로 판매 제한이 풀렸다. 하지만 문제는 품귀현상을 빚을 때 고가로 수입한 제품이라 가격 경쟁력이 없어 현재 원가 이하로 판매하고 있음에도 재고가 소진되지 않고 있다. 재고 소진을 위해 신문 및 인터넷 광고 등 여러 방면으로 적극적인 노력을 했지만, 판매가 부진한 실정이다. 

A사는 국가 시책에 따른 피해를 일반 기업이 홀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 판단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2월 3일과 3월 9일에 식약처 민원을 제기했으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올해 4월 6일 국무총리실에 재차 민원을 제기했고 담당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에 이관됐는데 6월 30일 답변 역시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A사는 “이미 마스크 등은 국가가 관리하고 마스크 판매에 협조한 약국은 정부의 예산 82억원으로 열화상적외선체온계를 지원받았다. 자영업자의 영업상 손실도 보상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라며 "그러나 적극적으로 정부의 권고를 믿고 따른 회사에 돌아온 결과는 원하지 않는 악성 재고로 인한 경영상의 심각한 어려움뿐”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시책에 협조한 대가가 이렇다면 또 다시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을때 누가 정부 시책에 협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A사 외에 피해를 입은 회사는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사 대표이사는 2019년 5월 24일 제12회 의료기기의 날에 국내의료기기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받은데 이어 올해 3월 3일 제55회 납세자의 날에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모범납세자 표창을 받았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임직원 35명의 고용 유지에 힘써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A사 관계자는 “30억원 상당에 달하는 체온계로 1년 이상 시간을 끌면서 현재 회사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회사의 이런 사정을 깊이 이해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라며 “통일부를 통해 체온계를 전량 매입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에 보내는 방법이나, 정부가 별도로 체온계를 구매해 필요한 수요처에 공급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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