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무턱대고 응급실 찾아 부모님 건강검진 요구하고 수액 놔달라는 '명절 효자'…"응급 환자에 양보하세요"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65화. 명절 효자는 응급실 대신 의원으로 

명절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 연휴를 가지고 고향을 방문하거나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평소보다 명절에 더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항, 관광지, 그리고 병원 응급실의 근무자들이다. 연휴가 되면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응급실은 북새통을 이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동안 응급의료센터에 방문한 환자는 총 13만명, 하루 평균 2만 6000여명이 몰렸다고 한다. 이는 평소 평일의 2.2배, 주말의 1.6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런데 이런 북새통 속에서 응급실 의료진들을 더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명절 효자’다. 

오랜만에 부모님을 뵙고,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는, 신경 쓰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무작정 부모님을 응급실로 모시고 온다. 무턱대고 건강 검진을 요구하기도 하고, 몸에 좋은 수액을 놓아 달라고 하기도 하고, 본인도 아무 정보를 모르면서 부모님의 병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라고 하기도 한다.

가뜩이나 야전 병원 같은 상황에 진료가 밀려 의료진들이 반쯤 혼이 나가 있는 상황에 명절 효자들까지 여럿 쌓이기 시작하면 응급실 기능에 적잖은 타격을 준다. 

그동안 미뤄왔던 효도를 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효도가 이 사회 전체의 긴 휴식을 지탱하는 응급환자에 대한 안전망에 구멍을 낼 수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연휴에도 문을 여는 의원들이 많다. 연휴에 문을 여는 병의원은 응급의료포털 홈페이지나 각 포털사이트에서 ‘명절병원’을 검색하거나, 열린 병원 찾기 어플리케이션들을 이용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명절 효자라면 연휴에 연 응급실보다는 상대적으로 한가한 의원을 찾아 효심 가득 담은 수액을 부모님께 놔 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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