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경영난에 직원들 대거 실직 위기, 건보공단은 국민 세금으로 비정규직 1600명 정규직 전환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73화. 건보공단 콜센터 직원 1600명 정규직 전환     

의료기관은 규모와 크기에 따라 의원과 병원으로 나뉘고 1차, 2차, 3차 의료기관으로 분류된다. 각각의 기관은 진료할 수 있는 환자의 영역과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간의 역할 분담과 이송 체계가 의료 시스템의 핵심이다. 

이 중 2차 의료기관인 중소병원은 지역의 필수 의료를 담당하고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과 1차 의료기관인 의원들을 연결하는 허리 역할을 한다.

그런데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병원들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수십 년간 지속돼온 필수의료 분야 저수가 문제로 시름시름 앓아 온데다, 2년 전부터 시행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쏠림 현상과 함께 급격한 인건비 상승의 직격탄을 맞아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이 전체 요양급여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4년 15.7%에서 2018년 18.1%로 상승했고 올해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18년에 처음으로 병원급 의료기관 폐업(122곳)이 개업(121곳)보다 많은 역전을 기록했다. 올해는 중소병원과 관련한 전망이 더 암울하다. 중소병원들이 하나둘 고사하면 지역의 필수의료 공백 현상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병원 산업은 노동집약적이라 많은 직원을 필요로 한다. 100명의 입원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100병상 병원의 경우 보통 40명 이상의 직원들을 고용한다. 직원은 의사, 간호사 뿐만 아니라 각종 행정직, 사무직 인력과 청소, 조리 등 기타 노동인력까지 포함한다. 중소병원이 경영난을 겪으면 원장들은 이들의 인건비를 마련하기 위해 허덕인다. 중소병원이 폐업하면 직원들은 대거 실직 위기에 놓인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인건비 부담 걱정이 전혀 없어 보인다. 건보공단은 최근 민간 위탁업체를 통해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오던 콜센터 직원 1572명의 직접고용 방침을 결정했다.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고용됨에 따라 공단이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늘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모든 부담은 국민들에게 세금으로 다시 돌아온다.

건보공단의 1년 관리운영비는 1조원이 넘었으며, 이 중 약 80%가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다. 비정규직에서 건보공단 정규직 직원이 된 분들에게는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다만 정부기관의 이런 결정이 옳은 결정인지 의문이 든다. 정부가 펼친 의료정책으로 중소병원을 위기로 몰아 다수의 직원을 실직 위기에 처하게 해놓고, 정작 정부는 국민 세금을 이용해 직원 채용을 늘리는 것이 효율적인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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