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한의사 "물파스로 중풍 예방" 거짓 발언에 제약회사도 SNS 홍보…국민들만 피해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68화. 모제약회사의 '중풍 예방 물파스' 광고

지난 3월, 건강을 주제로 하는 한 예능방송에서 유명 한의사가 ‘중풍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뒷목에 물파스를 바르는 방법을 소개했다.  

물론 이는 의학적으로 아무 근거가 없는 말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유머로 웃고 넘길만한 일이다. 그가 그동안 수많은 비상식적인 의료 개그를 해왔기 때문에 그의 말이 이미 신뢰성을 잃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학 지식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강한 특성을 갖고 있다. 정보를 전달받는 쪽의 정보력이 약하기 때문에 의학 전문가가 하는 말에 신뢰성이 실린다. 아무리 거짓이라도 '전문가'의 말을 믿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고,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경제적, 육체적으로 피해를 입는다. 

방송사들이 그동안 전문가의 무책임한 발언을 '나몰라라' 하고 국민들을 상대로 근거 없는 지식으로 현혹하는 '쇼닥터'를 출연시키면서 이런 문제가 반복돼왔다. 콩이 신장이랑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콩이 신장에 좋다'라는 말까지 방송에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물파스'건은 더 심각했다. 해당 방송을 본 물파스 제약회사가 자사 SNS에 방송 영상을 링크해서 '중풍 예방에 효능이 있다'는 광고게시물을 게재하면서다.

물파스가 중풍 예방 효과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물파스를 판매하는 제약회사다. 제약회사는 약을 판매하기 전에 그 약과 관련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모든 근거는 물론 효과와 부작용을 정리해서 의사들과 국민들을 상대로 판촉 홍보에 나선다. 

제약회사가 해당 한의사의 '물파스' 발언이 헛소리에 불과함을 가장 잘 알고 있음에도 '전문가의 인정을 받았다'며 버젓이 제품 홍보에 이용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

게시글이 삭제되고 그 한의사가 여러 사람들에게 우스갯거리로 전락했음에도, SNS와 카페 등에서 ‘회사도 중풍 예방 효과를 인정한 물파스’ 광고가 여기저기 퍼져 버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물파스를 중풍 예방제라고 믿기 시작했다. 

기업의 목적이 기업의 이익에 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의료와 국민 건강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으로서 일말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 과한 기대일까. 오히려 이런 거짓 선동에 맞서 ‘우리 물파스는 중풍과 관련된 어떤 연구도 진행된 적이 없습니다. 거짓 정보에 속으시면 안됩니다’라고 홍보했다면 기업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쇼닥터들이나 방송사들에 더해 이제 제약회사까지 이러는 상황을 보고 있으니 뒷목이 뻐근해서 물파스를 바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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