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허위진단서 작성하면 형사 처벌·면허취소…허위진단서 요구하는 환자들은 무죄?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72화. 허위 진단서 교사 및 미수 처벌  

의사는 환자를 진료한 후, 객관적인 기준과 그동안의 통계를 바탕으로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향후 결과를 예측해 서류를 작성한다. 이를 ‘진단서’라고 한다.

이 진단서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운전면허 취득, 장애 판정, 산업재해 판정 등에 사용되고 법적인 분쟁이나 군 복무 적합 판정에도 사용된다.

이 진단서로 감옥에 가야할 사람이 병원으로 갈 수도 있고, 소송에서 이길 수도 있고, 재판을 미룰 수도 있으며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도 있고 직장에 휴가를 낼 수도 있다. 국방의 의무를 면제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진단서 작성에는 각각의 질환에 맞게 세분화된 기준이나 예후와 관련된 통계를 가지고 있다. 의료인들은 이를 바탕으로 진단서를 작성한다. 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할 경우 쉽게 적발이 가능하다. 만일 의료인이 허위 진단서를 작성했다가 적발되면 형사 처벌 및 면허 취소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허위 진단서 작성을 요구하는 사람들과 비일비재하게 마주한다. 진단서 내용에 신체적 편의나 경제적 이권이 걸린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의료인들을 위협하거나 협박하는 경우가 잦고, 이를 거절할 경우 폭력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지난 10월 2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허위 진단서 작성을 거부한 의사가 환자에게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손을 전문적으로 수술하는 전문가는 손을 크게 다치게 됐고, 손의 기능 회복 여부는 미지수로 알려졌다. 그 의사뿐만 아니라 그에게 치료 받을 수 있었던 많은 환자들에게도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의료인은 허위 진단서를 작성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허위진단서 작성을 교사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은 마땅치 않다. 의료인이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양심적으로 진단서를 작성할 수 있게끔 법적으로 보호해줄 장치가 필요하다. 정형외과학회는 이 사건과 관련해 "환자의 허위진단서 작성 교사 및 미수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늘도 많은 의료인들이 허위 진단서 작성 강요의 협박과 폭력에 노출돼 있다. 의사라면 누구나 이번 사건이 남 일 같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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