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에 의대 6년제 통합학제개편,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융합인재 양성 촉진 한다"
[인터뷰] 이영미·이무열·주효진 교수 "4년 본과 과정 2년 늘리는 것 아냐...교육과정 원칙 세우고 의학교육인증평가 항목에 포함"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과대학 6년제 학제 개편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학제 개편 법 개정을 추진했던 장본인들이 직접 나섰다.
의예과가 사라지면서 다양한 인재 양성이 저해된다는 주장은 의대 6년제 통합 개편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고려의대 이영미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중앙의대 이무열 생리학교실 교수, 가톨릭관동의대 주효진 의료인문학교실 교수는 이번 의대 학제 개편을 위해 최일선에서 노력한 당사자들이다.
처음 교육부는 '100년간 잘 유지되고 있는 제도를 굳이 바꿔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학제 개편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연거푸 세종시까지 직접 찾아가 실무진들에게 6년제 학제 개편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이영미 교수는 2018년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 처음 학제 개편 필요성을 주장한 이후 2021년 한국의학교육협의회에서 '의과대학 학제 개편에 관한 연구'를 진두지휘한 책임연구자다. 그는 연구를 통해 6년 의학과 단일 체계가 오히려 IT,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등 관련 학문을 넘나들며 복수 및 이중전공할 수 있도록 의대생들에게 다양한 채널을 열어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회의적이었던 교육부도 입장을 바꿔 지난해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해당 연구를 기반으로 학제 개편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의대 학제 개편 소식이 들려오자, 젊은의사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도 상당한 상태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9일 성명을 내고 의예과 폐지가 타 학분 분야 접할 기회 원천 차단할 가능성이 있으며, 학업 부담 증가에 따른 의대생들의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이영미 교수는 "일부 우려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는 학제 개편의 취지를 오해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번 개편이 본과에서 하는 의학교육을 2년 더 늘려 학생들에게 학업 부담을 가중시거나 고통을 주려 목적이 절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오히려 각 대학이 교육목표와 추구하는 인재상에 따라 융통성 있는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함에 따라 소통하고 인문교양 과정도 학생의 요구도에 맞춰 유연하고도 연속성 있게 구성할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견해다.
또한 6년의 기간을 정교하게 조직화하고 일일 시간표를 학생 중심적으로 구성해 학생들이 학업의 의미와 진로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사고의 시간'을 확보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의 공부에 찌들어 사는 의과대학과 달리, 학생들이 전공을 충실히 공부하면서도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챙기고,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공부나 활동을 하면서 좀 더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행복한 의과대학’으로 변신시키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희망으로 학제 개편을 위해 노력했다.
그는 "학제 개편의 본래 취지인 의학교육의 연속성과 역량 바탕교육을 증대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기초·임상의학의 수업 시간만 늘리거나 강의식 지식전달에 치중할 수 있다"며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 중심, 자기 주도, 현장바탕 학습 등 의학교육학에서 강조하는 교육원칙이 최대한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예과 과정은 의대 인증평가에서 제외돼 있는데 인증평가에 포함되게 되면, 각 대학은 더 내실 있는 의과대학 전체 교육과정을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의과대학과 소속 교수들도 바뀌는 학제에 따라 주입식 암기 교육이 아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융형 인재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효진 교수도 "예과 때 단순히 심리학, 법학 교양을 신청해서 한번 들어보는 것이 폭넓은 인재를 양성한다고 보지 않는다. 이건 정보 습득 정도에 그친다"며 "6년 과정으로 통합하면 다양성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오히려 반대다. 동떨어진 정보 습득이 아닌 의학적 전문성과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학문영역에 더 깊게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고려의대 이영미 교수, 중앙의대 이무열 교수, 가톨릭관동의대 주효진 교수와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 내용이다.
부정적이었던 교육부가 바뀌기까지 학제 개편 위한 험난한 여정
Q. 6년 통합 학제 개편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달라.
이영미 교수: 의예과 기간은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가장 활발한 지적 활동을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의예과 기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다. 예과 기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그동안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근본적으로 전공의 지원 등 향후 진로 결정에서 예과 성적이 아예 포함이 되지 않다 보니 학생들이 예과 때는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른 소속감 결여, 정체성 혼란은 덤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의예과와 의학과 교육과정의 연계성 부족이다. 내실 있는 의학 전 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의학과에 진입한 후에도 과중한 학업량에 시달려 사고의 중추가 마비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학제 개편을 추진하게 됐다.
Q. 의대 학제 관련 고등교육법 개정을 위한 과정이 험난했다고 들었다.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
이영미 교수: 2018년 5월 제34차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 학제 개편 관련 법 개정 필요성이 처음 제기됐다. 이후 2018년 12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KAMC)에서 '의과대학 교육과정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고등교육법 개편 프로젝트'가 시작돼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전문위원회 사업으로 추진됐다.
이후 6개월간 연구를 통해 KAMC 학제개편 테스크포스(TF) 연구보고서가 발행됐고 이때 40개 전국 의과대학 대상 의견조사가 이뤄졌다. 각 의대들은 학제 개편에 대한 요구도가 높은 편이었다. 연구를 바탕으로 당시 KAMC 이사장인 고려의대 한희철 교수님과 사무국 직원들의 노력을 통해 2019년 2월과 8월 두 차례 교육부와 실무 미팅을 진행했고 2020년 한국의학교육협의회도 '의사양성교육제도개혁 특별위원회 및 실무위원회'를 발족해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2021년 7월 '의과대학 학제 개편에 관한 연구' 보고서가 나왔고 12월 교육부를 방문해 학제개편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후 교육부가 법 개정의 타당성 확보를 위한 자체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Q. 학제 개편 과정에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
이영미 교수: 처음엔 담당 부서의 태도가 부정적이었다. '잘 유지되고 있는 제도를 굳이 바꿔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와 겹치며 담당자들과 연락이 잘 되지 않거나 하는 해프닝도 많았다.
일부 우려 있지만 성과바탕의학교육·학생중심 교육과정 원칙 등 적용해 부작용 없앨 것
Q. 최근 대전협이 학제 개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이무열 교수: 학제 개편으로 타 분야와 소통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됐다. 오히려 통합 과정에서 하루 수업 시간도 줄일 수 있고 연속적인 타 학문 분야 수강도 더 유연해 질 수 있다. 타 분야와 더 지속적으로 소통하라고 2+4 단일체제를 풀어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다. 2+4년 교육과정으로 묶여 있다 보니 선진적 교육과정으로 갈 수 있도록 시도조차 막혀있었다. 이에 학제 편성을 대학의 자율성에 맡기자는 취지다. 현재는 예과와 본과가 분리돼 있다 보니, 타과 대학과 연계해 소통하는 부분에서 문제가 많았다. 그러나 6년 동안 의과대학 소속으로 쭉 있게 되면 타과에 건의를 하거나 교육과정을 연계하는 것도 더 쉬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미 교수: 지금까지 의대 본과 교육이 매우 혹독했기 때문에 의대생이나 대전협 등 젊은의사들 사이에선 충분히 불신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4년 본과 과정을 2년 더 늘려 더 심하게 교육하려는 목적'은 절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21세기 의사양성을 위한 의학교육의 교육과정 원리와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고 의학교육인증평가의 기준 역시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기에 우려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주효진 교수: 국내 40개 의대에서 모두 예과 2년 동안은 미친 듯이 논다. 예과 2년이 있기에 초중고 12년 동안 공부한 것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교육과정은 시대에 따라 바뀌는 것이 맞다. 2년 동안만 하게 되는 인문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적 기회를 더 넓히자는 것이 학제 개편의 요지다. 절대 다양한 기회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다. 2년 동안 의학 분야와 연관성 없이 단편적으로 400개나 되는 교양과목만 들으면 다양성이 함양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오히려 정보 습득 정도에 그친다. 6년 통합체계가 마련되고 나면 의학과 연계한 법학, 고고학, 천문학 등 다양한 수업이 연계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오히려 다양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합리적이라고 보인다.
이영미 교수: 주효진 교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학문의 다양성이라고 해서 아무거나 듣는다고 다양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단절된 2년과 4년이 아니라, 6년이 통합되면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자율설계 커리큘럼을 짤 수 있다. 예를들어 컴퓨터 공학에 관심이 있다면 6년 과정 안에 컴퓨터 공학 복수전공까지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Q. '교육과정 원칙 도입'을 안전 장치격으로 언급하셨다. 학제 개편 이후 구체적인 교육과정 구성안이 있나?
이영미 교수: 6년 중 전반기 3년은 임상전 교육, 후반 3년은 임상교육으로 나누게 된다. 의학 과정은 전문 과목의 구분 없이 통합연계형으로 구성하되, 학생의 발달 수준에 맞춰 교육범위와 심도를 나선형으로 배치할 수 있길 기대한다. 대학에 따라 다르겠지만, 1학년부터 의학교육을 시작할 수도 있고 의학의 모든 분야 즉 기초, 임상, 보건의료시스템과학(Health system science) 등을 모두 연계해 통합 과정으로 운영하는 혁신적 커리큘럼을 구성할 수 있다.
이는 1학년 때부터 기초가 되는 의학학문을 임상상황에 기초해 노출될 수 있도록 해 의학공부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의사의 직업정체성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학생중심교육을 위해 전 학년에 걸쳐 선택과정을 두고 학생의 학습동기와 진료에 맞게 학습을 자유럽게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사회 리더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교양과 의학직업정체성 형성을 위한 인문사회학 분야의 학습은 전 학년에 걸쳐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학생자율설계과정을 둬 학생의 동기와 희망진로에 따라 선택적으로 심화의학연구, 해외실습, 의료 및 사회 봉사, 다양한 현장 학습 등을 수행하는 교육과정도 염두해뒀다.
기피과 개선에도 도움…대학·교수도 뼈 깎는 노력 병행해야 변화 가능
Q. 현재 본과 등록금보다 예과 등록금이 더 싸다. 향후 6년 학제 개편이 이뤄지면 전반적인 의대 등록금이 더 비싸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주효진 교수: 교육부에서도 초반에 이 부분을 지적했었다. 그러나 6년 통합 과정이 되면 의학적 관점에서 교육의 질이 훨씬 올라가게 된다. 기초·임상적으로 더 많은 기회와 교육을 담보한다면 논리적으로 등록금이 조금 더 비싸진다고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다.
Q. 이번 의대 학제 개편이 필수의료 기피과 문제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주효진 교수: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4년 본과 시스템 안에선 필수의료가 왜 중요한 것인 지를 근본적으로 논의하기 어려운 구조다. 6년 통합 과정이 가능해진다면 필수의료 문제에 대해서도 조금 더 다양한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영미 교수: 필수의료 기피 문제는 의료제도, 사회경제적 현실 등이 얽혀 있기 때문에 학제가 개편된다고 해서 단기적으론 체감이 어려울 수 있다. 다만 교육과정이 개편이 되면서 의사의 소명의식, 전문직업 정체성, 의료에 대한 시스템적 사고 접근, 의료정책에 대한 이해, 사회에 대한 이해와 소통 등을 더 깊이 있게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효과를 기대해본다.
Q. 학제 개편 이후 과제는?
이영미 교수: 의대 6년제 안에서 현재와 같은 시스템을 유지하거나 6년의 통합과정으로 재편하는 등 의학교육체계의 다양성이 증가할 것이다. 각 대학은 인재상 또는 대학의 사명에 맞춰 다양한 분야 전문성을 더 키워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제도만 풀어준다고 해서 이런 부분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바뀐 제도에 맞춰 의과대학과 교수들도 변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대학당국과 교수가 먼저 혁신을 위해 최선을 경주해야 학생들도 변하게 되고 100년 만에 맞이하는 변화를 우리나라가 의학교육에 있어 세계적인 선도국으로 부상하게 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