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생명 살리려고 위험 감수하고 시술했더니 검찰 수사…'방어진료 의사' 원하시는 건가요?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63화. A의사와 B의사, 당신의 선택은 

지난 2015년, 인천의 한 대형병원에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몸무게 800g의 미숙아가 태어나 미숙아 합병증을 치료하던 과정에서 응급 상황에서 받은 시술로 인해 왼손 다섯 손가락을 모두 잃었다. 

미숙아는 시시각각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상태 변화를 확인하면서 혈액 내 산소의 양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팔꿈치 상완 동맥에 관을 삽입하는 시술을 했는데, 이로 인해 혈관이 막히면서 팔에 혈액 공급이 끊겨 손가락이 모두 괴사해 버린 것이다. 

이 사고에 대한 의료진의 과실 치상 여부를 두고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우선 안타까운 일을 겪은 환아와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 사고에 대해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는 신생아 진료지침에 동맥관 삽입술을 할 경우 팔 전체 괴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상완동맥은 반드시 피하라고 되어 있다는 점, 두 번째는 이 시술을 한 사람이 주치의가 아닌 간호사였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주치의의 과실, 부주의로 인해 생긴 사고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고에서 가장 큰 전제가 있다. 환아가 겨우 24주의 조산아, 800g의 ‘초극소 저체중아’였다는 점이다.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난 아이를 미숙아라고 한다. 미숙아는 체중에 따라 분류가 되는데, 2500g 이하를 ‘저체중아’, 1500g 미만인 경우 ‘극소 저체중아’, 1000g 미만을 ‘초극소 저체중아’로 분류한다.

초극소 저체중아의 생존률은 의료의 눈부신 발전으로 불과 20년 만에 30%에서 70%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아직도 70% 선에서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3명이 출생하면 1명은 사망한다.

그러므로 생명 유지가 무엇보다도 최우선적인 목표가 된다. 특히 초극소 저체중아는 자발적 호흡이 불가하기 때문에 보조 호흡을 시켜줘야 하고, 이 과정에서 산소 농도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기 위해 혈관에 직접 산소 포화도 측정 센서를 삽입해야 한다.

하지만 초극소 저체중아는 발달이 너무나도 미약해 동맥 혈관도 실핏줄 정도로 보인다. 그래서 주치의는 미숙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하고 상완동맥에 산소 포화도 측정 삽관을 했다. 이 마저도 주치의가 자꾸 실패를 거듭하자 오랜 경력의 능숙한 간호사가 대신 삽관을 한 것이다.

아이러니 한 점은, 상완동맥을 피하라고 기재돼 있는 신생아 진료지침 작성에 이번 사고의 주치의가 참여했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가 그걸 몰라서 이 시술을 상완동맥에 했을 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의료 시술은 늘 이득과 위험을 함께 안고 간다. 의료진은 더 큰 이득,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위험도가 너무 커져 의료진의 공포를 자극한다면, 그림의 A 의사처럼 ‘방어진료’만 하는 의사만 양산될 것이다.

그림의 A는 내가 상상으로 꾸며낸 것이 아니라, 이 사고를 보도한 방송국이 취재 후기 Q&A에 남긴 ‘의료진이 했어야할 적절한 대처법’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 의사를 원하고 있을까. 

나는 분명히 말하지만 내 생명이 위독할 때 A가 아닌 B의사가 옆에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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