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처음부터 응급현장에 뛰어들지 않았으면 몰라도...환자 못살리면 9억 소송"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79화. 봉침사망 소송에 연루된 가정의학과 의사 

한 사람이 물에 빠졌다. 사람을 물에 빠뜨린 사람과 그 사람을 구하러 물에 뛰어든 사람이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안타깝게 사망했다면 누구에게 사고의 책임이 있을까. 

너무 당연한 대답이 나올만한 질문이라 생각하겠지만, 한국의 한 변호인은 달랐다.

“처음부터 물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몰라도, 응급 상황에 뛰어들었다면 보증인적 지위가 있으며,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책임이 있다.”

지난 2018년 5월, 경기 부천의 한 한의원에서 봉침수술을 받은 환자가 쇼크 상태에 빠졌다. 한의사는 위층의 다른 병원에서 일하던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가정의학과 의사는 사고 현장에 뛰어 들어 응급 처치를 했으나, 환자는 안타깝게 사망했다.

그리고 유족과 변호인은 9억원의 손해 배상 소송에 사고 당사자인 한의사뿐만 아니라 현장에 자발적으로 뛰어든 가정의학과 의사도 포함시켰다. 순수하고 선한 정의로움만으로 현장에 뛰어든 의사는 이제 수년간 힘겨운 소송을 헤쳐 나가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 소송은 지난 12월 11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시작됐다. 소송에 앞서 유족의 변호인은 가정의학과 의사를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처음부터 응급 현장에 뛰어들지 않았으면 몰라도....”

앞으로 의사들이 사고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정답을 말해주어서 감사하다. 그의 말이 소송 진행에 어떤 이익을 가져 오는지는 법조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의사로서 그의 공개적인 말로 인해 앞으로 ‘구해질 수 있었던’ 많은 생명이 꺼져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 사회에서, 누가 누구를 죽이고 있는 걸까.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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