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의사를 살인자로 몰더니...외과.산부인과에 이어 결국 소아청소년과도 미달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77화. 소청과 전공의 모집 미달 정부 대책 시급

나는 개인적으로 소아청소년과(줄여 소청과) 의사들을 존경한다. 학창 시절, 소청과를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소아는 성인의 압축판이 아니다’ 이다. 소아는 검사하기도 까다롭고 치료하기는 더 까다롭다. 주사 한 대를 놓는 것도 전쟁인 아이들이 상당수다. 그리고 소아는 소아 1명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부모 1명 이상을 같이 만나야 한다.

요즘 사회적으로 노키즈 존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자녀가 아파 극히 예민해져 있는 보호자를 함께 만나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그래서 소청과는 아이들을 어지간히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과다. 나는 그래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을 존경한다. 내가 도저히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수급은 이 나라의 미래다. 성인보다 소아는 신체가 약하기 때문에 가벼운 감기도 자주 걸리고 병원을 자주 찾는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소청과 병원의 위치는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소청과 의료진의 수급은 그 지역과 나라 전체 소아 관련 복지의 큰 축을 담당한다. 소청과가 없는 동네에는 절대로 자녀를 키우는 가정이 살지 않는다.

그런데 2019년 전공의 모집에서 소청과가 미달을 기록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소청과의 경쟁률은 0.98대 1을 기록했다. 그동안 심각한 저출산의 영향이 있었음에도 꾸준히 정원을 채워왔지만, 올해 결국 미달을 기록했다. 빅5라 불리는 병원들 중에서도 미달이 나왔다. 강원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제주대병원, 한양대구리병원들은 지원자가 한명도 없었다.

이는 심각한 일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 학회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정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의대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떨어졌다. 의료의 큰 축을 담당하는 소청과도 산부인과, 외과에 이어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다. 심각한 저수가에, 저출산의 여파가 더해지니 미래가 밝지 않다. 게다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성남 병원 오진 사건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의대생들은 선배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이 사건들을 모두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그 사건들의 여파가 이제야 나타나는 것이다. 후배들은 아이들을 아무리 좋아해도 소청과를 선뜻 지원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이유들로 인한 필수 의료과의 비인기 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의대 정원 증원이나 공공 의대 등을 거론하고 있다. 강제로 소청과, 산부인과를 지원하도록 협박이라도 할 생각인가? 언 발에 오줌 누기도 정도껏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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