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의사회 "의정협의체 재개, 2020년 여름과 소름 끼치게 같아…협상 즉각 중단"

이필수 회장의 "피해가지 않겠다" 발언에 배신감…의협 회장 독단적 결정에 분노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1월 26일 의료현안협의체 간담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14만 회원 기만하는 의정협의 즉시 중단하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30일 성명서를 통해 대한의사협회와 정부가 의정협의체를 재개한 것에 강력 반발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이필수 회장이 의대정원 확대를 강력 반대하던 입장에서 소통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데 대해 배신감을 표하며 의협 회장 탄핵 필요성 까지도 언급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이번 의정협의 재개가) 지난 2020년 여름과 소름이 끼칠만큼 같다. 정부가 코로나 1차 확산이 잠잠해지자 기습적으로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과 당정합의를 통해 의대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을 발표한 바로 그 때다. 코로나 의병이라고 칭송하던 의사들을 토사구팽하듯이 이기주의 집단으로 매도하며 정부와 시민단체, 언론이 하나가 되어 십자포화를 날리던 그때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최근 열린 대한의학회 정기총회에서 '의대정원과 비대면 진료 등 중∙장기 과제에 대해 피해가지만은 않겠다'며 '소통'을  언급한 것에 대해 "언론의 섣부른 바람잡이에 선을 긋고 나서야 할 의협 회장이 앞장서서 의대정원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이라며 비판했다.

소청과의사회는 2020년 9월 4일 의협이 정부와 민주당 두 곳과 합의를 한 점을 지적하며 "의대정원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먼저 코로나19가 안정화되었다는 상호 합의가 필요하며 정부와의 논의에 앞서, 먼저 국회와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사회는 "오늘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는 등 안정화 국면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중국의 대유행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지속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여전히 하루 2만명에 가까운 환자가 확진되고 있다. 국제보건기구 역시 비상사태 해제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안정화라는 조건을 별도의 논의 없이, 우리 의료계가 당연하다는 듯이 수용해야 할 까닭이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설령 코로나19 안정화 속에서 정부와 의대정원 확대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9.4 의정합의에 따르면 국회와 먼저 논의하기로 하였으니 야당이 된 민주당에 과거의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를 하든, 아니면 바뀐 지형을 감안해 여당인 국민의 힘까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제안하든 국회 안에 협의체부터 만드는게 우선이다. 왜냐하면 정부와의 논의는 이 협의체에서 먼저 논의가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이 논의 결과를 가이드라인으로 삼아야 하고 일방적인 증원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꼬집었다.

소청과의사회는 "그런데 이러한 의료계의 입장을 반영하기 유리한 절차와 장치들을 스스로 포기하고, 의협회장이 앞장서서 의대정원을 논의하겠다고 선언을 했다"며 "형식적인 협상 후에 의료계의 반대 속에서 "이제 더 이상은 국민적 요구에 따라 의사의 수를 늘이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강행하거나 혹은 미진하고 근시안적인 몇 개의 '당근'을 대가로 받고 '단계적'이니 '점진적'이니 하는 의료계 달래기용 수사 속에서 결국 의대정원 증원에 합의하는 뻔한 결말이, 회원들의 눈에는 뻔하게 보이는데 의협회장과 집행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라고 분노했다.

의사회는 이번 대한의사협회의 결정에 대해 "의협 회장이 독단적으로 시작할 권한이 있는가. 과연 회원들의 생각은 물어 보기라도 했는가. 의료계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인 대의원회와 상의는 하였는가. 그게 아니라면 회원에 대한 중대한 배신이고 대한의사협회 회무의 정통성과 절차를 무시하는 탄핵사유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탄핵까지도 언급했다.

실제로 이필수 회장은 2020년 당시 제40대 집행부의 부회장으로서 의대정원 확대에 단호히 반대했고, 지난해 11월에도 집행부의 반환점 회무보고 기자회견에서 이런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던 것이다.

소청과의사회는 "회원 앞에서는 여러번 절대 불가를 천명해 놓고 슬그머니 알아서 빗장을 열어준 이유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이면 뭐라도 납득할만한 설명이나 해명이 먼저 있어야 하겠지만 사실, 소통의 달인이라는 이필수 회장의 회원과의 소통은 그가 의협회장에 당선된 후로 사라진지 오래다. 부디 이필수 회장은 회원을 기만하는 협상을 즉시 중단하고 먼저 회원들의 우려에 책임있는 해명부터 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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