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검사 폭증하자 돌아오는 건 삭감과 심사의 '칼날'…"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74화. 의료계 예상대로 흘러가는 MRI 급여화    

지난 5월 17일자 작가의 칼럼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시행된 MRI 급여화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예상을 다뤘다. [관련 칼럼=MRI 급여화→검사 폭증→대량의 삭감고지서, 의사는 환자·정부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

MRI 검사는 현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의 핵심으로, 정부는 그동안 일부 비급여로 찍을 수 있었던 MRI 검사 비용의 상당 부분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해 환자들의 부담을 줄여줬다. 그리고 오는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모든 MRI를 급여화시켜 환자들의 부담을 경감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료계는 무분별한 선심성 정책으로 검사 수요가 걷잡을 수 없이 폭증하고, 정부가 재정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삭감이라는 무기로 의료계를 통제하려 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이로 인해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갈등만 남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8월의 MRI 검사 청구건과 진료비가 전년 대비 무려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정책 시행 1년 만에 MRI 검사를 적정성 평가와 분석심사 대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뇌 MRI 검사건수 상위 4%에 해당하는 기관은 현장 간담회와 적정 진료를 권고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결국 정부는 폭증하는 MRI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심사와 삭감이라는 무기로 의료계에 책임을 떠넘긴 채 비용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정책 시행 당시에 의료계가 했던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환자와 의료진 간의 갈등 뿐이다. 

어릴 때 어머니는 드라마를 보면서 마치 그 드라마를 쓴 작가처럼 드라마 안에서 일어날 일들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매번 비슷비슷한 내용의 드라마를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이다. 지금 의사들의 마음은 뻔하게 흘러가는 드라마를 보는 어머니의 마음과 같다. 의료계의 예상을 뒤엎는 기막힌 반전을 정부가 써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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