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간절한 호소

"후배들이 나은 환경에서 일하게 도와달라"




"전공의들에게 의존해 대형병원이 굴러가는 왜곡된 의료를 회복하고, 피곤해 지친 의사들로부터 환자의 생명이 보호되는 그 길로 후배들을 이끌어 달라."
 
'전공의특별법안'이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전공의들이 선배 의사들에게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30일 '전공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대전협은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의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전공의들의 희망이 무너져 내렸다"면서 "전공의특별법안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한 번, 그리고 통과하지 못한 이유에 또 한 번 무너져 내렸다"고 밝혔다.
 
정부와 병원협회, 의사협회, 전공의협의회는 2013년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제 보장 등을 포함한 수련지침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지만 실태조사 결과 주 100시간 이상 근무했고, 당직수당 등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김용익 의원은 이를 강제하기 위해 전공의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전공의 근무를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하며, 연속 20시간 근무를 막고, 근무 사이엔 10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했다.
 
이와 함께 연장·야간 및 휴일 수련 때에는 통상 임금의 150% 이상 지급, 독립적인 수련평가기구 설립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병원협회가 반대하면서 법안 통과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대전협은 "우리나라 의료가 질적, 양적 성장을 이뤄냈으니 이제 숨 가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의료를 키워내는 의료인의 삶에도 관심을 가져줄 때"라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근로기준법이 주 40시간 전후로 수렴하는 것은 그 정도에서 일과 개인의 삶, 건강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전공의 근무시간을 줄이면, 당장 병원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대체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전협은 "그것이 힘없는 전공의들이 모든 희생을 감내하는 것의 이유가 되고, 그것이 졸린 주치의에게 아픈 몸을 맡겨야 하는 환자들의 불안함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대전협은 병원, 특히 요즘처럼 대형, 기업화된 병원에서 병원은 갑이고 전공의들은 을이라고 단언했다.
 
대전협은 "전공의에게 병원 측의 노력 없는 희생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갑질'이며 그 피해는 젊은 의사들, 그들이 보아야 할 환자들, 그리고 결국에는 그들이 일하고 있는 병원에 돌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전협은 "우리나라에서 수익이 가장 높다는 대형병원부터 앞장 서 전공의들의 동의 없는 불법적인 임금인하를 실행하고, 힘없는 전공의들은 하루아침에 통상임금이 30% 이상 깎여도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고 어떤 일이 일어난 지도 모른 채 지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전협은 과거의 잘못된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 '전공의는 원래 그런 것이다'라는 말로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권위의 폭력이며, 안전하고 친절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는 모든 환자들에 대한 위협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대전협은 "전공의특별법안이 입법돼 기본적인 권리가 개선될 때쯤이면, 지금의 전공의들은 아무런 혜택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사랑하는 후배들인 의대생들과 미래의 의대생들은 좀 더 나은 의료환경에서 일 할 권리가 있으며 선배 전공의들은 그들을 돌봐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대전협은 "전공의들에 의존해 대형병원이 굴러가는 지금의 왜곡된 의료가 회복되고, 피곤해 지친 의사들로부터 환자의 생명이 보호되는 그 길로 후배들을 이끌어 달라"고 선배 의사들에게 호소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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